<기사입력: 2007.3.2>

아프가니스탄 바그람의 미국 공군기지에서 폭탄테러로 숨진 다산부대 윤장호(27) 하사의 유해가 2일 오전 7시30분께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전국단위 종합일간지들은 고 윤 하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앞에 두고 '조기 철군'과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로 갈라서 있다. 고 윤 하사가 근무했던 곳에서 일한 한 전역병은 지난 1일 "나를 괴롭힌 건 '적' 아닌 '우리'였다"고 폭로해 파장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다음은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2일자 1면 머리기사.

-경향신문 <노정부 공공지출 줄어 '삶의 질' 더 나빠졌다>
-국민일보 <미하원, 위로 결의안 추진>
-동아일보 <"학문양심 바로 잡자" 대학 표절추방 팔걷다>
-서울신문 <북 쌀 50만t·비료 35만t 요구>
-세계일보 <'2·13 합의이행' 다음주가 분수령>
-조선일보 <'1도 1국립대' 추진 가속화>
-중앙일보 <2007대선 7가지가 다르다>
-한겨레 <은행들 배당 '펑펑' 사회공헌은 찔끔>
-한국일보 <잦은 정책충돌 "국민은 헷갈려">

고 윤장호 하사의 죽음, 엇갈린 신문사설

고 윤장호 하사가 근무하던 다산부대에서 통역병으로 일한 강성주 예비역 병장(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이 한겨레에 기고한 글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강씨는 1일 <"전쟁의 추악함 하나둘 경험하며 경악 / 나를 괴롭힌 건 '적' 아닌 '우리'였다">에서 이렇게 근무당시를 회상했다.

   
  ▲ 한겨레 3월1일자 3면  
 
"나는 2004년 8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고 윤장호 병장이 근무하던 다산부대의 통역병으로 아프간 파병 생활을 했다. 윤 병장이 테러로 아까운 목숨을 잃은 바로 그 바그람 기지 정문에서 윤 병장이 수행하던 현지인 에스코트 임무를 여러차례 수행하기도 했으니, 그의 파병부대 선배인 셈이다. …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어, 나는 조악한 한국군 막사의 한켠에서 검은 기념비 하나를 발견했다. 이 비석은 한 한국군 장교의 순직을 무덤덤하게 기록해놓고 있었다. '대테러 작전 중 순국한 한국군을 기념한다'는 비문의 진실을 알아보니, 지난 2003년 1월 동의부대 소속 장교가 하급자인 다른 장교와 말다툼을 벌이다 하급자를 권총으로 쏘아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 이후 한국군은 실탄 장전을 금지하는 내부규정을 만들어야 했다. 미군 주도의 아프간 대테러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한국군은 윤 병장이 처음이 아니었던 것이다. …

한국군 간부들의 통역을 전담했던 나는 경악스런 일에 종종 마주쳐야 했다. 다산부대에서 근무하는 현지 근로자들에게 '카불에서 진품 보석을 사오지 않으면 이 총으로 쏴 버리겠다'는 한 간부의 협박을 통역하면서, 한국군 소총 앞에 겁에 질린 현지인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심한 죄책감을 불러일으켰다. 아프간 국민들에게 평화와 재건을 선사하기 위해 파병한다는 대의명분과 달리 나는 '점령군'으로서 '피지배자'들을 협박하고 모욕하는 일에 끊임없이 동원돼야 했다. …

한국군의 해외 파병이 정당했던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전에,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했다가 엉뚱하게 '남의 나라' 침략전쟁에 동원되고 있는 수천명의 우리 젊은이들을 어떻게 안전하게 고국으로 데려와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1∼2일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논조는 극과 극으로 엇갈리고 있다.

경향신문은 2일자 사설 <다산부대 전역병이 증언한 전쟁의 추악함>에서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일들을 은폐·묵살한 채 '영웅 만들기'에만 치중한다면 제2, 제3의 애꿎은 희생자가 잇따를 가능성이 높다"며 "모든 게 명료해졌다. 우리 젊은 병사들이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서로를 미워하고, '추악한 점령군'으로 인식되면서 매일 매순간을 죽음의 나락에 빠져 들어가고 있는 것을 더 이상 내버려 둘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경향신문은 1일자 사설 <조기 철군만이 더 이상의 불행을 막는다>에서 "지난해 말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동의·다산부대의 파병을 올해 말까지로 연장했다. 이라크 자이툰 부대도 마찬가지"라며 "또 다른 비극적 사태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명분 없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빨리 발을 빼는 것이 그 답"이라고 결론내렸다.

반면 조선일보는 1일자 사설 <고 윤장호 병장의 희생을 애도한다>에서 "오늘날 우리 젊은이들은 서로 그 길로 달려가겠다며 손을 들어 자원하고 있다. 이라크 자이툰부대 지원 경쟁률은 16 대 1에 달했다"며 "이 거침없는 젊은이들이 바로 대한민국의 기세다. 이 힘이 우리를 반드시 세계사 주역 국가의 하나로 끌어올리고야 말 것"이라고 독려했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 사설 <윤 병장 희생의 참뜻 소중히 살려야>에서 "윤 병장의 고귀한 희생도 이런 국제사회의 대의(大義)에 동참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부 시민단체에서 나오기 시작한 '조기 철군' 목소리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주장은 오히려 윤 병장의 희생을 헛되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테러 앞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며 "그래야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더욱 높일 수 있고 우리 국민의 자존심도 고양된다"고도 주장했다.

동아일보도 같은 날 사설 <윤장호 병장의 희생 기리며 '평화 결의' 다진다>에서 "윤 병장의 고귀한 희생을 반전(反戰)이나 해외파병 반대, 파병부대 철수 주장의 빌미로 악용해서는 안 된다. 일부 시민단체와 정당에서 벌써 그런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유감"이라며 "대통령을 꿈꾸는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군 당국과 협의해 이제 철군계획을 작성할 시점'이라고 말했다니 믿기지 않는다. 그런 주장은 테러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이자 국가를 대신한 젊은 장병의 희생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동아일보 3월2일자 1면  
 
동아일보는 2일자 1면 제호 아래 사진기사 제목을 <아프간의 슬픔 딛고…자이툰 교대 장병 '여명의 출정'>으로 달기도 했다.

한편 한겨레는 고 윤장호 하사 애도 분위기 속에 일부 장군과 장교들이 '부적절한 3.1절 골프'를 즐겼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2일자 10면 머리기사 <윤장호 하사 애도 분위기속 맞은 3·1절인데…일부 장군·장교들 '나몰라라 골프'>에서 "한겨레 취재진이 1일 서울 노원구 태릉 골프장을 찾아가 확인한 결과, 오후 1시 현재 현역 장성과 장교 68명이 입장 명부에 기록돼 있었다. 이 가운데 장성급은 신원이 확인된 것만 이아무개 준장, 김아무개 준장 등 3명이었다"며 "서울 송파구 남성대 골프장에서도 이날 50여명의 장교들이 골프를 즐겼으며, 이 가운데는 장성급으로 김아무개 소장, 박아무개 준장 등 3명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서울시내 2곳의 군 골프장에서만 적어도 100여명의 장교들과 6명 이상의 장성들이 '부적절한 골프'를 즐긴 셈"이라며 "일부 장성들은 군용차량에 운전병까지 데리고 온 것으로 확인됐다. '38육30**', '02육10**' 등과 같이 차량번호만으로도 군용차량임을 쉽게 알 수 있는 차량도 여러 대였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국방부는 장군들의 휴일 골프에 운전병을 동원하는 것은 병사들을 사병(私兵)화하는 것이라는 여론에 따라 이를 금지하고 있다"며 "아직 시신조차 한국으로 운구가 안 된 상황에서 책임 있는 장성들이 고통받는 유가족들을 뒤로 한 채 골프를 즐긴 것은 국민들이 보기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의 지적을 전했다.

동아 "삼성전자, 임원용 홍보지침서 첫 발간"

   
  ▲ 동아일보 3월2일자 13면  
 
동아일보는 13면 머리기사 <삼성전자, 임원용 홍보지침서 첫 발간/"언론은 공존해야할 파트너 진실만 말하고 정도 지켜라">에서 "삼성그룹의 '간판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임원용 홍보지침서인 '사례로 알아보는 언론홍보 제대로 알기' 책자를 발간했다. 이 회사는 신입사원 교육용 또는 임원용으로 '홍보 강의'를 실시해 왔지만 이처럼 임원용 홍보지침서를 별도로 제작한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본보가 1일 입수한 책자는 68쪽 분량. 머리말에서 '삼성전자가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회사 임원의 일거수일투족이 다 언론의 취재 대상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언론과 접촉하는 임원은 그 순간만큼은 삼성의 앰배서더'라고 규정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가 전한 '임원의 홍보 10원칙'은 △언론에 발표할 일이 있으면 사전에 반드시 홍보팀에 연락한다 △자신이 가진 영향력의 크기를 적절하게 파악해야 한다 △반드시 사실에 입각해야 한다 △언론에 대해 편파적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 △'노코멘트'를 할 경우에도 충분한 주의를 기울인다 △취재기자에게 압력을 가하는 등 불합리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등이다.

경향 "노무현 정부 들어 삶의 질 더 나빠져"

   
  ▲ 경향신문 3월1일자(왼쪽)와 3월2일자 1면  
 
지난 1일자 1면 머리기사로 <"노정권이 신보수시대 열었다"/최장집 교수 '교조적 진보' 비판에 반론>을 올렸던 경향신문은 2일자에서도 현 정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1면 머리기사 <노정부 공공지출 줄어 '삶의 질' 더 나빠졌다>에서 "참여정부가 사회복지비 지출 확대를 통한 삶의 질 개선과 양극화 해소를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사회복지비 지출 비중은 국내총생산의 5.7%에 그쳐 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 회원국 중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우리나라는 근로자들의 남녀간 임금격차가 가장 크고, 산재사망률도 10만명당 15명으로 터키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의회와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도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도 1점 만점에 0.45점으로 헝가리(0.39점)를 제외하고는 최하위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향신문은 "외형적인 경제규모로는 세계 12위권 국가이지만 사회복지 정책이 취약해 국민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턱없이 낮다는 얘기"라며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려면 사회복지비 지출을 지속적으로 늘려가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 통계는 OECD가 최근 내놓은 2006년 사회통계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사회통계보고서는 OECD가 30개 회원국의 사회경제 지표를 바탕으로 2년에 한번씩 발간하는 보고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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