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대표이사 후보 선거의 닻이 본격적으로 올랐다. 기호 1번 양상우 후보와 기호 2번 정태기 후보, 두 후보 모두 변화와 개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으나 구체적인 방법론을 두고서는 입장이 조금씩 엇갈린다. 한겨레 구성원들은 두 후보 모두에 대해 기대반 우려반의 반응을 보이고 있어 오는 18일 이뤄질 투표에서 접전이 예상된다.

양상우 "전직 경영진 네트워크 구성"…정태기 "기업경영 경험 강점"

   
▲ 한겨레 기호 1번 양상우 후보(왼쪽)와 기호 2번 정태기 후보
한겨레 내부에 위기의식이 팽배한 만큼 구성원들은 무엇보다 두 후보의 경영 능력에 주목하고 있다. 한겨레는 '광고수입 증대'가 당면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기호 1번 양상우 후보는 대외 영업 활동을 위해 전직 대표이사와 임원들을 중심으로 경영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양 후보는 지난 14일 내놓은 홍보물에서 "권부와 재계, 재벌의 '깊은 곳'으로부터 나온 특종취재 인맥은 언제든 영업력 확보를 위한 인맥으로 전환할 수 있다"며 '평기자 출신 40대 후보'에 대한 막연한 편견을 거둬줄 것을 주문했다.

양 후보는 "모든 조직과 기업이 그러하듯 한겨레에도 여전히 창간 세대의 연륜과 지혜가 필요하지만 창간 세대의 경륜에 후배들의 젊은 열정과 시대감각이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호 2번 정태기 후보는 신세기통신 대표이사 등 다년간의 기업경영 이력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정 후보 쪽은 "신세기통신이 에스케이텔레콤에 인수합병되는 과정도 정부가 경쟁 과열을 막기 위해 5개 업체를 3개로 줄이는 정책을 펴면서 포스코가 자신이 가진 지분을 정리하게 되어 인수합병이 이뤄졌을 뿐 CEO의 무능에 따른 것은 아니다"라며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한겨레가 어려운 때인 만큼 경영전문가 수혈이 절실하다는 시각이 있는 한편에선 후보가 올해 65세로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일부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조직통합도 과제…두 후보 모두 '원칙인사' 강조

경영위기 타개와 함께 한겨레 차기 대표이사의 또 다른 핵심 과제가 세대간, 업무간 통합이다. 이를 위해 두 후보가 공통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 '원칙 있는 인사'다.

양상우 후보는 "그동안의 주관적 인사는 사라질 것이며 대신 직무가 사람을 부르는 인사를 부르게 될 것"이라며 직무와 시스템에 따른 인사원칙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기업의 젊은 오너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능력있는 임·직원들을 영입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이미 흔한 일"이라며 "한겨레 공동체에 필요한 분이라면 혼신의 힘을 다해 모시겠다"고 밝혔다.

정태기 후보 역시 '법치'를 강조하고 있다. 정 후보는 지난 14일 발행한 홍보물에서 "자유로운 분위기도 좋지만 자기 일에 대해서는 책임지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며 "인사에서는 더욱 그렇다. 공과에 대한 평가와 상벌이 정확해야 조직이 발전한다는 것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정 후보 쪽은 지난 4일 내놓은 첫 홍보물에서 그의 추대 과정을 설명하면서 △업무·편집간 의기 투합 △추대 과정에서 사내 파벌 문제가 상당 부분 극복된 점 △세대간 통합을 이를 수 있는 계기 마련 가능성 등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양 후보는 "경영은 집행이고 실천"이라며 "그럴 듯한 경륜과 연륜으로 한겨레 구성원과 나아가 한국 사회를 대충 얼버무리고 봉합하고 입닫게 하는 절충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 후보가 지난 92년 한겨레를 그만두게 된 과정을 설명하면서 그가 한겨레 사장으로 다시 들어올 경우 오히려 내부 분열이 심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정 후보 쪽은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며 "한겨레의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당시 소원했던 분들까지 나서서 후보로 모셔온 지금 정 후보를 포함한 한겨레의 과거가 한겨레의 미래를 발목 잡을 수는 없다"면서 그의 파벌은 '한겨레'라고 강조하고 있다.

멀티미디어그룹 지향…양 '온라인 강조' 정 '신문혁신 우선' 각론 엇갈려

양상우 후보나 정태기 후보나 한겨레가 장기적으로 '미디어그룹'을 지향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다만 구체적 방법론을 두고서는 미세하게 견해가 엇갈린다.

양 후보는 온라인을 살려 오프라인 신문을 살리겠다는 입장이다. 온라인에 대한 전면적인 조직 개편과 과감한 투자로 온라인 매체 1위로 올라서 온-오프 통합광고 유치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한겨레가 '토널 뉴스서비스 공급기지'를 포함하는 멀티미디어그룹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정 후보는 지향은 멀티미디어그룹이지만 그 출발점은 신문개혁이라는 입장이다. 양질의 컨텐츠만 확보한다면 이를 가공해 판매하는 경로의 확보는 상대적으로 쉬워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 후보는 이 시대 진보적 가치에 대한 합의 도출을 위해 대토론회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정 후보는 이와 함께 "종이신문의 특성은 아직 독보적"이라며 "한겨레는 50~70만부 정도의 유가부수는 되어야 한다"고 오프라인 신문에 대한 투자를 강조했다.

물론 양 후보 쪽도 '참여'와 '깊이' '차이'가 있는 신문으로 오프라인을 강화하겠다는 그림을 그려놓고 있다.

한겨레 '변화'와 '개혁'을 주도할 자 누구인가

두 후보 모두 변화와 개혁을 말하고 있다. 선거 결과는 각축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창간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한 한겨레가 변화에 목말라 있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오는 18일 한겨레 정규직 임직원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주목된다.

긴 설 연휴를 끝내고 15일 저녁 서울 공덕동 한겨레 사옥에서 열리는 후보토론회가 한겨레 차기 대표이사 선거운동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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