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강안남자' 사태로 촉발된 종합일간지 소설의 선정성·음란성을 막기 위한 대안이 청소년보호법 개정을 통한 심의와 유해 매체물 지정으로 모아지고 있다.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국가청소년위원회 주최로 열린 '종합일간지의 청소년유해성 콘텐츠 대책 마련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강안남자'가 청소년에게 잘못된 성의식을 심어주고 있다며 음란성과 선정성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 7월부터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와 경제일간지를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유해성 모니터 결과를 김언경 모니터부장(왼쪽 네번째)이 발표하고 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  
 
"'강안남자' 청소년에 그릇된 성의식 심어줘"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청소년위의 위탁을 받아 전국 종합일간지와 경제지를 1, 2차에 걸쳐 모니터한 결과 문화일보 '강안남자', 경인일보 '풀밭위의 식사', 인천일보 '누가 블루버드를 죽였는가', 경상일보 '미인들의 동굴', 전북도민일보 '평설 금병매', 헤럴드경제 '야색계' 등에서 선정적이고 음란한 내용이 많았다고 밝혔다.

민언련은 이들 소설이 포르노에 가까운 노골적인 성묘사는 물론 여성에 대한 그릇된 성관념을 심어주고 부적절한 성관계 대상을 등장시키는 등 잘못된 성의식을 심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일보는 소설 뿐만 아니라 '인터넷 유머' 코너도 '강안남자' 바로 옆에 배치하면서 "성인들의 은밀한 술자리에서 나올 정도의 음란한 이야기들을 웃음거리로 게재"해 양성 평등의 가치관을 저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성인용품이나 성기능 보조식품 광고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성천 안양 충훈고 교사는 논술과 구술면접이 강조되면서 신문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고 교사와 학생 모두 신문을 참고 자료로 자주 활용하고 있는 현실을 언급하며 특히 문화일보의 '강안남자' 경우는 "신문에 대한 신뢰성을 철저하게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사는 문화일보가 사설을 통해서는 "청소년과 문화에 대해 걱정하며 문화를 왜곡하는 정책과 사람들을 향해 꾸짖어" 왔으면서도 '언론폭력'에 가까운 음란 소설을 게재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고 질타한 뒤 언론사의 철저한 반성과 함께 제도적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김민선 학부모정보감시단 사무국장도 "종합일간지의 넓은 독자층, 사설이나 기사의 경우 교육 자료로까지 이용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할 때 음란성 콘텐츠는 아동과 청소년에게 매우 유해하다"며 "종합지도 청소년 유해 매체물 지정이 필요하고, 나아가 전체 콘텐츠에 대한 심의 제도의 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순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선임연구원은 "우리 헌법에서 '표현의 자유'는 청소년 보호라는 국가의 공익 뿐 아니라 청소년의 헌법상 기본권인 인격성장권을 보호하기 위해 제한될 수 있다"며 "음란성은 헌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정 연구원은 "종합일간지는 청소년보호법이 정한 청소년 유해 매체물의 심의 대상 자체가 아니기 때문에 청소년에게 유해한 표현물이 배포·유통되더라도 이를 규제할 방법이 없고, 재판을 하면 음란물 결정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려 그 사이 청소년들이 모두 보기 때문에 실효적 규제 방안이 될 수 없다"며 청소년위나 신문발전위, 신문윤리위원회, 간행물윤리위원회 등의 기구에서 심의해 유해매체물로 규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청래 의원 "규제할 수 있는 법 곧 발의"

신문 소설에 대한 법적 규제가 오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김영욱 한국언론재단 책임연구위원은 "청소년 유해물 판단에서 자의성이 개입될 수 있다"며 "법적 제약의 범위를 최소화하고 가능한 자율규제로 청소년 보호를 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문윤리위의 지적을 받은 신문사들이 소설 연재를 중단하지 않는 등 자율 규제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면 "제도 보완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참석자들이 대안으로 제시한 청소년보호법 개정 작업은 조만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은 "일간신문이라도 연재소설과 연재만화의 경우 선정성과 음란성이 도를 넘을 경우 청소년 유해매체 판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조항을 골자로 하는 법 개정안을 곧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또 '강안남자' 뿐만 아니라 스포츠지 인터넷판의 성인물, 공중파 방송사의 선정성을 소재로 한 시청률 경쟁 등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언론의 선정성 근절을 위한 소위원회가 조만간 발족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종원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사무국장은 "신문소설을 규제 대상으로 법제화하면 자칫 옥석구분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면서도 신문윤리위의 거듭된 경고에도 음란한 내용을 멈추지 않고 계속 연재하는 신문사에게 "범칙금을 부과하는 것을 비롯해 몇 가지 규정 개정을 늦어도 12월 초까지 마치기 위해 관련 언론단체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성천 문화관광부 미디어정책팀 서기관도 신문발전기금·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시 신문윤리위 가입과 심의결정사항 준수 여부를 연계하는 등 신문윤리위 기능을 강화해 현행 규제 체계의 실효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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