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합뉴스
민주당 이정일(57) 의원의 ‘불법도청’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자신의 선거운동원들이 지난해 4·15 총선에서 상대 후보 운동원의 집에 불법도청을 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의원의 측근 3명이 구속된 데 이어 이 의원 부부와 전남일보의 대표까지 불법도청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건을 담당한 대구지검은 이 의원이 도청사건에 개입한 혐의를 잡고 오는 18일 피의자 신분으로 이 의원을 소환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이 의원은 “도청사실을 몰랐다”며 자신의 연루 의혹을 일축했다. 이 의원은 국회 상임위가 마무리되는 오는 24일 이후에 검찰에 출두하겠다는 입장이다.이정일 의원의 한 측근은 15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검찰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 의원이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자신과 민주당에게 적지 않은 정치적 도덕적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수사결과에 따라 이 의원의 사법처리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의원은 제16대 총선에 이어 제17대 총선에서도 당선된 재선의원이다. 이 의원은 총선 때마다 여론의 관심을 받았던 인물이다. 지난해 총선에서는 55.5%의 득표율로 열린우리당 민병초 후보(39.7%)를 여유 있게 누르고 당선됐다.

대통령 탄핵역풍으로 열린우리당 후보의 강세가 예상됐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 의원의 당선을 현역 의원이라는 인지도와 조직력, 자금력 등이 뒷받침 됐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재산이 많은 인물이다. 그는 지역구 의원 재산 순위에서 정몽준 정의화 의원 다음인 제3위에 이름을 올렸다. 신고된 금액만 106억5700여만원이다. 이 의원은 언론계와도 인연이 깊다. 그는 1992년부터 2000년까지 전남일보 사장과 회장 겸 발행인 등을 지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지난 2000년 16대 총선 과정에서 전남일보를 정계진출의 발판으로 삼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은 지난 2000년 5월 성명을 통해 “이정일씨는 전남일보의 전 회장으로 이번 총선에서 전남일보라는 언론을 당선의 도구로 삼은 인물”이라며 “전남일보는 악의적 편파보도를 통해 이씨의 당선도구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당시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전남일보 편파보도 공동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켜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 의원은 거센 반발 속에서도 16대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그는 이후 민주당에 입당해 중앙당 후원회 수석 부회장과 사무총장을 지내는 등 당의 중책을 맡아 왔다. 이 의원은 막강한 재력과 조직력을 자랑하며 지지기반을 다져왔지만 ‘불법도청’이라는 돌발변수가 떠오르면서 정치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