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9일 발표된 선언문 전문과 참여자 명단이다.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은 정당하다
- 대마 합법화 및 사회적 금기 해체를 요구하는 문화예술인 선언

지난 10월 19일 영화배우 김부선은 대마를 마약류로 분류하고, 대마의 소지와 사용을 처벌하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제61조 1항 제7호, 8호, 제3조 11호, 제4조 제1항이, 헌법이 보장한 행복추구권, 평등권 그리고 자유권을 위반한다는 요지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제기하였다.

그간 우리사회는 단 한 번도 대마와 관련한 합리적인 논의를 진행한 적이 없었다. 국제적 연구와 견해를 종합해보면 대마는 '중독성', '의존성', '사회성' 등 마약을 구분하는 거의 모든 기준에서 다른 마약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물질이다. 대마를 마약으로 보지 않거나 최소한 다른 마약과 구분하는 것이 보편적 추세이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대마를 사회적 금기로 지정 이후 오늘까지도 대마에 대한 정확한 이해없이 과도한 탄압을 계속하고 있다. 대마에 대한 법적, 사회적 억압은 결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개개인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며 문화적 권리에 대한 중차대한 침해이다.

특히, 문화예술계는 비합리적인 마약정책을 은폐하고 마약에 대한 일방적인 공포 조성을 근간으로 하는 마약정책을 유지하기 위한 희생물로 지정되어 많은 피해를 입은 것이 사실이다. 기본적인 피의자권을 보장받지 못한 것은 물론, 마약 관련 사건이 터질때마다 부도덕하고 반사회적인 집단으로 낙인찍혀온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마약 혹은 대마는 언제라도 한 개인을 인권의 사각지대로 내몰고 삶의 전부를 빼앗을 수 있는 위험한 범죄이다.

우리는 경험적이고 체험적인 이유를 들어 대마의 합법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며 모든 마약에 대한 무분별한 허용을 요구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우리는 앞서 언급한 바 각종 연구와 국제적인 현실이 요구하고 있는 수준에서 대마를 마약류로 분류하고 과도하게 처벌하고 있는 현실에 반대하는 것이다. 대마에 대한 무분별한 처벌 이전에 대마의 사회적 위험성에 대한 정당한 논의를 요구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마약으로서의 대마를 넘어 생태적 작물로서의 자연 그대로의 대마를 원래의 지위로 돌려보내자는 것이다.

문화예술인 일동은 대마에 대한 법적, 사회적 규제의 철폐를 요구한다. 일반 마약류와는 엄연히 구별되는 대마에 대한 과도한 탄압은, 개인의 '취향'과 기호에 대한 과도한 국가의 통제이며 타당한 문화적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이다. 나아가 문화예술인이라는 이유로 가해지는 이중적 처벌에 대한 시정과 사과를 요구한다.

문화예술인 일동은 이번 위헌 소송을 계기로 대마 뿐만 아니라 문신, 동성애 등 일방적으로 강요되고 있는 사회적 금기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가 토론을 통해 한 사회의 문화적 상상력을 극대화하고 창작의 주체들이 자기검열을 통해 창작의 의지를 스스로 꺽어버리는 불행한 과거와의 단절을 요구하는 바이다.

문화예술인 일동은 이번 김부선 씨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이 사회적 금기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라는 점에서, 그리고 문화적 권리를 찾기 위한 개인의 적극적 노력이라는 점에서 적극 지지한다. 그리고 이번 소송에 대한 지지를 넘어 각종 사회적, 문화적 금기에 대한 적극적인 문제제기를 진행할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바이다.

2004. 12. 09

대마 합법화 및 사회적 금기 해체를 요구하는 문화예술인 일동

강내희(문화연대 집행위원장, 중앙대 교수), 강은주(백송), 고길섶(문화평론가), 공미연(다큐멘터리 감독), 김경률(독립영화 감독), 김기덕(영화감독), 김도연(백송), 김동원(다큐멘터리 감독), 김보성(기전문화대학 학장), 김예란(한림대 교수), 김영인(영화배우협회 총무이사), 김완(문화연대 활동가), 김인규(미술교사), 김윤석(백송), 김민경(동아일보 기자), 김선화(씨네오딧세이 대표), 김정민(영화제작자), 김정진(영화제작자), 김정헌(문화연대 상임공동대표, 화가), 김재수(백송), 김종필(문화연대 활동가), 김철주(촬영감독), 김채아란(문화연대 활동가), 김채현(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 김창희(동아일보 기자), 김태현(문화연대 활동가), 김화범(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 활동가), 김형진(문화연대 활동가), 권칠인(영화감독), 나영(문화연대 활동가), 류문수((사)시민자치문화센터 기획실장), 류진옥(프로듀서), 류제홍(문화연구자), 박건우(조명감독), 박재민(캐스팅감독), 박찬욱(영화감독), 박진표(영화감독), 박수진(영화감독), 백동현(촬영감독), 선용진(문화연대 사무처장), 신유아(백송), 신해철(가수), 손태웅(영화감독), 송수연(시민자치센터 사무국장), 송해성(영화감독), 안수현(프로듀서), 안현숙(미술가), 오수원(문화평론가), 오승철(조명감독), 윤영호(독립영화 감독), 윤여관(미술가), 원신연(독립영화 감독), 원용진(문화연대 정책위원회 위원장, 서강대 교수), 원승환(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이경순(다큐멘터리 감독), 이대택(국민대 교수), 이동연(문화사회연구소 소장), 이마리오(다큐멘터리 감독), 이미영(다큐멘터리 감독), 이민영(영화감독), 이모개(촬영감독), 이영준(영화제작자), 이섭(전시기획자), 이상헌(건축가), 이안숙(다큐멘터리 감독), 이원재(문화연대 사무처장), 이지연(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차장), 이지영(CJ엔터테인먼트 한국영화 2팀장), 이혜경(여성문화예술기획 대표), 이혜진(문화연대 활동가), 이현정(다큐멘터리 프로듀서), 이현승(영화감독), 이희도(탤런트), 임수경(여성운동가), 임정희(미술평론가), 임창재(영화감독), 양희재(영화제작자), 장선우(영화감독), 전규찬(문화연대 매체문화위원회 위원장,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전인권(가수), 정기용(문화연대 공동대표, 건축가), 정은희(문화연대 활동가), 정성철(조명감독), 정수연(영화감독), 정승택(촬영감독), 정희준(동아대 교수), 조경숙(미술가), 조근호(영화감독), 조영각(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조용규(촬영감독), 조범준(문화연대 활동가), 지금종(문화연대 사무총장), 지진희(탤런트), 채희승(영화제작자), 천기원(문화연대 활동가), 최승우(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최연정(문화연대 활동가), 최재영(경향신문 기자), 허경(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 활동가), 홍미경(문화기획자), 홍석천(탤런트), 황철민(영화감독,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이상 12월9일 현재 113명, 추가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