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는 '제2의 황우석 사태'를 예방하자는 차원에서 학내 교수들에게 진행 중인 연구의 자체 홍보 자제를 공식 요청한 바 있다.

서울대 국양 연구처장은 지난해 12월28일 서울대 전체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내 연구의 발표 채널을 연구처로 일원화하고 연구와 관련된 어떤 정보도 언론에 미리 발표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 같은 내용은 국민일보 등을 통해 크게 보도된 바 있다.  

   
  ▲ 서울신문 1월23일자 8면.  
 
서울대 "연구 발표는 연구처 일원화…언론에 미리 발표하지 말라"

서울대가 이 같은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제2의 황우석 사태'를 방지하자는 차원에서다. 특히 황우석 전 교수팀의 주요 연구진으로 논문조작과 횡령 혐의를 받았던 이병천 수의대 교수가 복제개 스너피(수컷)와 보나·피스·호프(이상 암컷) 등의 복제 성공을 언론에 미리 알려 지난해 11월 서울대 부교수로의 복귀 상황을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도 일부 고려한 것이다.

국양 연구처장은 국민일보(1월8일)와의 인터뷰에서 "황우석 사태의 1차 책임은 거짓말을 한 황 전 교수 본인에게 있지만 2차 책임은 사실 검증 능력이 없는데도 보도에만 열을 올린 언론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점에서 23일자 일부 언론에 보도된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의 서울대 수의대 동물복제팀 방문 기사는 우려를 낳고 있다. 

김 부총리는 22일 서울대 수의대 동물복제팀을 격려 방문한 다음 기자들에게 "서울대에서 밝히지 말아 달라고 한 다른 동물 복제 연구성과들이 있었으며, 이 성과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연구 결과라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우식 부총리, '연구 중 공개 자제' 서울대 요쳥 깨…다수 언론서 '경솔함' 지적   

   
  ▲ 동아일보 1월23일자 30면  
 
김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우선 서울대의 '연구 홍보 자제요청'을 관련 부처 장관이 어겼다는 점에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특히 '황우석 파문' 이후 과학계와 언론계를 중심으로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연구성과는 공표하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주무 부처 장관의 '부절적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문제는 더 심각하다.

오늘자(23일) 대다수 신문이 김 부총리 발언의 부적절성을 지적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동아일보는 23일자 30면 <"스너피야 잘 지냈니?">에서 "개 복제에 성공한 연구원들과 맥주 한잔하고 싶다"는 김 부총리의 발언을 소개한 데 이어 "서울대 수의대 동물복제팀은 2005년 최초의 복제개 스너피를 탄생시킨 데 이어 '황 전 교수 사건' 이후에도 연구를 계속해 지난해 6월과 7월 최초의 암컷 복제개 보나, 피스, 호프 등 3마리를 태어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스너피의 모델이 된 아프간하운드 외에 새로운 견(犬)종을 복제하는 데도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 국민일보 1월23일자 2면  
 
세계일보도 김 부총리 발언이 지니는 문제점을 지적하기보다는 단순 소개하는 데 그쳤다.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연구성과는 공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주무부처 장관이 어긴 점에 대한 문제제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신문과 한겨레 등 다른 언론이 김 부총리의 이날 방문을 '소개'하면서도 발언의 부적절함을 지적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민일보 김상기 기자가 오늘자(23일) 칼럼에서 지적한 내용은 이들 언론의 보도가 당시 현장의 분위기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 기자는 23일 2면 <현장기자-'제3의 동물복제' 말실수>에서 "국제 학계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것을 들어 보도 자제를 요청한 서울대측이 (김 부총리의 발언에) 당황했다"면서 "황 전 교수 사태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동물복제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연구팀을 격려하는 것은 결코 나무랄 일이 아니지만, 인기에 영합하는 듯한 김 부총리를 보면서 '황우석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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