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악'이라는 단어가 정치권을 흔든 지 1주일이 흘렀다. 주인공인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21일 다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명박 서울시장과 선병석 전 서울시테니스협회장과의 '특별한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경악'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결과는 '역풍'으로 다가왔다.

엄밀히 말하면 김한길 원내대표는 '경악'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당사자가 이명박 시장이라는 점을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소속 의원들이 이명박, 선병석 두 사람의 '별장파티' 의혹을 제기하면서 '경악'이 누구를 겨냥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 한나라당 공천비리와 관련한 ‘경악’발언에 대해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곤혹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이날 오전 11시 김한길 원내대표의 기자간담회가 예정됐던 국회 본청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실은 화기애애(?) 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여당 당직자들과 출입 기자들은 '경악'을 화제로 삼아 얘기를 나눴다.

"경악말고 놀랄만한은 안되겠나"

   
▲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출입기자들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기자들이 "오늘은 또 어떤 '경악'할 만한 얘기가 나오는 것이냐"며 농담성 질문을 던졌고 당직자들은 "경악말고 놀랄만한, 경천동지 할 그런 표현은 안되겠냐"며 지난 한 주의 마음고생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11시5분께 김한길 원내대표가 기자간담회장에 들어섰다. 비교적 밝은 표정이었다. 이날의 초반 화제는 '경악'은 아니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에서 진행되는 비정규직 관련법 처리에 대한 여당의 입장이 주된 화제였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우선 처리하겠다고 했던 비정규직 관련법이 이제 4월 임시국회가 막바지로 들어서고 있는데 오늘도 처리가 안된다면 양 교섭단체간 합의정신에 벗어나는 것"이라며 "특별히 문건으로까지 발표했고 구두로는 수 차례 재확인해서 국민께 발표한 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참으로 국회는 어려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악' 1주일 김한길 대표의 심경…"왜 하고 싶은 말 없겠나"

기자들이 궁금해했던 부분은 비정규직법만은 아니었다. '경악'에 대한 김한길 원내대표의 심경도 궁금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처음으로 노트북 없는 기자간담회를 열었고 격의 없는 대화의 시간을 마련했다.

하지만 얘기 중에 섞여 나온 '경악'이라는 단어 때문에 곤혹스런 입장에 놓였다. 그 날 이후 김한길 원내대표의 심경이 궁금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물론 곤혹스러운 면이 있었다. 그러나 말을 아끼는 것이 좋겠다. 제 입장에서 왜 하고 싶은 말 없겠나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14일부터 매주 금요일에 여는 기자간담회를 ‘노트북 없는 기자간담회’로 만들고 있다. 열린우리당 대변인실 관계자(사진)가 기자간담회 내용 그대로를 쳐주고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보내주도록 했다. ⓒ이창길 기자 photoeye@mediatoday.co.kr
김한길 원내대표는 정치권에서도 전략가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말실수 등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따라서 김한길 원내대표의 표현 속에 뭔가 '뼈'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적지 않다. 실제로 어떤 근거를 갖고 강한 발언을 하지 않았느냐는 분석이다.

김한길 원내대표 "남을 탓한들 무엇하겠는가"

김한길 원내대표는 "저를 몇 년씩 알고 계신 기자들은 제가 폭로에 앞장서거나 폭로를 즐기는 정치를 한다고 생각하는 분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경악 폭로 비리 예고'로 보도되니까 제가 곤혹스럽더라. 나중에 말하자. 남을 탓한들 무엇하겠는가"라고 말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경악'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제 좀 그만 합시다"라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상상하기 싫은 '기억'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자가 누구인가. 국민을 대신해 궁금한 부분들을 물어보고 알려주는 역할을 직업으로 갖고 있는 이들이 아닌가. '경악'은 김한길 원내대표에게는 잊고 싶은 단어였겠지만 기자들에게는 묻고 싶은 단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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