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씨: "대통령을 다시 뽑는다면 이번에는 대학 나온 사람을 뽑겠다는 글을 쓰신 적이 있는데... "
전여옥 대변인: "네. 저는 지금도 그 신념을 갖고 있어요. 왜 그러냐면 우리 국민의 60%가 이미 대학을 나온 국민이에요."

   
▲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 ⓒ 연합뉴스
일파만파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의 지난 2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인터뷰 중 한 대목이다. 이날 전여옥 대변인은 "국민 60%가 대졸자"라는 말을 세 차례나 언급했다. "국민의 지식수준이라든가 또는 국민의 학력 형태도 대학 졸업자가 60%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대학을 다닌 경험이 있는 분이 이 시대에 적절하지 않나 생각했다"라는 말도 했다.

그러나 해방 이후 한국 대학교육이 일반화된 것이 그리 얼마 되지 않은 사실을 생각할 때, "국민 60% 대졸자"라는 말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말이다. 국민 60%가 대졸자이려면 주변에서 보는 모든 사람들, 즉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를 포함해 남녀노소 다섯 중 셋이 대학을 나왔다는 말인데, 그것이 일반적 현상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분명히 할 것은 설령 국민 90%가 대학을 나왔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10%를 차별하거나 소외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전여옥 대변인의 "국민 60% 대졸자" 언급이 이슈가 된 만큼, 그 말 자체의 사실 여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한국의 대졸자는 얼마나 될까?

25세 이상 중 대졸학력 24.3% 불과…고졸 39.4%

통계청이 센서스(인구주택총조사)를 바탕으로 산출하는 '25세 이상 인구의 학력 구성비'라는 통계가 있다. 일부 25세 미만 나이에 대학을 졸업한 사람도 있긴 하지만 작은 비중이라고 할 때, 이 수치로 한국 성인 전체의 학력분포를 파악하는 데에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 25세이상 인구의 학력구성비 ⓒ통계청
가장 최근의 자료인 2000년 센서스 기준 통계에 따르면, 25세 이상 인구 가운데 대졸 학력을 가진 사람은 24.3%에 불과하다. 남자가 31.0%, 여자가 18.0%이다. 고졸 학력 39.4%, 중졸 학력 13.3%, 초졸 이하 학력 23.0%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성인 인구 넷 중 한 명 정도만이 대학 졸업장을 갖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만한 수치는 1980년대 이후 대학교육의 확산에 힙입어 크게 늘어난 결과이다. 5년 단위로 집계한 이 수치가 10%를 넘은 것은 1985년에 이르러서이다. 1975년 5.8%, 1980년 7.7%였던 것이 1985년에 10.2%를 기록한 것이다. 이후 1990년 14.1%, 1995년 19.7%, 2000년 24.3%로 높아지는 추세로 볼 때 2005년 현 시점에서는 더 높겠지만, 가까운 장래에 60% 돌파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국인 평균교육년수는 10.6년…고교 1년 이수가 평균치

'평균교육년수'라는 통계도 있다. 6세 이상 인구 가운데 재학 중인 학생수를 제외한 전국민 교육년수의 평균값이다. 역시 2000년 센서스 기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교육년수는 10.6년(남자 11.5년, 여자 9.8년)이다. 즉 평균적인 한국인은 고등학교 1학년 정도의 교육을 이수한 셈이다.

연령대로 조사한 평균교육년수를 보면 △20대(20∼29세) 13.1년 △30대(30∼39세) 12.8년 △40대(40∼49세) 11.2년 △50대 이상 7.2년으로 나타났다. 대졸자가 60%에 이르려면 평균교육년수가 14년(2년제 대학졸업)∼16년(4년제 대학졸업)을 넘어서야 하지만, 교육년수가 가장 높은 20∼30대에도 이에 미치지 못함을 볼 수 있다. 특히 대부분 대권후보가 포함되는 '50대 이상'의 경우에는 평균적으로 중학교 1학년 정도를 이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졸' '대졸'의 의미가 연령대별, 시대별로 크게 다르리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고교 졸업하는 해 대학진학률 60% 넘은 것은 1997년부터

대학과 관련해 60%를 넘는 통계도 있다. 고등학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이 그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의 '교육통계조사'에 따르면, 2004년 고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당해년도)이 81.3%에 달한다. 재수생을 포함한 대학 진학자 전체 숫자는 고교 졸업생 수를 넘었다(101.0%).

당연히 대학 진학률이 계속 높아져왔기 때문에 전국민의 대졸자 비율이나 평균교육년수가 높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고교 졸업생의 당해년도 대학 진학률이 50%를 넘은 것은 1995년에 이르러서부터다. 10년밖에 되지 않은 것이다. 당해연도 고교 졸업생 대비 대학 진학자(재수생 포함) 비율이 50%를 넘은 것도 1981년이 처음이다. 이 해는 5공 정권이 대학 졸업정원제를 실시, 입학정원이 대폭 늘어난 첫 해다. 

당해년도 고졸생 대학진학률을 보면 1993년까지 30%대에 머물다가 1994년 45.3%, 1995년 51.4%, 1997년 60.1%, 2001년 70.5% 등으로 크게 늘어났으며 2004년에 80%를 넘게 됐다. 당해년도 고졸생 대비 대학진학자 비율은 1994년에 63.1%, 1995년 74.2%, 1997년 85.8%, 2002년 94.9%, 2004년 101.0% 등의 추이를 보였다. 최근 100%가 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교육열과 대학정원은 늘거나 비슷한데, 고등학생 숫자는 줄기 때문이다.

1966년 대학진학자 비율은?

참고로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상고를 졸업한 1966년 대학 진학자는 얼마나 됐을까? 이해 고교졸업생은 12만9301명이고, 이중 대학진학자는 3만6523명(28.2%), 전체 대학진학자(재수생 포함)는 4만3878명(33.9%)였다(교육부 교육통계조사). 그런데 이러한 수치를 볼 때 유념해야 할 부분이 있다. 당시 고교졸업생이 동년배 중 차지하는 비중은 지금과 크게 달랐다는 점이다. 1966년 기준 초등학교와 중학교 졸업생의 당해년도 상급학교 진학률은 각각 54.1%, 65.7%에 불과했다. 따라서 노무현 대통령과 동갑인 1946년생 가운데 대학에 진학한 비율은 훨씬 낮을 것이다.

대통령은 한 사례일 뿐, 이는 대통령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25세 이상 국민 가운데 넷 중 셋은 대학 졸업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들은 전여옥 대변인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아울러 "국민 60% 대졸자"라는 말을 검증없이 받아쓴 언론 보도를 접한 '76%의 독자들'은 어떠하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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