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르는 데는 화끈한데 수습하는 데는 참 인색하다는 게 아쉽다. 당시에는 술을 먹었는지 기자들은 잘 몰랐는데 경찰에서 술을 먹은 걸로 해 보도를 그렇게 했다. 나중에 사실과 다른 부분을 바로 잡지 못했다."(MBC 정치부 이동애 기자)

   
  ▲ 피습사건 이후 병상에 있다 퇴원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29일 대전시 서구 둔산동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 사무실을 찾은 가운데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임시연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피습사건을 통해서 방송사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인력이나 시간 상의 문제 때문에 주요인사, 주요사안만 골라서 취재하는 징검다리식 취재로 놓친 부분이 많았다."(YTN 정치부 이기정 차장)

정당 출입기자들이 지난 5·31 지방선거 보도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를 내놔 눈길을 끈다. 지난 7일자로 발행된 '방송기자회보'는 YTN 이기정 차장, MBC 이동애 기자, CBS 최승진 차장, KBS 이춘호 차장, SBS 박진원 차장 등 정당출입 팀장들의 긴급 좌담을 2개면에 걸쳐 실었다.

"지르는 덴 화끈한데 수습엔 인색"

이 가운데 선거운동 기간 동안 발생한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을 언론에서 선정적으로 다뤘다는 지적이 눈에 띈다. 

CBS 최승진 차장은 "특히 방송에서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박 대표가 칼에) 긁히는 장면을 밤 11시 뉴스에 내보냈고, 지씨가 술을 먹었느니, 배후가 있느니 없느니 정계에서 제기하는 의혹을 여과없이 보도했다"며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MBC 이동애 기자는 "지르는 데는 화끈한데 수습하는 데는 참 인색하다는 게 아쉽다. 당시에는 술을 먹었는지 기자들은 잘 몰랐는데 경찰에서 술을 먹은 걸로 해 보도를 그렇게 했고, 마치 박모씨가 지씨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뉘앙스를 풍겼던 것도 사실"인데 "나중에 사실과 다른 부분을 명확히 바로 잡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YTN 이기정 차장도 "박 대표의 '대전은요?' 발언 하나 갖고 판이 뒤집어졌다는 점을 볼 때 경찰이 잘못 전했다고 잘못된 것을 그대로 보도한 건 사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방송 취약성 드러나"…"인턴 시스템 고려 필요"

KBS 이춘호 차장은 "(사건 발생 시각이) 오후 7시대인데 그 시간은 사실 방송기자들에게 사각지대"라며 "CBS 대학생 인턴기자가 현장을 찍긴 했지만, 방송3사나 YTN 포함해서 방송 5사 중 최소한 한군데는 신촌 유세장을 커버했어야 되는데, 오세훈 후보측에서 찍은 동영상만 있고 방송사 자체 ENG 카메라로 커버를 못했다는 건 아프다"고 말했다.

YTN 이기정 차장도 "이번 피습사건을 통해서 방송사들 나름대로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인력이나 시간상의 문제 때문에 주요인사, 주요사안만 골라서 취재하는 징검다리식 취재를 했기 때문에 놓친 부분이 많지 않나 하는 반성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CBS 최승진 차장은 "방송사 정치부 기자들은 브리핑 듣고 제작하고 그러다보면 현장갈 시간이 없다"며 인턴기자 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CBS는 20명의 인턴기자를 대표들뿐만 아니라 주요 후보들 1:1로 맡겼다. 기자 두명이 전담해서 인턴들의 기사를 감수해주기도 하고 많이 가르쳐준다. 그러다보니 특종을 하는 소득을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 선거에 걸맞은 보도를"…중앙정치 중심 보도 자성

MBC 이동애 기자는 "한쪽은 중앙권력 심판론, 한쪽은 지방권력 심판론 얘기했는데 우리 보도방식이 중앙권력 심판론을 더 강조해서 보도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중앙정치가 지나치게 개입돼 있고, 그 다음에 지도부를 중심으로 하는 유세를 하다보니까 어차피 중앙에서 하는 방식에 매몰돼 끌려간 게 아닌가 하는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CBS 최승진 기자도 "지방선거를 중앙정치의 논리로 접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보니까 그냥 좋아하는 정당만 찍게 하는데 앞장서지 않았는가"하고 반성했다.

이밖에 기자들은 기계적 균형에 매몰된 보도, 선거기간 내내 월드컵 열기가 과다 부각된 점 등을 반성할 지점으로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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