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가을 같지 않게 지나가면서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찬바람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지만 언론 쪽도 매우 심하다. 잘 나가는 언론사나 그렇지 않은 언론사가 다 죽을 상이다. 잘 나가는 곳은 언제 위기가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면서 직원들을 다그친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적자에 시달리던 가난한 언론사들의 직원들은 아예 죽을 맛이다. 연말이 되면서 상여금 반납, 정년 단축, 명퇴 실시와 같이 어둡기 짝이 없는 ‘살을 저미는’ 이야기뿐이다.

십여 년 전 국민 주주 신문으로 출발한 어느 신문은 올해 삼십 명 가까운 직원이 회사를 등졌다. 무서운 일이다. 한창 일할 나이에 직장을 떠나야 하는 고통과 아픔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이 처절한 것이다.

논술, 과외가 아니라 교육이다

한때 언론고시라 해서 모두가 부러워하던 언론계였지만 사표를 던지고 나면 갈 곳이 거의 없다. 큰 잠재력을 지닌 우수 인력이 사장되고 만다. 대학의 신문방송학과도 현직 경험이 풍부한 언론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외국에서는 언론인이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것이 상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전통이 자리 잡히지 않았다. 그렇다고 언론인 출신들이 원고료로 살아갈 수 있는 풍토도 아니다. 원고를 요구하는 곳도 드물지만 원고료라는 것이 그 액수가 매우 적다. 수십 년 전과 별 차이가 없다. 정부나 정부 투자 기관에서 지불하는 원고료가 중요한 기준이 되는데 그것은 경제력 세계 13위권 나라의 수준에 비하면 너무나 한심하다.

이런 가운데 논술 광풍이 불고 있다. ‘논술 교재는 신문 사설·칼럼이 딱’이란 목소리도 높다. 교육부 장관은 대학총장들을 만나서 논술을 너무 어렵게 내지 말라고 당부한다. 고교에서는 논술을 가르칠 선생님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일부 지역 학생들은 서울의 논술 학원가를 찾고 있다. 몇 년 뒤부터는 중학교, 초등학교에서도 논술을 교육한다고 한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애간장이 탄다. 그럼에도 전·현직 언론인을 논술 교사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는 아무도 하지 않는다. 일부 신문사에서 논술 과외를 할 뿐이다.

언론인 우수 자질 사장되지 않길

교육현장에서는 흔히 아는 것하고 가르치는 것이 다르다면서 전문성을 앞세운다. 이런 논리는 교육현장에 울타리를 치고 외부 전문인력을 차단하는 일을 한다. 글이란 하루 이틀에 써지는 것이 아니다. 단기 교육으로 논술 교사가 될 수는 없다. 글다운 글, 논술을 써본 경험이 없는데 청소년에게 논술을 가르친단 말인가. 오랜 세월 논리적인 글을 써본 전·현직 언론인이 진정한 가르침을 줄 수 있다.

   
  ▲ 고승우 논설실장  

예를 들면 오늘날 논술 시험은 원고지에 쓰는 형식이지만 이는 컴퓨터 글쓰기가 일반화돼 있는 현실에서 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글은 원고지에 펜으로 쓰는 것이란 고정관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정보화 시대에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어떤 글쓰기가 진정한 교육적인 논술인지를 가르칠 적임자를 교육현장에 보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식이다.

언론이 교육에 기여하고, 미흡한 논술 교육현실 개선 등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 전국언론노조, 한국기자협회, 한국언론재단 등이 공동 노력을 하면서 교육부 등과 협의할 필요가 있다. 논술 교육에 기여할 수 있는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다. 언론재단이 전·현직 언론인을 논술교사로 양성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전국 교육기관과 연결시키는 방안은 어떨까.

겨울을 재촉하는 찬비가 내리지만 발상의 전환으로 언론은 물론 사회 전체가 환하게 웃게 만들 수 있다.
언론인의 우수한 자질이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