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사진·53)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한때 여당 대선 후보 ‘0순위’로 평가받았다. 지난해 6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면담 직후만 해도 ‘통일한국’의 초석을 놓은 정치인으로 기록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북핵 위기 등 대북 문제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정 전 의장의 성과도 빛이 바랬다.

5·31 지방선거 참패 이후 지지율도 급락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정기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 지지도는 지난 9월 1.3%까지 떨어졌지만 10월에 3.4%로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여당 제1대 주주라는 프리미엄은 여전히 유효하다.

   
  ▲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이창길 기자  
 
정 전 의장을 돕는 이들의 구성이나 규모는 대선 캠프에 버금간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이다. 정 전 의장 주변에는 언론계 출신들이 특히 많다. 한국일보 편집국장 출신 최규식 의원, MBC 경제부장 출신 박영선 의원, 문화일보 정치부장을 지낸 민병두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전주고 출신 언론인들을 중심으로 한 언론계 후원그룹도 두터운 편이다.

정책과 실무지원은 싱크탱크인 ‘나라비전연구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경희대 부총장 출신 박명광 의원과 권만학 경희대 국제경영대 교수 등이 연구소를 총괄하고 있다. 이재경 연구기획실장은 언론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핵심 참모로는 8년간 정 전 의장 보좌관을 지냈던 정기남 KSOI 부소장을 빼놓을 수 없다. 또 동아일보 기자 출신의 양기대 전 열린우리당 수석부대변인도 핵심 측근이다. 정 전 의장의 강점 중 하나는 정치적 순발력이다.

여당을 출입하는 한 기자는 “정 전 의장은 정치사안이 터졌을 때 대응이 발빠르고 미디어의 메커니즘도 잘 알고 있다. 언론마인드만 놓고 볼 때 프로”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세련된 이미지가 역효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겨레는 21일자 5면 ‘표적집단 심층좌담’ 분석기사에서 ‘쇼맨십’ ‘탤런트 같다’ 등을 정 전 의장의 부정적 이미지로 지적했다. 지난 2월 여당 전당대회 당시 정동영 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정청래 의원은 “정 전 의장은 평화시장 옷 장사도 하고 반유신 데모도 하고 살아오면서 고생도 많았는데 귀공자 이미지 때문에 손해보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의 정책 참모그룹은 비교적 탄탄한 편이다. 그러나 콘텐츠 부분에서 여전히 인색한 평가를 받고 있다. 정동영 캠프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언론홍보 전략을 세워나갈 계획이다. 이재경 실장은 “실제보다 너무 ‘이미지’로 비춰져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고 국민에게 다가감으로써 그러한 지적을 불식시켜 나가는 데 홍보의 주안점을 두겠다”며 “부동산 문제, 이라크 파병, 교육, 중소기업 등 구체적인 현안에 있어 차별화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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