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미 대사에 내정된 이후 중앙일보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는 모습. 중앙일보 제공. ⓒ연합뉴스
15일 주미대사로 임명된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이 유엔 사무총장 자리에 대해 "어느 적당한 시점이 됐을 때 정부가 도와주면 유엔 사무총장을 하고 싶은 꿈을 갖고 있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홍 대사는 언론사 소유지분에 대해서는 "어떠한 지분도 처리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이를 요구하는 것은 헌법의 기본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선전국 어디에서도 대주주의 사회활동이 소유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 대사는 이날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주미대사로 정식 임명장을 받은 뒤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홍 대사는 '유엔사무총장을 두고 청와대와 조율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무총장 문제는 제가 이해하기에 아시아에 차기 총장 자리가 주어질 여러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누가 됐던 한국인이 그 자리에 가게 되면 한반도의 여러 가지 문제를 관리하는데 국제사회에서 기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데 중요하다. 어느 적당한 시점이 될 때 정부가 도와준다면 꿈을 갖고 싶은 것도 솔직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홍석현 "내 중앙일보 소유지분 처리 요구는 헌법 기본권 침해"

홍 대사는 제의를 받은 과정에 대해 "이런 저런 고려 끝에 나를 추천한 분이 몇 분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대통령이 (나를) 주미대사 자리에 오게 한 발상을 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사전에는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조세포탈을 큰 범죄로 인식하는 미국에서 아그레망을 부여해 외교활동의 지장이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이 자리에서 다시한번 99년의 일을 말할 자리는 아니다"라며 "(미 당국자들도) 나름대로 판단을 갖고 있는 분이라 생각하고…어떤 의미에서는 국민의 정부를 계승한 참여정부가 대사직을 임명한 사실도 99년 사태에 대해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 데에서 안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홍 대사는 한미관계에 대해 "지난 2002년 대선 거치는 과정에 있었던 두 여중생 사건, 그에 따른 촛불 시위, 우리 사회에서 반미의 구호가 과거와 달리 여과없이 나오는 등 한미간 새로운 관계 설정의 문제가 대두됐다"며 "한미동맹관계의 중차대성을 비춰볼 때 청와대나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나에 대한 기대로 표출된 것은 정부와 정부간 공고한 관계를 바탕으로 해서 한국 사회에 미국사회의 오피니언 리더그룹·지식인·언론·학계에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감정의 앙금을 잘 처리해달라는 걸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현실서 가장 낮은 조련사는 채찍쓴다"

홍 대사는 북핵문제에 대해 "주미대사직을 수락한 배경에는 나와 중앙일보가 사실 보수지 가운데서는 일찍이 95년부터 일관되게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해오고 그에 대한 여러 가지 기획을 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북을 국제사회 일원으로 끌어내는 정책을 실천해 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교현실에 있어서 당근과 채찍이 존재하지만 말의 최고 조련사는 각설탕이고, (말은) 당근보다 각설탕을 더 좋아한다"며 "가장 수준이 낮은 조련사는 채찍으로만 조련한다. 방법의 차이는 있겠지만 도달하고 싶은 목표지점은 한반도 비핵화 통해 북한을 국제사회 일원으로 복귀시켜서 경제발전을 위한 당근이 제공되고 그것을 통해 인권이 개선되고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북일관계가 전부 개선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북핵 보유가 일리 있다"는 노 대통령의 LA 발언에 대해 홍 대사는 "YS 한완상 부총리가 통일원 장관으로 임명된 뒤 이인모 노인 송환되고 민족보다 우선하는 것은 없다고 할 정도로 남북화해무드가 있었다. 남북정상회담 예정된 상황에서 김일성 주석이 돌아가셨고 6년 동안 아무 진전 없다가 2000년 6.15 정상화담이 열렸다"며 "(그러나) 클린턴에서 부시로 미 대통령이 바뀌었고 북의 태도 등으로 인해 다시 위기 상황이 온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런 10년 동안의 역사적 배경을 놓고 볼 때 그런 충분한 뒷배경 설명으로 대통령이 하실 수 있는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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