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시대요? 열린우리당 지도부 회의에서 얘기해본 적도 없습니다." 열린우리당 김현미 대변인은 16일 오전 국회에서 미디어오늘 기자와 만나 MBC '영웅시대'에 대한 정치적 외압설을 일축했다.

김 대변인은 "영웅시대의 정치적 외압설 주장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 요즘 시대에 정치적 외압이 말이 되느냐"며 "정치적 외압이 있었다면 구체적 근거를 대야지 근거 없이 얘기하는 것 자체가 논란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이명박 서울시장을 겨냥해 "외압 논란을 오히려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은 MBC의 드라마 '영웅시대' 조기 종영과 관련, 정치적 외압설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 실체 없는 의혹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영웅시대' 정치적 외압설은 실체도 없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동아일보·서울신문, '정치적 외압설' 의혹 부풀리기

   
▲ 동아일보 16일자 31면
15일자 일부 조간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영웅시대' 조기종영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동아일보는 <'영웅시대' 연기자 반발 이유 있다>는 사설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 끝나는 MBC 드라마 '영웅시대'의 출연자들이 집단 반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며 "'영웅시대'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이명박 서울시장을 미화한다는 이유로 조기 종영된다는 '정치적 외압설'이 파다했던 드라마"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영웅시대의) 작가가 시사했던 대로 '여권으로부터 조심해서 쓰라'는 외압이 있었다면 이는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라며 "정치성을 띤 드라마가 외압설과 함께 조기 종영되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서 끝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만약 무엇 무엇이라면 무엇 무엇이다'라는 가정법을 통해 정치적 외압설을 언급했다. 그러나 정치적 외압에 대한 구체적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 서울신문 16일자 31면
서울신문은 <볼썽 사나운 드라마 조기종영 논란>이라는 사설을 통해 "MBC 드라마 '영웅시대'를 조기 종영키로 한 데 따른 논란이 볼썽사납게 전개되고 있다"며 "MBC가 담당 PD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겠으며, 마지막 회 녹화 직전 조기 종영하는 이유를 해명하겠다는 각서를 써 사태는 겨우 진정됐다"고 주장했다. 서울신문은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왜 MBC가 이토록 이 드라마의 조기 종영에 집착하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방송 드라마인 '영웅시대'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웅시대'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이명박 서울시장을 지나치게 미화했다는 비판이 나온 것도 사실이다.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영웅시대'가 박정희 시대를 다루면서 박 전 대통령과 이명박 서울시장을 띄운다는 비판을 일부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MBC 모호한 처신 정치적 공방만 키워"

   
▲ 중앙일보 1월16일자 34면
중앙일보는 라는 사설에서 "MBC의 모호한 처신은 오히려 정치적 공방만 키웠다. 시청자의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지 못한 부분도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특정인물에 대한 지나친 미화나 과도한 띄워주기를 지적하는 일부 여론이 있었으나 묵살하고 더 부풀리는 쪽으로 나아간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영웅시대'가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돼 온 것과 정치적 외압은 별개의 문제이다. 정치적 외압이 근거를 갖기 위해서는 일부 언론이 지적하는 여권, 즉 열린우리당에서 '영웅시대' 종영에 대한 압력을 넣었고 MBC에서 이를 받아들여 조기 종영하게 됐다는 '시나리오'가 성립돼야 한다.

하지만 '영웅시대' 정치적 외압설은 구체적 근거와 실체도 없이 모락모락 '의혹의 연기'만 피우고 있다. '영웅시대' 정치적 외압설에 대한 실체는 정치적 외압설을 제기한 '영웅시대'의 작가와 당사자격인 MBC, 의혹 부풀리기에 나서고 있는 일부 언론들이 풀어가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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