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솔루션프로그램인 SBS <긴급출동 SOS 24>가 내용의 공정성과 몰래카메라 사용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8일 밤 는 아들의 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집을 나와 시골 폐가를 전전하는 50대 부부와 어릴 적부터 부모에게서 학대와 차별을 받고, 커서는 생계를 책임진 30대 아들 김모씨를 등장시켰다. ‘아들의 벽’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이날 방송은 가정폭력을 저지른 아들의 패륜을 집중 고발했다.

▷도덕성과 상품성의 부조화=그러나 이전에 방송된 ‘노예시리즈’에 쏟아졌던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는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방송이 둘째 아들이 극심한 폭력을 행사한 원인을 알아내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했어야 한다. 너무 선악·흑백에 초점을 맞추지 말아야 한다”, “프로의 기획의도는 피해자이든 피의자이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 것이지 피해자/피의자를 구분 짓고 피해자라고 생각되는 쪽의 입장을 방영하는 게 아니다” 등의 싸늘한 반응이 주를 이뤘다.

문화평론가 강명석씨는 “TV가 원하는 것은 부모를 때리는 나쁜 자식인데 실제 이 아들과 가족의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며 “노예청년의 경우 상황의 비도덕성과 TV가 원하는 상품성이 일치해 좋은 반응이 나왔지만 이번에는 도덕성과 상품성이 일치하지 않아 비판적인 반응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몰래카메라 사용 등 취재윤리 논란=게다가 당사자인 아들 김모씨가 “제작진이 며칠 동안 초인종을 몇 시간씩 누르고 강제로 촬영했다. 카메라와 녹음기 없이 대화에 응하지만 방송 목적이면 거부하겠다고 했는데 몰래카메라로 촬영했다”고 주장해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김씨는 “내용증명 등을 통해 방송 중단을 요구했지만 답변이 없었다. 방송이 나간 뒤 그나마 남아있던 가족에 대한 신뢰가 불신으로 바뀌었고 나는 패륜아가 됐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허윤무 책임PD는 “가해자가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녹취도구가 없으면 취재진이 보호받지 못할 수도 있다”며 “몰래카메라로 찍은 부분도 있지만 본인이 취재에 응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허 PD는 “가정폭력은 사적인 문제가 아니다. 부모가 방송사에 의뢰하면서 이 문제는 공적인 영역으로 넘어갔다”며 “둘째 아들은 존속폭행에 살인미수, 가정폭력을 저질렀다. 어떤 경우도 가정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잘못된 행동을 했더라도 상대가 촬영을 거부한 상황에서 몰래카메라를 사용한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은 남는다. 유선영 언론재단 연구위원은 “저널리즘의 윤리상 몰래카메라는 공익과 관계된 경우와 도저히 취재하기 어려운 경우, 두 경우를 충족할 때만 사용해야 하는데 이 사안은 그렇게 보기 어렵다”며 “패륜을 저질렀더라도 방송사에게 당사자의 촬영 거부 의사를 무시하고 방송할 권리는 없다”고 말했다.

▷시청률 의식한 선정적 접근, 인권침해 우려=곤경에 빠진 사람을 돕는다는 ‘선한’ 취지와 관계없이 이번 논란은 솔루션프로그램의 전반적인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강명석씨는 “솔루션프로그램의 메커니즘은 충격적인 문제가 방송을 통해 바뀐다는 것이므로 눈으로 볼 수 있는 결과가 나와야 ‘재미’가 있다”며 “제작진이 폭력적이거나 극단적 상황이 탐이 나 이면의 진실이 아닌 현상으로 드러난 사실만을 좇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도 “제3자인 방송사가 타인의 가정사를 봉합이나 징계 정도가 아니라 완전하게 해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무리하게 개입했다가 갈등이 더 심화될 때 어떤 책임을 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방송의 카메라 움직임과 내레이션에는 ‘법적·윤리적으로 문제없는 우리가 너희의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권력의 시선이 깔려 있다”며 “그 상황에서는 악의적 가해자-비극적 피해자의 구도가 형성될 수밖에 없고, 출연자의 삶의 복잡성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제작진은 오랫동안 관찰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할 뿐만 아니라 출연자에 대한 배려와 보호가 목적인지 시청률을 올리려는 또 다른 목적이 있는지 냉철하게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솔루션프로그램은?

문제 고발에 초점을 맞추는 일반 시사교양프로그램과 달리 문제를 해결하고 개입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사회 전반에 대한 구조적인 접근이 아닌 개인적 문제를 해결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솔루션프로그램으로는 SBS <긴급출동 SOS 24>를 비롯해 SBS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러브하우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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