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박아무개 여인은 김정일 위원장의 선물로 디지털 캠코더를 마련했고(보안법 제5조 자진지원·금품수수) 조선일보, 한나라당은 이 모든 것을 인지하고도 신고하지 않았다(보안법 제10조 불고지). 특히 조선일보는 박 여인의 김정일 및 반국가 단체에 대한 찬양·고무를 널리 유포하는 구실까지 하였다."

9일자 한겨레 토론면 '왜냐면'에 실린 독자기고글 <국가보안법을 지켜라…폐지하든가> 내용 중 일부다.

   
▲ 한겨레 12월9일자. 토론면.
이 글의 필자 정선배씨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2002년 북한 방문 전후에 담긴 이야기를 전하면서 "국가보안법의 거의 모든 주요 조항을 위반한 박 여인은, 1950년대 판례로 보면 사형"이라고 주장했다. 

정씨는 "왜 대한민국의 법은 선택적으로 적용되느냐" "왜 '유신 공주'는 유신시대가 끝났음에도 모든 법으로부터 자유로운가"라며 "국가보안법도 폐지되기 전까지는 명백한 법이다. 보안법을 지켜라. 아니면 폐지하든지"라고 글을 맺었다.
 
한편 정선배씨는 9일 미디어오늘과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종이신문에 실리면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을 것 같아 인터넷에서 펀 글을 종이신문의 형식에 맞게 고쳐서 투고했다"며 "작성자를 찾기 힘들 것 같아 본의 아니게 '글도둑질'을 하게 돼 (원문) 작성자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글의 앞부분에 나오는 진나라 이야기는 정선배씨가 추가한 내용이다.

다음은 9일자 한겨레 왜냐면에 실린 <국가보안법을 지켜라…폐지하든가> 전문이다. 

국가보안법을 지켜라…폐지하든가

옛날, 중국 진나라 승상 이사는 한비자와 더불어 법가사상을 통치 이데올로기로 삼고, 직접 실행한 정치가다. 그들의 엄혹한 '법'과 '징벌'은, 진나라 사람들을 '충격과 공포'에 떨게 하였다. 특히 진나라 법이 더더욱 무서운 이유는, '걸고 들면 걸리게 되는' 법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승상 이사 역시 자신이 만든 법에 따라, 수도 함양의 거리에서 허리가 잘리는 처형을 받고 죽게 된다. 무서운 시대였겠지만, 당시 진나라 사람들은 적어도 한가지 원칙은 지켜짐을 인정하였을 것이다. '법은 공평하게 적용된다'는.

2200여년을 지나, 현대 대한민국으로 와 보자. '걸면 걸리는 법'은 진나라와 같은데, 법 적용의 공평성은 고대 진나라보다 저열하다. 적어도 기원전 206년에 멸망한 고대국가의 기초 법 원칙은 지켜야, 세계의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국충정에, 다음의 인물을 '공개 신고'한다.

용의자 박아무개 여인은, 2002년 5월, 3박4일 동안 반국가 단체인 북한에 들어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와 '여성 조선'에 육필 방문기를 썼다.(반국가 단체로 잠입하여 그 수괴와 회합. 보안법 제6조 반국가 단체로의 잠입·탈출. 보안법 제8조 회합·통신.)

용의자는 이 방문기에서,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687명 가운데 약 20%인 138명이 여성이라고 했다. 우리보다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한 듯 보였다"고 하였다.(북한체제 우월성 암시. 보안법 7조 고무·찬양)

"김 위원장은 우리 정치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정치인의 지지도 변화 등에 대해 내가 말할 필요 없이 잘 알고 있어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김정일에 대한 고무·찬양. 보안법 7조 고무·찬양.)

"대화를 나누기 편한 상대였어요. 대답도 시원시원했고요. 되는 건 되고 문제가 있는 건 이런 게 문제라며 조목조목 들었어요. 지난번 김 대통령 방북 때 알려진 것처럼 수준 높은 유머를 구사하더군요."(직접적이고 노골적인 고무·찬양. 보안법 7조 고무·찬양.)

"면담 말미에 김 위원장이 '베이징으로 가면 특별한 스케줄이 있느냐'고 물었다. '없다'고 했더니 '그러면 일부러 돌아갈 필요 없이 판문점을 통해 육로로 가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솔직히 김 위원장의 제의가 반가웠다. 나에 대해 각별히 신경을 쓰는구나 하고 생각했다."(실제로 박 여인은 직통 육로를 제공받음. 보안법 제9조 편의제공)

박 여인은 김정일 위원장의 선물로 디지털 캠코더를 마련했고(보안법 제5조 자진지원·금품수수) 조선일보, 한나라당은 이 모든 것을 인지하고도 신고하지 않았다.(보안법 제10조 불고지) 특히 조선일보는 박 여인의 김정일 및 반국가 단체에 대한 찬양·고무를 널리 유포하는 구실까지 하였다.

심지어 박 여인은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2002년 8월7일치 인터뷰에서 당분간 북한을 방문할 계획은 없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연락을 하려고 하면 할 수 있다"고 말해, 독자적인 대화 루트가 있음을 내비쳤다.

국가보안법의 거의 모든 주요 조항을 위반한 박 여인은, 1950년대 판례로 보면 사형이다. 90년대 이후의 판례로 보아도, 7년 이상의 징역을 산 다음, 청송감호소에서 '자동 연장'되는 보호관찰을 받아야 한다. 왜 대한민국의 법은 선택적으로 적용되는가? 왜 '유신 공주'는 유신시대가 끝났음에도 모든 법으로부터 자유로운가? 국가보안법도 폐지되기 전까지는 명백한 법이다. 보안법을 지켜라. 아니면 폐지하든지.

정선배/경기 수원시 영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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