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회’ 사건은 2006년 한국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국가보안법의 위력, 일부 언론의 색깔론 여론몰이, 진보진영의 안이한 대응 등 80∼90년대의 어두운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심회 사건은 지난 20일 김만복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다시 언론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정원이 사건의 핵심인물인 장민호씨 등 5명에게 간첩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는 점은 인사청문회에서 새롭게 확인된 내용이다.

그러나 사건의 실체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사건 관련자 대부분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 수사를 통해 간첩혐의를 입증할 물증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 다른 관심사는 ‘간첩단’으로 규정할 수 있을지 여부이다.

   
  ▲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김만복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정보위 소속의원들이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단계에서 간첩단 규정은 부적절하다는 것이 국정원의 판단이다. 김 후보자는 “이 자리에서 간첩단사건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직 이르고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승규 국정원장이 조선일보 인터뷰(10월30일자)에서 밝힌 내용과는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은 그동안 ‘386 간첩단 사건’으로 규정하며 시민단체, 여당, 청와대 등의 386 운동권 출신 인사들을 겨냥했다. 수사당국보다 앞서나간 행보는 거센 저항을 자초했다. 일심회 피의자 가족들은 일부 언론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사건의 당사자격인 민주노동당도 ‘색깔론’ 여론몰이에 정면 대응 입장을 밝혔다.

박용진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청문회 태도에 심각한 문제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며 “정치권의 낡고 낡은 색깔론은 방부처리할 것 없이 소각처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보진영은 국정원과 일부 언론의 ‘부적절한 관계’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다른 목적 때문에 일심회 사건이 실제보다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일심회 사건이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의 정치적 공방으로 흐르거나 무분별한 색깔론에 얼룩질 경우 실체규명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최광은 한국사회당 대변인은 “수사가 종결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말을 아껴왔다. 그러나 간첩단이라고 규정하는 것도 그렇지만 (진보진영 일부에서) 과거의 관성에 따라 공안 탄압, 조작이라고 몰아치는 것도 성급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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