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자 조간신문들은 대부분 노무현 대통령이 전날 청와대 국무회의서 '앞으로 하나하나 대응하고 할 말 하겠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해석하고 평가하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눈에 띄는 것은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조중동 등 보수신문 뿐만 아니라 한겨레도 민생을 걱정하는 게 우선이라며 지적해 비판 일색이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신문들은 노 대통령의 '민주평통 발언'에 반발해 역대 군 장성들이 노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것도 비중있게 다뤘다. 중앙과 동아는 아예 이들의 목소리를 한 개 면 이상 할애해 중계하듯 보도했고, 사설을 통해서도 노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반면,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노 대통령 뿐 아니라 군 장성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꼬집어 눈길을 끌었다.

조선 "노 대통령 힘 활용해 대선 영향력 행사 뜻" 해석

노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그동안 여러 차례 내가 공격을 받았지만 참아왔는데 앞으로는 하나하나 해명하고 대응할 생각"이라며 "할 일도 열심히 하고 할 말도 다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할 말 한다고 국정이 결코 소홀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고건 전 총리에 대해서는) "내가 두 번 세 번 해명했는데도 (고 전 총리가) 전혀 미안하다는 표정이 없어서 섭섭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요즘 대통령이 동네북이 돼 있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 대통령을 동네북처럼 이렇게 두드리면 나도 매우 섭섭하고 때로는 분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이를 1면 머리기사 <노 대통령 "앞으론 할 말 다 하겠다">로 올리고 분석을 달았다. 조선은 "이는 고 전 총리를 포함한 여권 내 대선 주자들이 차별화를 목적으로 자신을 비판하고 나설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의 메시지임과 동시에 내년에 대선 국면에서 자기 목소리를 분명히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며 "나아가 대통령으로서 주어진 1년 동안 '마지막 싸움'을 시작하겠다는 신호이며, 대선 국면에서도 현직 대통령의 힘을 활용해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공개 선언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큰 파장이 예상된다"고 풀이했다.

   
  ▲ 조선일보 12월27일자 3면  
 
조선은 3면에서는 노 대통령 발언 이후 전개될 시나리오까지 좀 더 구체적으로 구성했다. 조선은 <'조용한 레임덕' 거부 사실상 대선 개입 선언>에서 "노 대통령은 뭘 하겠다는 것일까"라며 한미 FTA 협상, 전시 작통권 전환 문제, 양극화 관련 복지 예산 증액 문제, 행정복합도시와 혁신도시 착공 문제 등의 이슈들을 대선을 앞둔 정치 세력 재편에 최대한 활용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이어 "이 과정에서 제기되는 비판이나 정치적 공격에 대해 정면 대응하겠다는 뜻을 이날 밝힌 것으로 봐야 한다"며 "또한 언론에 대한 편가르기식 공격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여권의 신당창당이나 정계 개편 과정에 직접 개입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조선은 3면 <'배신'은 못참아?>에서 노 대통령의 발언 중 '매우 섭섭하고 분하다'는 대목이 뭘 의미하는지에 대해 "최근 자신과 공개 충돌하고 있는 고건 전 총리는 물론, 대통령 비판 수위를 높여가며 '차별화'를 준비 중인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 등에게 보내는 '경고' 사인으로 보인다"며 "이와 함께 정부를 떠난 뒤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전직 고위직 인사들을 겨냥한 듯한 대목도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1면과 4·5면에 걸쳐 관련기사를 전했다. 동아는 4면 <현 정부 출신들 잇단 비판에 불쾌감>을 통해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날 주로 고건 전 국무총리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했지만 정치권에선 즉각 현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내다가 그만둔 뒤 정부 밖에서 대통령을 비판하거나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온 일부 인사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며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중앙일보는 관련기사를 1면에 싣지 않고 3면에 배치했다. 중앙은 <노 대통령 "참아왔지만 앞으로 하나하나 대응">에서 전날 노 대통령 발언의 배경에 대해 "노 대통령은 내년 대선이 지역 대결 구도로 짜이는 데 본능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다"며 "또한 고 전 총리 비판은 임기 말에 등장하는 차기 대선 주자들의 차별화 전략에 대한 경고도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겨레 "노 대통령, 세종 따라하기?" 경향 "독야청청?"

한겨레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조선시대 세종대왕에 빗대어 보도했다. 1면 <노 대통령, 세종 따라하기?>에서 한겨레는 "상당수 청와대 인사들이 소설 '뿌리깊은 나무'를 빗대 노 대통령의 심경을 표현한다"며 "문제는 조선 초기의 세종처럼 '사회 기득권층'에 홀로 맞서 싸우고 있다고 생각하는 노 대통령의 의지가 지금은 국민들에게 독선으로 비치며 지지를 잃고 있다는 점"이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4면 <독야청청?>이라는 사자성어를 기사의 제목으로 뽑고 "내년이 대선의 해인데다 그동안 '과도한' 정치개입이 파문을 일으킨 점을 감안할 때 그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고 전망했다.

한국일보도 5면 <정계개편·대선후보에 개입 의지 밝혀>에서 대통령의 발언이 "고 전 총리에게 정치적 쐐기를 박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고 이를 계기로 여당 대선주자들의 언행과 정계개편 문제에도 정면 대응하겠다는 뜻을 암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선 "말을 흉기로 쓴 노 대통령, '참지 않겠다'는 것은 위협"

조간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노 대통령 발언에 대해 평가했다. 거의 비판 일색이다.

조선은 이날 평소의 두 개 분량의 긴 사설 <임기 1년 남은 대통령의 사명>에서도 "지금이라도 나라를 정상화하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방향으로 국정의 물길을 트고 열어 주는 역할을 대통령이 해야 한다"며 "임기가 1년여 남은 대통령이 이 외의 것을 생각하고 꾸민다면 그것은 모두 외도고 사도"라고 주장했다.

   
  ▲ 조선일보 12월27일자 사설  
 
조선은 이어 "대통령이 자신의 사명을 제쳐놓고 개인적인 정치싸움에 몰두하는 것은 결국 나라에 재앙이 될 외도"라며 "국정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사도"라고 덧붙였다.

조선은 또한 "대통령이 더 이상 국민들 마음에 손톱자국을 내지 말라"며 "말을 흉기로 썼던 노 대통령이 '앞으로 참지 않겠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위협"이라고도 했다.

중앙 "대통령이 잠잠해졌으면"

중앙은 사설 <국민들은 대통령이 잠잠하기를 원한다>에서 "소모적 논란은 조기에 차단하는 것이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의 의무다. 해명을 한다면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사과부터 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며 "그런데 오히려 구구한 해명과 책임 회피에 급급하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은 이어 "남은 1년만이라도 조용히 보내고 싶다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한겨레도 사설 <대통령의 서운함보단 국민의 허탈감이 우선이다>에서 "맘속에 있는 말을 그때 그때 쏟아내는 대통령이 아니라 충분히 걸러서 국민을 편안하게 만드는 대통령을 보고싶다"면서 "표현을 가다듬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게 있다. 국민과 소통하는 일"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부동산값과 교육문제 등으로 시달리는 국민의 아픔을 절실히 깨닫는다면 대통령이 차기 대선 예비주자들과의 기싸움에 매달릴 여유가 없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정치인들에게 느끼는 서운하고 분한 심정을 앞세우기보다는 국민들이 정부의 무능과 실정으로 느끼는 절망과 허탈감을 먼저 헤아리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경향도 사설 <노대통령 과도한 정치개입 유혹 벗어나야>에서 "현직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 과도히 개입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노 대통령 스스로도 좋은 뒷모습을 남기고 퇴임하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조중동, '퇴역 군 수뇌부' 생각 여과없이 대변

중앙일보는 역대 군 장성들이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노 대통령의 공개사과를 요구한 내용을 1면 머리기사로 가장 비중있게 보도했다. 중앙은 <퇴역 군 수뇌부, 군 폄하 발언에 집단반발/통수권자에 사과 요구>라는 제목으로 "퇴역 원로 군인들이 군 최고통수권자인 현직 대통령에게 집단적으로 반발해 사과를 요구한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전했다.

중앙은 4면에도 <현 정부 첫 합참의장, 육참총장도 가세>에서 김종환 전 합참의장과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 김진호 전 합참의장, 김성은 전 국방장관의 개별 인터뷰 내용까지 소개하고 이들의 성명서 요지 및 성우회 참석자 명단도 공개했다. 한 마디로 이들의 목소리를 가장 상세히 대변한 편집이다.

중앙이 전적으로 군 원로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은 사설에서 드러난다. <군 비하하고 모독한 대통령은 사과해야>에서 중앙은 "이런 참담한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노 대통령에게 있다"며 "군 의무복무를 '썩는 기간'으로 간주한 대통령 인식에도 기가 차다. 휴전선의 군인들이 대통령을 어떻게 볼지 한번 생각해봤는가. 군 원로들이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에 반대하는 것은 오랜 군 경험에 따른 고언이다. 엉뚱하게 이들을 '국방비를 축내거나 숭미주의자'인 것처럼 몰아부치는 것은 대통령이 취할 금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여당이 군 원로들에 대해 '5·16, 5·18 때 뭐했느냐'고 비판한 데 대해서도 중앙은 "그야말로 어린애 같은 유치한 짓"이라며 "즉시 중단하라"고 역성을 냈다. 중앙은 "대통령은 국군과 나라를 모독한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동아일보 12월27일자 3면  
 
동아일보도 1면에 <"이젠 침묵하지 않겠다">라는 기사와 3면에 관련기사를 실어 이 내용을 비중있게 전했다. 동아는 3면 머리기사로 남재준 전 육참총장의 인터뷰 기사 <"군사불균형 아니라는 주장이 제정신인가">라는 기사와 현 정부 합참의장을 지낸 김종환 씨를 인터뷰한 내용을 나란히 보도했다. 3면 한 면을 관련기사로 채운 동아는 사설에서 중앙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동아는 "원인을 제공한 대통령이 이를 수습하는 것이 순리"라며 "오해가 있다면 풀고 잘못된 부분은 사과해야 마땅하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누가 봐도 지나쳤다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동아는 "대통령이 자존심 때문에 군 원로들과 계속 갈등을 빚는다면 이는 국익을 해칠 우려가 커진다"고 덧붙였다.

조선은 1면 <역대 군 수뇌부 "대통령 군폄하발언 취소·사과하라">라는 기사와 함께 4면에도 <"사력 다해 싸우며 나라지킨 사람들을 비난하다니…">라는 관련기사를 머리기사로 게재했다. 조선은 사설에서 대통령에 사과하라고 하지는 않았으나 "이 정권은 (나라의 어른들인) 군 원로들이 대통령에게 면담을 청했는데도 이를 거절했다"고 비난했다.

국민일보도 사설 <대통령이 군 원로들과 싸우는 나라>에서 "노 대통령은 모욕적인 발언에 관한 한 사과하고 차제에 이들의 주장도 진지하게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경향도 1면과 5면에 관련기사를 비중있게 게재했으나 이들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는 담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일보만은 다른 목소리를 냈다. 군 원로들의 주장이 국민 다수의 생각과 동떨어졌다는 것이다. 한국은 사설에서 우선  대통령에 대해 "본의가 무엇이었든 원로들의 노여움을 헤아려 위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로들에 대해서는 "역대 정부에서 작통권 환수문제를 다룬 원로들까지 '안보와 동맹을 해치는 이적행위'라고 반대한 것에 의아해 하는 국민도 있다. 또한 대통령이 '군에서 몇 년 씩 썩게 하지 말고…'라고 말한 것은 부적절한 표현이지만 사회통념과 아주 어긋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신성한 국방의무를 폄하했다는 과장된 비판을 앞세워 무조건적 반대를 되풀이하며 국가 위기까지 외치는 것은 국민 다수의 생각과 동떨어진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필상 고대 총장 표절의혹 갈수록 태산?

전날 이필상 고려대 총장의 논문 표절의혹을 가장 먼저 보도한 국민일보는 27일자 조간 가판부터 이 총장이 외국 책도 표절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다른 신문들도 이를 기사에 추가하는 등 국민일보가 표절 의혹 이슈를 이끌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 국민일보 12월27일자 1면  
 
국민은 1면 <이 총장, 외국책도 표절한 듯>에서 "이 총장이 외국 원서의 내용과 그래프를 자신의 저서 3권에 출처없이 인용한 것으로 26일 확인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 교수가 출처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인용한 책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의 폴 스미스 교수가 1978년 출간한 'Money and Financial Intermediation(금융기관론)'으로 밝혀졌다. 이 교수는 이 책의 상당 부분을 번역 수준으로 그대로 옮겨 자신의 저서 '금융론' '개정판 금융경제론' '제4개정판 금융경제학'에 게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국민은 6면에도 외국서적의 내용과 그래프를 나란히 비교하는 이미지와 함께 관련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도 8면 <이필상 고대총장 논문 12편 표절논란>에서 "26일 본지가 이 총장이 지도한 고려대 학위 논문과 관련 학술지 논문 200여 편을 대조해 확인한 결과, 이 총장은 2000년 12월 통과된 제자 C씨의 석사학위 논문 '모수적 이자율 기간구조모형을 이용한 미래 현물이자율 예측에 관한 연구'와 같은 제목, 동일한 연구 내용의 논문을 자신과 C씨 공동 연구로 교내 학술지 '경영연구' 2001년 1월호에 냈다"며 "이처럼 표절 의혹이 있는 것만 12편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조선은 이어 전날 국민일보 가판에 실린 이 총장의 외국서적 표절의혹에 대해서도 "이 총장은 이밖에도 외국 원서에 나오는 내용과 그래프를 밝히지 않은 채 자신의 저서 3편에 인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과 경향도 각각 3면과 사회면 머리기사에서 이 총장이 해외서적을 베껴썼다는 내용을 포함해 보도했다.

중앙과 동아는 사회면에 이 총장의 기자회견 내용 등을 포함한 관련기사를 실었다.

동아 "권오승 위원장 '언론 악의적 보도에 공정위도 악의적 대응'"

동아는 1면 <"언론이 악의적 보도땐 공정위도 악의적 대응">에서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이 26일 과천 청사 주변 한 음식점에서 열린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앞으로 언론 보도와 관련해 악의적으로 보도한 것에 대해서는 악의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올해까지 내가 좀 순진했지만 내년부터는 더는 순진하게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동아에 따르면 권 위원장은 "언론 보도와 관련해 비판적이지만 건설적인 보도는 얼마든지 수용하겠다. 하지만 악의적 보도에는 악의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사실 기자들이 안목이 짧아 금방 쓰고 싶은 것을 쓸 생각만 한다. 1박2일 정도 기자들과 토론해서 공정위원장으로서 무엇을 고민하는지 알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동아는 "이 같은 발언은 공정위가 최근 각종 정책 추진 및 공직자 윤리 문제와 관련해 잇달아 물의를 빚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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