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경제자유구역 내에 위치한 청라지구 테마파크형 골프장 건설사업자 선정(사업비 3850억 원)에 언론사들이 경쟁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 인천일보 8월4일자 1면  
 
건설업계에서는 지난 3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인천일보(맥쿼리-롯데건설 컨소시엄) 외에도 매일경제-매경TV, 중앙일보, 경인일보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언론계에서는 이에 대해 ‘이례적이다’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건설사가 대주주로 있는 일부 지역언론에서 골프장 건설과 운영에 참여하는 경우는 있어도 이번처럼 중앙일간신문이 그것도 일시에 경쟁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언론사가 환경분쟁 등 각종 민원이 끊이지 않는 골프장 건설사업에 뛰어들 경우 자칫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런 시비거리에도 언론사들이 이번 사업에 대거 참여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청라지구는 우선 서울과 인접거리에 있고, 국제업무단지와 외국인교육시설 등과 연계된 테마파크여서 투자가치가 높다는 것이다. 특히 기존의 국내 골프장과 달리 200세대 규모의 고급 단독주택을 개발, 분양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 때문에 입찰 참여사들은 27홀 규모의 골프장 건설보다는 단독주택 분양에 더 관심을 쏟았다고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A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자로 선정만 되면 최소 수백억 원은 벌 수 있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입찰에 참여했던 B건설사 관계자는 “단독주택 분양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언론사가 주관업체가 된 이유에 대해 “국제업무단지 전반에 대한 홍보지원을 하라는 의미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한국토지공사는 지난 4월20일 공개한 사업자 공모에서 사업자평가항목에 ‘홍보계획’을 포함한 바 있다. 경제자유구역사업처 관계자는 “언론사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언론사들의 입찰 참여 이면에는 이밖에도 여러 복안이 숨겨져 있다. 골프 열기를 각종 사업 아이템으로 연결할 수 있고, 골프대회 개최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한다.

이는 골프전문 케이블TV인 J골프를 소유한 중앙일보와 매경오픈 등 골프대회를 주최하고 있는 매일경제가 관심을 보인 데서도 드러난다. 한 골프전문 기자는 “골프장을 갖고 있으면 아무래도 부킹이나 초청 골프가 용이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론사의 골프사업 참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만만치 않다. C건설사 관계자는 “골프장 건설과정에서 각종 민원에 시달리기 마련인데, 이런 게 부드럽게 해결될 것”이라며 “우리 입장에서 언론사는 ‘얼굴 마담’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사회적 갈등을 중재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갈등을 조장할 우려도 있다. 청라지구 골프장 건설사업자로 선정된 인천일보가 그 사례이다. 인천일보는 선정 직후 “언론의 정도를 벗어난 행위”라는 인천지역 환경단체들의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인천일보 내부의 반발도 거세다.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가 어떻게 투자비를 만들 수 있었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건설시행사인 크레타건설이 뒷돈을 대준 게 아니냐는 것이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언론의 정도에서 벗어난 사업에는 ‘인천일보의 이름’을 사용하지 말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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