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선 열린우리당 의원  
 
"먼저, 진실을 밝혀주신 재판부에 감사 드립니다. 그동안 저를 아껴주신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송구스럽습니다."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이 오랜만에 웃을 수 있었다. 서울고등법원이 9일 김희선 의원의 불법자금 수수 의혹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이다.

김희선 의원은 2002년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A씨에게 공천을 약속하고 2억1000만원의 금전적 이득을 취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1억원은 차용관계가 유지되고 2000만원은 정치자금이 아닌 A씨 자신의 경선자금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피고인이 송모씨로부터 정치자금 9000만원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지만 유일한 직접증거인 송씨의 진술 내용이 기부 일시, 동기, 자금의 출처 등에 대해 일관되지 못하고 진술 변경에 대해 합리적 설명을 못하고 있어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희선, 가짜 독립운동가 후손 논란 등으로 마음고생

김희선 의원은 그동안 가짜 독립운동가 후손 논란과 불법자금 수수 의혹 등으로 마음고생을 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김희선 의원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각종 의혹도 풀리게 됐다. 김희선 의원을 향한 보수언론의 '공격'은 집요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6월8일 <김희선 의원과 사람의 도리>라는 사설에서 "독립운동가 후손이라고 거짓말을 하면서 다른 정치인들을 '친일의 후손'이라고 공격해 왔다면 공인에 앞서 사람으로서 도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 조선일보 지난해 6월8일자 사설  
 
그러나 재판부는 조선일보 보도와는 다른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은 지난 1월27일 김희선 의원의 작은 할아버지인 독립운동가 김학규 장군과 혈연관계가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또 할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했을 개연성이 있고 김희선 의원의 부친이 독립운동가라는 주장도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내용의 판결을 내렸다.

보수언론 김희선 비판 순수성 의심받기도

김희선 의원이 친일 과거사 청산에 앞장선 대표적인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보수언론의 의혹제기에 순수성을 의심하는 이들도 있었다. 친일문제에 자유롭지 못한 보수언론들이 친일청산에 앞장서는 정치인에 대한 흠집내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독립운동가들이 직접 나서 김희선 의원을 옹호하기도 했다. 광복회 김우전 회장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김희선 의원이 독립군 후손이 아닐 가능성에 대해 보도를 내보내자 지난해 7월 국회를 방문해 "김 의원의 본관이 김학규 장군과 다르다는 점을 들어 독립군 후손이 아닐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내가 김학규 장군과 함께 광복군 활동을 했기 때문에 잘 아는데, 김 의원의 작은 할아버지가 김학규 장군이 맞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보수단체들의 행보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지난해 7월에는 무한전진, 자유넷, 자유를 지키는 사람들, 자유민주 비상대책국민회의, 자유한국포럼 등이 '김희선 공직추방 시민연대'를 결성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김희선 의원 부친의 친일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참여한 단체들이 '반북단체'라는 점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김희선 "오명 벗게 돼 다행스럽다"

김희선 의원은 "16대 때 친일 과거사 청산에 앞장선 일이 17대 국회 전반에 걸친 의혹공세의 배경은 아니었는지 하는 의구심을 가져왔다"며 "17대 국회가 벌써 전반기를 넘겼지만 지금이라도 부도덕한 사람, 비리 정치인이라는 오명을 벗게 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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