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서린동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사무실 ⓒ이창길 기자  
 
방송과 통신 정책을 통합 담당할 가칭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법안 입법예고가 돌연 연기됐다. 국무조정실은 애초 11월23일 입법예고를 하겠다고 밝혔으나 관계부처 및 기관에서 사전협의 부족을 문제삼자 이를 27일로 연기했다. 관보에는 이미 22일 입법예고안이 공개된 상태다.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안 입법예고 27일로 연기

국무조정실은 22일 전자관보를 통해 '(가칭)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 지원단 임종순 부단장은 "부처협의를 위해 입법예고를 27일로 연기했으며, 22일 관보를 통해 공개한 법안은 부처협의 후 수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 부단장은 "22일 관보에 공개된 내용은 부처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이라며 "절차 상의 실수로 인해 공개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연합뉴스 등 일부 언론에서는 "국조실은 입법예고에 이어 29일 공청회를 거쳐 다음달 4일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끝내고 6일 법제처 심사를 마무리한 뒤 14일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이후 일정을 구체적으로 보도한 바 있어 국조실의 해명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국조실, 부처간 협의·융합추진위 검토 없이 강행

애초 국조실이 주도하는 융합추진위 지원단은 지난 21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확정해 23일 입법예고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관계부처의 협의도 거치지 않아 방송위원회 등 일부 유관 기관의 강력한 항의에 직면했다.

또한 방송통신 기구개편을 위해 구성된 총리실 산하 자문기구인 융합추진위의 사전 검토를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입법예고를 27일로 연기한 것이다.

이 같은 국조실의 행태에 대해 융합추진위 내부에서는 "기본적인 협의절차까지 건너뛰면서까지 설치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에는 다른 정치적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일정대로라면 국조실 단독으로 입법예고한 뒤 융합추진위에 별도로 설명회를 갖겠다는 셈인데, 이대로라면 융합추진위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비판까지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조 방송위 지부(위원장 한성만)는 21일 '청와대와 국무조정실은 관계부처 협의 무시한 통합기구 설치법안 입법예고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지원단의 일방적인 입법 추진 일정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개된 법안내용에서도 논란거리 많아

한편 22일 관보를 통해 공개된 법안 주요 내용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도 이번 입법예고 연기의 한 요인으로 읽히고 있다.

융합추진위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기구 성격에 대해 △방송위와 정통부 두 기구를 통합해 구성 △독임제 성격의 합의제 위원회 등으로 규정해 이를 총리실에 건의했다. 그러나 국조실의 법안에서는 '위원회의 소관업무 및 심의의결사항을 규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일부 심의·의결사항으로 규정된 업무를 빼고는 위원회의 합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처리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기존 정통부가 담당하던 우정업무를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융합추진위 내부에서 상당수 나왔고, 방송위에서도 '우정업무 분리'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공개된 법안에서는 "위원회의 소관사무는 방송, 정보통신, 전파관리, 우정제도에 관한 사항"이라고 명시하고 있어 우정업무 분리 의견 역시 묵살된 셈이다.

이에 대해서 융합추진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온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등에서는 '밀실행정'의 전형이라며 곧 공개적인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같은 가운데 27일 공개될 법안이 22일 공개된 법안 주요내용에서 어떤 방향으로 수정될지를 놓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심의위원회 구성, 사무처 직원 신분문제 등도 관심거리

이번 법안 주요내용에서는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방송위 직원의 공무원 신분전환 문제에 대해 '국가공무원법 적용 특례에 대한 사항을 규정키로 했다'고만 밝히고 있다. 따라서 특례조항의 구체적인 내용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거리다.

또한 별도 민간기구로 분리하기로 한 '(가칭)방송정보통신심의위원회'의 인선방식 역시 주목받고 있는 지점이다. '방송정보통신심의위원회'는 지상파 방송에서부터 인터넷 게시물까지 미디어 전반에 대한 내용심의를 담당하게 되는만큼 위원회 인선방식에 대해서 정치권의 민감한 반응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와는 별도로 방송통신 기구개편안을 준비 중인 한나라당 방송통신융합특별위원회에서도 국조실의 입법예고안이 나온 이후 이에 대한 대안적 성격의 독자 법안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라는 점도 27일 입법예고안이 갖는 무게를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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