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9일 임기가 만료되는 방송위원에 한나라당이 KBS 강동순 감사를 추천할 것으로 알려지자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이 반대 입장을 천명하고 나섰다.

언론노조는 21일 <강동순 현 KBS 감사에 대한 방송위원 추천 용납 못한다>는 성명을 내어 한나라당에 강 감사의 추천 시도를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 KBS 강동순 감사 ⓒ 연합뉴스
언론노조는 "학계와 방송계에서는 방송위원회가 메이저 방송사들의 위세와 방송사 출신 방송위원의 친정 감싸기 탓에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며 "방송사에 현직으로 있는 인사가 자리를 바꾸듯 곧장 방송정책과 규제를 담당하는 방송위원이 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또 강 감사가 KBS의 기밀 문건을 한나라당에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을 언급한 뒤 "직업윤리, 조직윤리 측면에서 심각하게 불신받고 있는 인사가 공정성과 투명성을 핵심 덕목으로 하는 방송위원이 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이어 "강씨는 (자신의) 세계관과 정치적 입장이 다르면 무조건 적이나 악으로 규정해 일방적으로,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양상을 보여왔다"며 "(강 감사가 방송위원이 된다면) 방송위원회는 정책은 오간 데 없고 정략만이 판치는, 그야말로 정치적 이전투구의 난장판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언론노조가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한나라당은 방송위원 선임과 관련된 ‘광기’를 거둬들여라
- 강동순 현 KBS 감사에 대한 방송위원 추천 용납 못한다 -

참으로 뻔뻔스럽기 그지없다. 다음 달 9일로 만료되는 방송위원 자리에 한나라당 몫으로 KBS 감사인 강동순씨 등이 추천될 것이라고 한다. 도대체 강동순씨가 누구인가?  KBS 감사의 지위에 있으면서 알게 된 내부정보를 한나라당에 통째로 내어주었다는 의혹의 당사자가 아닌가? 안팎에서 짜고 치며 KBS를 흔들어댄 음모와 책략의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 아닌가? 아무리 두 차례 정권 창출 실패를 ‘방송 탓’으로 돌리는 고질병이 심각하다 하더라도, 삼척동자도 눈치 챌 만한 정치적 거래와 야합을 이렇듯 당당하게 양성화시키려 하는 데는 저절로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은 한나라당에 대해 요구한다. 강동순씨에 대한 방송위원 추천 시도를 즉각 중지하라. 강동순씨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결코 방송위원이 되거나, 방송계에 남아있어서는 안될 인물이다.
 
첫째, 방송사에 현직으로 있는 인사가 자리를 바꾸듯 곧장 방송정책과 규제를 담당하는 방송위원이 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학계와 방송계에서는 방송위원회가 메이저 방송사들의 위세와 방송사 출신 방송위원의 친정 감싸기 탓에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늘까지는 방송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일하다가 내일부터는 시청자들을 위해, 공익을 위해 방송사업자를 규제하고 감독하겠다는 것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겠는가? 현직 KBS 감사의 방송위원 선임은 문자 그대로 어불성설이다.    

둘째, 직업윤리, 조직윤리 측면에서 심각하게 불신받고 있는 인사가 공정성과 투명성을 핵심 덕목으로 하는 방송위원이 되는 것은 언어도단이 아닐 수 없다. 강동순씨는 수차례에 걸쳐 KBS의 기밀에 속하는 내부 문건을 밖으로 빼돌려 야당에 제공했다는 의혹을 벗지 못하고 있다. 그는 지금도 자기는 아니라고 큰 소리를 치고 있지만, 한나라당 혹은 강 감사와 거래한 의원은 그의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지 않겠는가? 예컨대 한나라당의 누군가가 업무상 지득한 내부정보를 외부로 빼돌려 한나라당을 공격한다면 한나라당은 이를 용납하겠는가?

셋째, 자신의 사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저돌적으로 덤벼드는 인사가 방송위원회와 같은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합의제 의사결정에 적합한 지, 사람이 그토록 없는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강씨가 그간 보여 왔던 행태 그대로 세계관과 정치적 입장이 다르면 무조건 적이나 악으로 규정해 일방적으로,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양상이 여의도에서 목동으로 장소를 옮겨 재현된다면, 방송위원회는 정책은 오간 데 없고 정략만이 판치는, 그야말로 정치적 이전투구의 난장판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우리는 최근 강동순씨가 최근 고려대에서 했다는 발언을 기억하고 있다. 그는 학생들에게 김대업 사건과 대통령 탄핵 때 "국민의 방송인 KBS가 광적으로 방송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말 같지도 않은 이 말을 이렇게 바로잡아 돌려주고 싶다.

"방송위원 선임을 통해 국민의 방송을, 특히 KBS를 장악하기 위해 한나라당과 강동순씨가 광적으로 뛰고 있다."

한나라당에 촉구하고 경고한다. 강동순씨에 대한 방송위원 추천을 취소하라! 방송위원회까지 미친 광기를 제발 거둬들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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