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 부대 취재를 위해 국방부의 불허를 뚫고 아르빌에 들어간 MBC 취재진에 대해 국방부가 취재거부를 한 것은 여전히 군이 은폐를 하려 하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이번 MBC 취재진의 현지 취재에 대해 국방부는 '개별취재에 대해서는 일주일만 허용한다'는 자이툰 부대의 홍보지침에 따라 일주일만 머물러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방부는 부대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전 언론사에 보도자제를 요청한 바 있다. 또한 부대 정착이 끝난 뒤엔 언론사들에 대해 적극적인 취재지원을 수차례 약속했다. 언론사들은 이를 수용해 부대 정착이 끝나기까지 보도를 자제해왔다.

그러나 지난 10월 초 현지에서 테러위협과 관련된 첩보가 들어오고 있다는 이유로 국방부와 NSC는 자이툰 부대와 관련된 일체의 취재의뢰에 대해 '로우키(Low Key: 소극적 보도자제 요청)'라는 방침을 정했다.

국방부 자이툰부대 홍보방침 '로우키'…현지 취재는 기간 통제

MBC가 지난 18일 아르빌에 도착하기 전까지 현지에는 국방일보와 아리랑TV 등 정부 소유 매체만이 활동하고 있으나 현지사정에 대해서는 거의 보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실상 그동안 자이툰 부대에 대한 언론들의 독자적인 취재는 거의 불가능했다.

국방부와 NSC는 여전히 로우키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군 관련 고위 인사나 정부 인사가 자이툰으로 출발할 때 보안을 유지하고 다녀와서 신문사 동정란 정도에만 실리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자국민을 보호하고, 자이툰 부대의 안정을 위해 불가피하게 자이툰부대에 대한 일체의 대언론 홍보를 아직 '로우키'로 유지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언론사가 현지에 파견돼서 다치거나 사고를 당해도 해당 언론사가 책임져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누구 한 사람이라도 다치면 국방부와 정부 책임을 묻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MBC 등 일부 언론사들은 국방부측에 자이툰 부대의 취재 허용을 공식적으로 수차례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MBC, 아르빌 독자 파견은 불가피한 선택"

MBC가 지난 18일 독자적으로 아르빌에 도착, 오는 1월 말까지 취재를 하겠다고 하자 국방부는 일주일 간만 취재를 허용하고 돌아가라고 요청했다. 일주일이라는 기간은 해외파병시 현지에서 효율적으로 언론을 통제하기 위한 홍보지침에 따른 것이다. 현지에 도착해서도 안전문제와 무관한 취재제한 요소가 있다는 게 MBC측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합참 관계자는 "개별 취재 요청은 일주일을 허용하도록 내부지침을 정해뒀다"며 "다만 기획프로그램의 경우 필요하면 현지 부대에서 기간을 조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이툰 부대에 대한 취재가 이처럼 '로우키' '공식취재 불허' '현지에서의 취재제한' 등 여러 측면에서 제한돼있기 때문에 MBC가 불가피하게 독자적인 취재진 파견이라는 방법을 사용하게 됐다는 게 언론계 안팎의 지적이다.

MBC의 현지 취재 과정에서 불거진 취재거부나 비협조도 자이툰부대에 대한 정부의 근본적인 취재제한 방침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시청자, 우리 군 뭐하나 의문들면 군 입장 곤란해질 것"

이에 대해 대미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자이툰 부대에 대한 정부의 전반적 통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재미 언론인 출신 김민웅 박사는 "현재 쿠르드족이 독립하려는 움직임과 함께 이라크 내전의 움직임도 감지되는 등 현지 정세가 만만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면서도 "반면 아르빌 현지에서는 위험한 상황이 아직 발생하지 않고 있어 시청자들로 하여금 '도대체 우리 군이 저기에 왜 가있나' '뭘 하러 간걸까' 하는 의문이 드는 순간 우리 군의 입장은 곤란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특히 화면이 주는 정서적 효과는 지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폭발력이 있어서 작은 부분이라도 현지 부대에 대해 비판하는 장면이 나오게 되면 자이툰 파병의 정당성까지도 재론해야 한다는 여론이 쉽게 형성될 수 있다"며 "이번 MBC 취재진이 자력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도, 현지에서 취재를 거부한 것도 이 같은 이유로 정부가 언론에 대해 전반적인 통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합참 관계자는 "국방부의 자이툰 부대 취재지원 방침에 대해 '편향성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언론에 은폐하려 하거나 오해를 받으면서 감추고자 하는 것은 없다"며 "부대의 안전과 국내외에 끼칠 영향을 고려해 판단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타 언론사 항의 설득력 떨어져"

한편, 일각에서는 MBC 취재진의 아르빌 자력 파견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방송사 기자들이 국방부측에 항의해 결과적으로 지난 10월 초 동행취재에 이어 2차 자이툰부대 취재의 기회를 얻게 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MBC가 공식적인 방식으로는 도저히 아르빌 취재 기회를 얻을 수 없어 나름대로 목숨을 걸고 현지에 들어가는 방법을 선택했음에도 다른 언론사들은 과연 이 같은 노력을 했느냐는 것이다. MBC가 자력으로 현지에 도착한 것을 보고나서야 국방부에 항의하는 것은 일의 선후가 뒤바꿨다는 것이다.

합참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다른 방송사 기자들이 '우리도 수차례 요청했는데 국방부가 그동안 위험하니 안된다고 해서 안 간 것인데 MBC가 들어간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느냐'며 자신들도 독자적으로 보내겠다는 의사표명을 했다"며 "그렇다고 MBC가 독자 취재한 것을 사전에 우리가 어떻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다른 언론사들이 실제로 사전 요청없이 몰려들 경우 수용하거나 지원하는데 있어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고민스러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