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MBC SBS EBS 등 지상파 4사가 KT의 IPTV 시범사업 컨소시엄에 방송 프로그램을 비롯한 콘텐츠를 제공키로 했다. 반면 케이블TV 업계 중심의 UMB 컨소시엄에는 SBS만이 콘텐츠를 제공키로 했다.

KT, "지상파 4사로부터 방송 프로그램 제공받기로“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IPTV 시범사업 공모에 참여한 KT 컨소시엄은 이번 시범사업을 위해 지상파 4사로부터 IPTV 재전송용 프로그램을 공급받기로 했다. KT의 IPTV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이영희 미디어본부장은 “이들 지상파 방송사로부터 방송 프로그램을 제공받아 스트리밍 형태로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트리밍(streaming)’이란 비디오 파일을 한꺼번에 다운로드해 보는 방식인 VOD(주문형 비디오)와 달리 영상을 실시간으로 조금씩 받아서 재생하는 영상재생방식을 뜻한다. 스트리밍 방식을 제공하는 IPTV는 채널을 선택해 영상이 나올 때까지의 시간이 VOD보다 짧아 기존 TV방송과 보다 더 비슷한 시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기존 TV에서 방송되는 프로그램이 IPTV에 실시간으로 재전송되지는 않는다. 이 본부장은 “기존 지상파 편성 그대로 재전송되는 것은 아니며, 각 방송사별로 IPTV용으로 별도편성한 프로그램을 제공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상파 4사별로 제공 프로그램, 편성방식 각각 달라

KBS는 KT컨소시엄에 2개 비디오 채널, 4개 라디오 채널, VOD, AOD(주문형 오디오)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1개 비디오 채널에는 KBS 1TV의 프로그램을 골라 6시간 단위로 편성, 하루 4번 24시간 방송을 제공한다. 또 다른 비디오 채널에는 각종 멀티미디어를 포함한 데이터방송이 제공될 예정이다. 라디오 채널에는 KBS 제1, 2라디오 프로그램, KBS의 지상파DMB용 오디오채널, 보는 라디오(라디오 방송과 정지영상이 동시에 제공되는 서비스)가 제공된다. KBS 정책실 관계자는 “실시간 재전송이 아닌 유사재전송 형태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MBC 역시 KBS와 마찬가지로 기존 MBC TV 방송을 재편성해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MBC는 비디오 채널 1개를 통해 하루 6~10시간 정도 분량으로 별도편성된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MBC 뉴미디어팀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편성계획은 잡힌 바 없다”며 “라디오 채널이나 AOD를 제공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SBS는 KBS MBC와 달리 기존 지상파 TV편성 그대로 프로그램을 제공하되 방송시간을 1~2시간 늦춰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SBS 정책실 관계자는 “하나TV에 제공하는 수준으로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이라며 “하루 20시간 정도의 분량을 편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BS는 KBS MBC의 순환편성 방식과 SBS의 지연방송 방식을 혼합해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케이블TV 컨소시엄엔 SBS만 프로그램 제공

한편 이번 IPTV 시범사업 공모에 KT 컨소시엄과 함께 나란히 응모한 케이블TV 업계 주도의 UMB 컨소시엄에는 SBS만이 제휴해 프로그램을 제공키로 했다. SBS는 KT컨소시엄에 제공하는 것과 동일한 조건으로 UMB컨소시엄에 프로그램을 공급키로 한 상태다.

그렇다고 해서 UMB 컨소시엄이 다른 지상파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전혀 공급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KBS의 자회사인 KBS SKY 등 일부 지상파 계열 PP(채널사용사사업자)들은 UMB 컨소시엄에 프로그램을 공급키로 한 상태다.

“기술검증 위한 것일 뿐”…IPTV 상용서비스에 공급여부는 아직 미지수

이들 지상파4사는 이번 IPTV 시범사업에 프로그램을 제공키로 한 것이 자칫 이후 도입될 IPTV 상용서비스에 대한 프로그램 공급으로 확대해석되는 것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범사업에 대한 프로그램 공급은 어디까지나 IPTV에 대한 기술적 검증을 위한 것일뿐 상용서비스 참여의사를 밝힌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지상파 정책실 관계자는 “만약 지상파가 IPTV 상용서비스에 프로그램을 공급하고자 하더라도 이를 위해서는 별도의 시설과 인력을 투자해야 한다”며 “이번 시범사업 참여는 이 같은 투자부담을 실제로 저울질해보기 위한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지상파 정책실무진 역시 “지상파가 IPTV에  HD(고화질)급 프로그램을 스트리밍으로 제공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많은 기술적 검증이 필요하다”며 “시범사업은 이 같은 기술검증을 위한 것일 뿐 이후 있을 상용서비스 참여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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