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국가보안법 상정을 막기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최연희) 회의장에서 점거농성을 벌인 가운데, 급기야 9일 오전 법사위 회의장을 원천봉쇄했다. 이 과정에서 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 보좌관 6명과 70여명의 기자들이 법사위 회의장에 갇히는 일이 발생했다.

   
▲ 한나라당 당직자와 보좌진이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에서 여당의원과 보좌진의 진입을 결사적으로 막고 있다. ⓒ 연합뉴스
8일 회의 개의 시각인 오전 10시전부터 법사위 위원장석과 마이크시설을 점거했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9일 밤 12시까지 법사위회의장을 지킨다는 계획아래 8일 밤 법사위 회의장을 꼬박 지켰고, 9일 오전 9시부터 10시 40분까지 법사위 회의장에서 의원총회를 열었다.

다른 곳에서 의총을 마친 열린우리당 법사위 의원들이 오전 10시 50분경 국회 3층 법사위 회의장으로 가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들을 막기 위해 법사위 회의장 문을 닫고, 문 앞에 책상을 두는 등 '바리케이트'를 쌓았다. 한나라당이 회의장을 원천봉쇄하자, 열린우리당 법사위 위원들은 회의장에 발도 들이지 못한 채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열린우리당 의원을 막기 위해 출입구를 원천봉쇄하는 과정에서 70여명의 기자들과 다른 당의 보좌관들이 법사위 회의장에 꼼짝없이 갇힌 것. 이들은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 최구식 의원, 전여옥 대변인, 김용갑 의원과 법사위 소속인 장윤석 주성영 의원 등 40여명의 한나라당 의원과 보좌관을 비롯한 80여명의 한나라당 당직자와 함께 30여분간 법사위 회의장에 갇혀있어야 했다.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보좌관에게 신분증을 내보일 것을 요구해 가벼운 충돌이 있었다.

반면 밖에 있던 기자들은 회의장 안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하다가 이를 제지하던 한나라당 당직자들과 충돌하기도 했고,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법사위원장실로 들어가던 출입구마저 막아버렸다. 법사위 회의장밖에는 취재를 하러온 기자들과 회의장안에 갇힌 보좌관들을 꺼내달라는 열린우리당 당직자들로 북새통을 이뤘으나 법사위 회의장 안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했다고 한다.

갇혀 있다가 30여분만에 나온 한 기자는 "의총이 끝나고 취재차 법사위 회의장을 갔는데 한나라당에서 문을 닫는다는 소리도 없이 갑자기 문을 닫고 나갈 수 없다고 했다"며 "문을 열어줄 것을 요청했으나 열린우리당과 대치상황이라며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국회를 오랫동안 취재한 것은 아니지만 회의장에서 싸움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아예 문을 닫고 못 들어오게 하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한나라당이 해도 너무 한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기자는 "한나라당의 법사위 회의장 점거는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국회의장이 경위권이라도 발동해서 문을 열어야하는 것 아니냐.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법사위 회의장을 나온 한 보좌관은 "구석으로 가라고 하면서 신분증을 꺼낼 것을 요구해 상당히 불쾌했다. 그러나 말 한마디라도 잘못하면 큰일 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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