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지역 고교생들의 여중생 집단성폭행 사건과 관련한 기사와 사진 등으로 인터넷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대부분 언론들이 경찰이 발표한 자료를 근거로 한 최초 보도에서 피해 여중생의 성(姓)과 사는 곳을 노출, 신중치 못한 보도로 질타를 받은 것부터 경찰의 약속 파기와 폭언, 경찰서 및 교육청 홈페이지에 가해지는 항의성 글, 가해자들로 알려진 사진 노출과 왜곡 등 이번 사건을 둘러싼 파장이 인터넷을 통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가해자들이라고 인터넷에 돌고 있는 사진 상에 사건에 가담하지 않은 학생들도 포함돼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이에 반발하는 사람들이 해당 기사를 쓴 기자의 미니홈피에 집중 포화를 가하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특히 유언비어까지 유포되는 등 인터넷의 부작용도 동반되고 있다.

포털사이트 ‘이슈’로 등재

이 사건이 점차 확대되면서 각 포털사이트들도 이에 대한 기사 등을 묶어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미디어다음(media.daum.net)은 ‘포커스’코너에 ‘밀양 고교생 집단성폭행 사건’을 별도로 등재해 각 언론사의 기사와 사진 등을 일별해 보여주고 있다. 네이버(www.naver.com)도 핫이슈 코너에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을 걸어놓고 관련기사와 사회토론장을 링크해놓고 있다.

또 각 포털사이트의 뉴스 섹션에는 관련 기사들이 ‘많이 본 기사’로 올라가 있으며 수많은 댓글과 논쟁이 이뤄지고 있다.

촛불행사 개최 

   
▲ 촛불시위 행사에 대한 알림
이번 사건에 분노한 인터넷 대중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촛불행사도 열렸다. 11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와 부산 서면 롯데백화점 앞에는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과 경찰의 미흡한 수사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퍼졌다.  

네티즌들은 10일경부터 경찰의 철저한 수사와 진상조사 촉구, 성폭력범에 대한 처벌강화, 성폭행 피해자를 홀대하는 사회분위기 개선 등을 모토로 촛불시위를 열자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촛불시위에 모인 사람들은 자유발언과 피켓시위 등을 자발적으로 펼쳤다. 이들은 디시인사이드, 웃긴대학 등의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로 알려졌다.

강지원 변호사 ‘성폭생 여중생’ 무료 변론 자청

‘청소년 지킴이’로 알려진 강지원 변호사는 “네티즌 사이에서 ‘강 변호사가 사건을 맡아달라’는 요청이 쇄도해 무료변론에 나서게 됐다”고 12일 밝혔다. 경찰 수사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낸 인터넷 대중들이 강 변호사에게 이번 사건의 변론을 맡아줄 것을 적극 요청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강 변호사는 이번 수사가 피해자의 감수성에 기초해서 이뤄졌는지 면밀히 점검하고 수사과정에서 제기된 피해자 신원노출, 수사 경찰의 모욕적인 발언, 가해자 협박 등의 문제점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것임을 천명했다. 강 변호사는 오는 15일 이미경 전국 성폭력상담소 상임대표와 함께 울산을 방문, 피해자 부모를 만나고 울산지역 여성단체들로 꾸려진 대책위원회 관계자와 사건 변론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여성부 “여성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인식”

여성부도 홈페이지(www.moge.go.kr)를 통해 10일자로 <“밀양 집단성폭행 사건”과 관련, 여성부 입장>이라는 팝업을 띄워 “여성부는 이번 일을 여성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인식하고, 온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철저한 수사와 재발방지를 위해 경찰청 등 수사기관 및 교육인적자원부에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도록 요청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으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피해 여학생 및 여학생의 가족에 대해 여성부는 상담 및 치료비 지원금 등 적극적인 보호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여성부 홈페이지 팝업창으로 올라온 [여성부의 입장]
여성부는 이어 “더불어 올바른 성교육이 실시될 수 있도록 각급 교육청을 비롯한 관계기관과의 협력 강화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이고 앞선 9일 홈페이지 게시판에 ‘여성부 홍보실’ ‘여성부 대변인’이라는 명의로 “여성부는 밀양사건과 무관하며, 여성부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관여하지 않을 것”이란 내용의 글은 여성부와 전혀 무관한 의견이라고 밝혔다.

밀양 경찰서 홈페이지 ‘뭇매’

밀양 경찰서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네티즌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피해 여중생들의 여경 조사 요구 묵살과 비하성 폭언, 책임 회피 등에 대한 비난글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밀양 경찰서는 홈페이지에 밀양경찰서장 명의로 ‘시민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팝업창을 띄워 “울산 남부경찰서에서 조사중에 있는 불미스런 사건에 밀양지역 일부 학생이 연루되어 시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 드립니다”고 적어놨다.

   
▲ 밀양경찰서 홈페이지의 팝업창
또 공지사항에는 11일자 글쓴이 ‘서장’ 명의로 <울산 여중생 집단 성폭행사건의 진상을 알려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려놓고 “이번 사건은 경남 밀양에서 발생하였으나 피해 학생들이 울산광역시에 거주하고 있어 경남이 아닌 울산지방경찰청 울산남부경찰서에 피해사실을 신고함으로써, 울산남부경찰서에서 전적으로 책임지고 진행해 왔다”며 올려놨다.

그러나 이에 대해 울산경찰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등 인터넷 대중들의 비난성 글이 자유발언대를 통해 쇄도하고 있다. 아이디 ‘황규원’은 <밀양경찰서가 해야 할 일은 책임회피가 아니지 않습니까???>를 통해 “울산경찰서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마시고 좀 제대로 일처리하십시오”라며 “사건이 일어난 데는 울산이 아니라 밀양인걸로 아는데 왜들 발뺌하려고 하시는지....?”라며 질타했다.

가해자들 신원노출?

지난 9일경에는 가해학생들이라고 알려진 경남 밀양지역 고교생들의 이름과 사진 등이 인터넷상에서 빠른 속도로 나돌았다. 싸이월드 등의 인터넷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된 이 사진과 이름, 미니홈피 주소 등은 그러나 실제 가해학생과 무관한 학생들의 것도 있다고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이 사진에는 집단 담배 흡연, 회식 장면 등의 사진과 함께 수십 명의 실명과 출신학교, 휴대전화 번호 등이 게시돼 있다. 또 가담학생의 여자친구로 피해학생들을 비하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며 이름과 홈페이지 주소 등도 함께 게재된 내용이 포털사이트의 커뮤니티, 미니홈피, 블로그 등을 통해 급격히 확산됐다. 일부 인터넷 대중들은 ‘많은 사람에게 알려서 이들을 응징하자’는 독려까지 하고 있는 실정.

그러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 등에 대해 ‘마녀사냥’식으로 싸잡아 무조건적인 공격과 비난을 퍼부어대 인권침해와 명예훼손의 소지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규탄일변도의 인신공격성 글이 인터넷을 통해 확대재생산되면서 명예를 훼손할 여지가 다분한 것. 특히 법원의 최종판결도 나지 않은 상태인데다 가해자들에 대한 정확한 확인이 없는 상황에서 '사적 응징론'까지 불거지면서 엉뚱한 피해자를 발생시킬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기자 미니홈피 ‘수난’

10일 오전 <집단 성폭행 관련 인터넷 사진 사실과 달라>라는 제하의 연합뉴스 기사를 쓴 기자에 대한 네티즌들의 공격도 만만치 않다. 네티즌들은 이 기자의 미니홈피를 찾아내 12일 하루에도 1000명 이상이 방문하는 등 대부분 비난성 글을 퍼붓고 있다. 사실과 진실의 다른 점 등을 지적하는가 하면 기사의 단어, 사실 확인절차, 홈피 관리 등에 대한 글을 게시판이나 방명록에 숱하게 남기고 있다.

이 기자는 “경남 밀양지역 고교생들의 이름과 사진이 인터넷에 나돌고 있는 가운데 사진속의 학생들이 여중생 집단 성폭행에 가담된 학생들과는 무관한 것으로 밝혀져 제3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밀양지역 고등학교와 학부모들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부터 인터넷상에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에 가담돼 있는 것으로 나돌고 있는 학생들의 사진이 모두 이번 사건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학생들로 나타났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기사에 대한 비판이나 의견이 다른 점은 해당 기자의 이메일 등을 통해 할 수 있는데도 개인의 내밀한 공간까지 찾아내 무차별적으로 비난성 글을 퍼붓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 사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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