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11월23일자 2면  
 
신문들의 숨은 그림 찾기는 계속된다. 23일자 조간신문에서 찾아야 할 숨은 그림은 '현대차 공정위 로비사건'이다.

현대자동차그룹 부당내부거래를 현장조사하던 공정거래위원회 직원 7명이 현대차 쪽으로부터 수백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 가운데 상품권을 되돌려준 한 직원은 공정위 내에서 집단따돌림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당내부거래를 조사 중인 공무원에게 '뇌물' 성격의 상품권을 전달한 셈이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공정위도 내사를 한 뒤 관련자 징계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 사건의 무게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 전국단위 종합일간지들은 보통 경제관련 뉴스는 경제섹션 또는 경제면에 배치한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해서는 여러 언론이 종합면이나 사회면에 2~3단 크기로 게재했다.
기업 조사과정에서 금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될 경우 파문이 적지 않을 사안이기 때문이다. 특히 동아일보는 KBS의 보도내용을 인용해 종합면(2면)에 상세하게 다뤘다.

조선일보, <'현대차 조사 공정위 직원들 금품 받아'>(12면 사회면 3단)
중앙일보, <공정위 조사 직원들 현대차서 금품 수수>(14면 사회면 1단)
동아일보, <"공정거래위 직원들 현대차서 금품 수수">(2면 종합면 2단)
서울신문, <공정위 직원 조사기업 상품권 받아 물의>(16면 경제면 3단)
경향신문, <공정위 직원이 금품수수>(10면 사회면 2단)
한겨레, <현대차, 공정위 조사원에 금품제공>(15면 경제면 2단)
매일경제, <공정위 '돈' 받았나>(4면 종합면 1단)
 

가판을 내는 신문들은 대부분 가판에는 싣지 않았다가 배달판에서 1단 이상으로 관련 소식을 다뤘다. 숨은 그림 찾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한국일보, 국민일보, 세계일보에는 관련 소식이 없다. 경제신문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기아차가 대주주인 한국경제는 초판과 배달판 모두 기사를 다루지 않았다. 머니투데이, 아시아경제 등도 관련 소식이 없다. 몰라서 물을 먹은 것인지 알면서도 안 다룬 것인지는 신문사만 안다.

집값상승·정부무능 비판하더니 이번엔 '부동산 재테크'?

며칠 전만 해도 신문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질타하면서 서민들의 내집마련 꿈이 사라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정책이 오히려 집값만 올리는 주역 역할을 했다는 지적도 제기하곤 했다. 며칠이나 지났을까? 신문들이 23일자에 '부동산 재테크'를 다뤘다. 내집마련의 꿈을 키우라는 것인지 아니면 부동산 투기를 하라는 것인지 아리송해진다.

23일자 신문 가운데 부동산 특집면을 낸 곳은 두 곳이다. 한국일보와 중앙일보. 이들 신문의 부동산 섹션의 시작은 내집마련의 꿈을 안내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성격이 애매해진다. 한국일보는 8면(B1~B8)면짜리 부동산 특집면을 제작했다. 시작은 '내집마련 타이밍'이지만 끝은 '어디가 유망한가'라며 투기성으로 바뀐다. 지면 곳곳에 어디가 유망하다거나 해외에 눈을 돌리라는 내용까지 보인다.

중앙일보는 8면(E17~E24)짜리 부동산 특집면을 제작했다. 역시 '수도권서 내집마련 막차 탈 기회'라며 청약 전략을 소개했다. 이어 안으로 들어가면 "서울은 도심권 재개발 노릴만 수도권선 동탄 주상복합 관심" 등 기사로 조금씩 헷갈리기 시작한다. 중앙일보는 그래도 끝에서는 '신도시 주변서 전셋집 찾자'(E22면)며 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머니투데이 홍찬선 증권부장의 표현(6면 <'부동산 유령'의 대한민국>)을 빌리자면 "부동산 유령은 시중에 넘쳐나는 과잉유동성과 갈수록 심해지는 부의 양극화 및 수십조 원에 이르는 토지보상비와 서민의 막차심리가 뒤엉킨 합작품"이다. 때문에 잘못 건드렸다가는 터진다. 그리고 거기에는 늘 '거품'이 끼어있다.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23일자 기사들 가운데 조금 더 신중하게 다뤘으면 하는 보도 두 가지가 있다.

   
  ▲ 서울경제 11월23일자 2면  
 
먼저 서울경제 2면 <"내지말고 버텨보자" 분위기 확산>이란 기사다. 내용은 종부세 납부시기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납세거부 움직임이 있다는 내용이다. 기사를 보면 잘못된 사회현상을 꼬집는 성격이다. 그러나 이를 읽는 독자들이 그렇게만 받아들일까. 부제를 보면 <신고 불성실 가산세 1년 유예로 불이익 없고 / "혹시 위헌판결땐 낸 사람만 손해" 심리 가세 / 국세청 "기한내 신고 3% 감면받는게 나을 것">이다. '납세거부'의 내용은 민감한 내용인만큼 조금더 신중해도 지나침이 없다.

   
  ▲ 한국경제 11월23일자 1면  
 
다른 하나는 한국경제 1면 '대한민국 부자리포트'다. 일단 지면 구성을 보면 '대한민국 부자들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내용처럼 보인다. 기사에 언급된 부자촌은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삼성동 아이파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등이다. 집값 상승폭이 유난히 컷던 곳들이다. 과연 '대한민국 부자'들의 현주소를 보여줄 것인지,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할 것인지는 이후 지면들을 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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