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9일 국회 본청 앞에서 '한나라당의 국회 간첩조작 규탄대회'를 열고 "대한민국에서는 백색테러로 국민을 협박한다고 해서 역사의 물줄기를 되돌릴 수 없다는 준엄한 교훈을 남길 것"이라며 "국회간첩 조작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미래한국신문 등 관련 언론사에 대해 응분의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 미래한국신문은 8일 안기부 문건을 기초로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 北조선로동당 가입 확인>는 제목으로 <이철우 의원의 노동당 가입>을 기정사실화했다. 미래한국신문 김상철 발행인은 오전 11시 30분경 [관련 판결문 협조요청서]를 보내 <송구스럽다>고 말했으나 미래한국 신문은 오후 3시 30분이 넘도록 이 기사를 머릿기사로 보도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간첩 조작' 주장의 근거로서 이철우 의원의 서울고등법원 판결문을 공개했다. 고등법원 판결문에는 이 의원이 '조선 노동당'에 가입한 사실이나 '간첩'으로 활동을 했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지 않았다. 열린우리당 노웅래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미래한국신문사 등 허위사실을 날조한 언론사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앞서 미래한국신문은 지난 8일 기사에서 '남한 조선로동당사건 개요'등 92년 당시 안기부가 작성한 문건만을 인용해,  "본지가 최근 입수한‘남한 조선로동당사건 개요’ 등 92년 국가정보원(당시 국가안전기획부) 작성 문건에 따르면,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열우당 공천으로 경기 포천시·연천군에서 당선된 이철우 의원은 92년 북한 조선로동당에 현지입당하고 당원부호 '대둔산 820호'를 부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미래한국신문사 김상철 편집인 이철우 의원실에 "송구스럽다" 공문보내

하지만 미래한국신문사 편집인 김상철 변호사는 9일 오전 11시35분 이철우 의원실에 '관련 판결문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 "미래한국신문이 2004. 12. 8. 배포를 시작한 제127호 신문 1면 및 당일 올린 인터넷 미래한국에 게재된 귀 의원 관련 기사로 인해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본지 취재기자는 위 사건을 보도함에 앞서 귀 의원의 이형구 보좌관에게 사실 확인과 반론 여부에 관하여 문의한 바 있으나 '죄가 없어 특사로 나왔다'고만 했을 뿐 무죄 판결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고, 사후에 어떤 해명자료를 보내온 사실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 편집인은 "귀 의원의 위와 같은 해명이 사실이라면 본지로서는 현 단계에서라도 마땅히 귀 의원의 명예보호를 위하여 관련사실을 보도할 의무가 있다"며 "법원의 판결은 본인이 아니고서는 누구도 그 등본을 떼볼 수 없으므로 이에 본지는 귀 의원께서 판결문을 소지하고 계시다면 그 사본을 교부 또는 송부하여 주시기 바라와 이에 협조 요청을 드린다"고 말했다.

   
▲ 미래한국신문사 김상철 편집인은 9일 오전 11시 35분 이철우 의원실에 '관련 판결문 협조요청' 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팩스로 보냈다.ⓒ시민의 신문
김 편집인은 이어 "본지로서는 귀 의원께서 변론요지서, 항소이유서, 상고이유서 등을 통해 해명과 반론을 하시고자 할 경우 이를 적극 게재할 계획임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기사를 작성한 미래한국신문 김성욱 기자는 "본인이 아니면 판결문을 보지 못해 안기부 수사기록을 보고 기사를 썼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판결문을 확인하지 않고 보도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자 "기자는 국가공문서에 따라 사실을 썼다"며 "표현상의 문제는 있을지 모르나 문건의 내용만을 적시했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김 기자는 기사를 작성한 동기와 관련, "전대협 관련기사를 쓰기 위해 국회 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자료를 발견해서 쓰게 됐다"고 말했다. 

'이철우 의원 사건'은 인터넷매체인 '데일리안'(www.dailian.co.kr )이 8일 오후 <"열린당 이철우, 노동당 가입했었다">는 제목으로 미래한국신문의 기사를 인용 보도하면서  더욱 크게 불거졌다. 열린우리당 유기홍 의원은 '데일리안'의 인용보도에 대해, "데일리안의 보도는 미래한국신문의 보도를 거의 그대로 받아쓴 것으로, 충분히 문제가 있다"며 "그러나 법적 책임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병호 의원은 "고의성과 악의성을 따져야한다"고 덧붙였다.

'데일리안' 김영한 편집국장은 "미래한국의 보도를 인용보도 한 것이고, 이철우 의원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통화를 하지 못해 보좌관과 통화했다. 그러나 이 의원쪽의 입장을 충분히 실어줬다고 생각한다"며 "판결문을 입수하지는 못했으나 충분한 책임을 다했다"고 말했다. 김 편집국장은 '명예훼손' 등의 법적 책임에 대해 "우리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편집국장은 보도경위에 대해 "미래한국에 난 보도를 누군가가 제보해주었다"고 밝혔다.

"언론사에게 명예훼손 책임"

이철우 의원 보도가 사실이 아님이 밝혀짐에 따라 미래한국신문사는 법적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인 안상운 변호사는 "십년도 더 지난 92년에 재판을 거쳐 마무리된 사건이다. 당시 조선노동당 가입여부가 논란이 되 결론이 난 바 있다"며 "판결문을 보면 그 (노동당 가입)여부를 쉽게 알 수 있는데, 그 정도의 사실도 확인하지 않은 것은 기자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변호사는 "최초로 보도한 언론이나 이를 인용보도한 언론 모두 명예훼손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안 변호사는 이를 인용보도한 '데일리안'의 법적 책임과 관련해, "전문자료에 의해 보도가 이루어진 경우, 이를 받아서 보도한 자에게도 책임의 문제가 따르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해준 자의 신뢰성"이라며 "예를 들어 연합뉴스, CNN 등의 매체가 보도한 것과 잘 알려지지 않은 매체가 보도한 것과의 신뢰성은 다르다"고 말해 '데일리안'에도 법적 책임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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