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노무현대통령이 지난 12월8일 오전(한국시간 8일 오후) 이라크 아르빌 자이툰부대를 전격방문, 장병들의 파이팅 구호속에 악수하며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도광환
조선일보가 9일자에 노무현 대통령의 자이툰 부대 현지 전격 방문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이례적인 찬사를 보낸 데 대해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조반연)는 9일 논평을 내어 "침략전쟁을 독려하는 게 '비판언론'의 역할인가"라며 비판했다. 또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대해서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들의 낯간지러운 찬사에 도취되어 침략전쟁에 계속 협조한다면 국민적 저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선일보 1면, 3면, 13면에 대대적 보도…사설선 "잘했다" 찬사
 
조선일보는 9일자 1면 머리기사로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 노대통령, 귀국길 자이툰부대 전격 방문>을 싣고 노 대통령이 자이툰 부대원과 파이팅을 외치는 사진과 방문 경로 그래픽을 함께 게재했다. 또 3면에는 <뛰어나온 장병과 얼싸안고 한바퀴…"지극히 행복">이라는 통단 제목과 함께 <노대통령 자이툰 방문 120분>과 <연설 요약>을 실었다.

   
▲ 조선일보 12월9일자 사설
이어 13면에는 <"이 비행기 서울 못간다" 기내 깜짝발표 / 암호 '동방계획' 극비작전 2주일>과 <"장병들 사기 충천…놀랍고 기뻐" / 황의돈 자이툰 사단장>이, 31면에는 사설 <대통령 자이툰부대 방문 잘했다>가 각각 실렸다. 3면과 13면에는 노 대통령의 아르빌 방문 사진이 3장, 2장씩 함께 게재됐다.

조반연은 <침략전쟁을 독려하는 게 '비판언론'의 역할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오늘(9일) 조선일보는 '국정브리핑'으로 변신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대통령의 자이툰 부대 방문에 낯간지러운 찬사를 보냈다"며 "조선일보가 대통령의 자이툰 부대 전격 방문에 대해 찬사를 보낸 속셈을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조선일보는 한국이 이라크 파병을 지속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반연은 조선일보의 이날 사설과 기사에 대해 "침략전쟁에 협조하는 명분없는 파병을 '이라크 평화와 한국을 지키는 일'로 어처구니 없이 미화" "한마디로 미국이 원하는대로만 하면 한미동맹도 잘 된다는 식의 주장" "행여라도 이라크 파병 연장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질 경우를 대비해 미국이 좋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부 여당이 '협박'한 것" "한국의 입장에서 이라크 파병 문제를 자주적으로 판단하는 신문이라면 결코 보일 수 없는 논조" 등의 표현으로 비판했다.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지금 할 일은 자이툰 부대 격려가 아니라 철수"

조반연은 이어 "우리는 이런 '네오콘 기관지' 조선일보에 경고한다"며 "조선일보는 미국이 원하는대로 이라크 파병을 지속해야만 협조를 얻을 수 있다면서 국민의 안전에 눈감도록 만들려는 얄팍한 술책을 더 이상 부리지 말라"고 주장했다.

조반연은 또한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대해서도 "지금 할 일은 자이툰 부대를 격려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속히 한국군을 이라크에서 철수시키는 것"이라며 "조선일보의 추악하고 속보이는 '대통령 치켜세우기'는 인권을 옹호하고 개혁과 진보를 원하는 국민들에게 참여정부에 대한 반감과 저항만 증폭시킨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조반연의 9일자 논평 전문이다.

침략전쟁을 독려하는 게 '비판언론'의 역할인가

오늘(9일) 조선일보는 '국정브리핑'으로 변신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대통령의 자이툰 부대 방문에 낯간지러운 찬사를 보냈다. 조선일보는 1면 머리에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라는 큰 제목과 함께 대통령과 자이툰 부대원들이 환호하는 사진과 기사를 게재했고, 3면과 13면은 거의 면 전체를 자이툰 부대 방문 소식으로 도배하며 대통령이 자이툰 부대원과 포옹하는 장면과 눈물을 닦는 장면이 담긴 사진까지 첨부했다. 또한 사설 <대통령 자이툰부대 방문 잘했다>에서도 조선일보는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머나먼 남의 나라 땅에서 나라를 위해 싸우고 있는 장병들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이번 방문은 반가운 소식이다"라며 치켜세웠다.

이렇게 조선일보가 대통령의 자이툰 부대 전격 방문에 대해 찬사를 보낸 속셈을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조선일보는 한국이 이라크 파병을 지속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대통령의 말 그대로 자이툰 부대는 이라크의 평화를 지키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멀리 떨어진 본국(本國)을 지켜주는 일도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침략 전쟁에 협조하는 명분 없는 파병을 '이라크 평화와 한국을 지키는 일'로 어처구니없이 미화한 것이다.

또한 조선일보는 "우리가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파병한 것도 한국의 안보를 뒤받쳐주는 한·미(韓美)동맹의 유지와 강화를 위해서였던 것이다"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BBC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이라크 파병 지속 의지를 밝힌 데 대해 "올바른 현실 인식이고 파병국가의 대통령이 취할 당연한 자세"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미국이 원하는 대로만 하면 한미동맹도 잘 된다는 식의 주장을 한 것이다. 그런 다음 조선일보는 "파병에 반대하는 84명의 여야 의원들이 전원위원회 소집을 요구해 논란이 예상된다. 대통령이 자이툰 부대를 방문했는데도 집권당 의원들이 더 앞장서서 파병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책임있는 태도라고 할 수 없다"며 이라크 파병 연장동의안에 대한 반대 움직임에 미리 쐐기를 박고 나섰다. 이는 행여라도 이라크 파병 연장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질 경우를 대비해 미국이 좋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부 여당에 우회적으로 '협박'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이런 식으로 조선일보는 한국의 입장에서 이라크 파병 문제를 자주적으로 판단하는 신문이라면 결코 보일 수 없는 논조를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지출한 예산만 해도 수천억원에 이르며, 자칫 이라크 내전에 휘말려 '테러와 보복'의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임에도 조선일보는 이라크 파병 지속을 주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조선일보는 미국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한국의 국익보다 더 우선시하는 '네오콘 기관지'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이런 '네오콘 기관지' 조선일보에 경고한다. 조선일보는 미국이 원하는 대로 이라크 파병을 지속해야만 협조를 얻을 수 있다면서 국민의 안전에 눈 감도록 만들려는 얄팍한 술책을 더 이상 부리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조선일보는 양심적인 시민들에 의해 '전범신문'으로 단죄될 뿐이다. 조선일보는 정녕 하늘이 두렵지도 않단 말인가.

우리는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도 경고한다.

지금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할 일은 자이툰 부대를 격려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속히 한국군을 이라크에서 철수시키는 것이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들의 낯간지러운 찬사에 도취되어 침략전쟁에 계속 협조한다면 국민적 저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조선일보의 추악하고 속보이는 '대통령 치켜세우기'는 인권을 옹호하고 개혁과 진보를 원하는 국민들에게 참여정부에 대한 반감과 저항만 증폭시킨다는 것을 명심하라.

2004년 12월 9일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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