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언론에만 해외취재 혜택을 제공해 물의를 빚게 한 서울시와 이에 대해 기자들이 문제를 삼고 있는 과정에서 공무원과 기자가 서로 감정이 섞인 말다툼을 하는 일까지 벌어지자 서울시 게시판에 기자를 비난하며 오히려 "기자실을 없애라"고 요구하는 글들이 올라오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공무원들과 기자들은 해외취재로 불거진 이 같은 갈등을 감정적으로 풀 것이 아니라 차제에 기자실 문제 등 기자와 서울시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생산적인 논의로 이끌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자들은 지난 3일 공식사과 요구와 대변인·언론담당관 교체 및 징계를 사실상 거부한 이명박 서울시장의 기자실 출입금지를 결정하는 등 강경한 대응을 하고 있는 상태다.

서울시 공보과장-출입기자, 기자실 출입금지 '반말' 논쟁

이 과정에서 6일 오후 교통관리실이 브리핑룸에서 버스 교통카드 출시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 언론담당관 방모 과장이 들어온 것을 둘러싸고 "기자실 출입금지했는데 들어와있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말다툼을 했다.

한겨레 김모 기자는 "그날 방 과장이 브리핑룸에 들어와 있길래 '우리 공간에 대해 결정한 것임 만큼 나가달라'고 요청했는데 방 과장은 '무슨 권리로 나가라고 하느냐'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그래서 내가 '당신이 다수의 기자를 속이고 해외취재를 일부 언론사에게만 독식하도록 해서 기자들을 모욕하지 않았느냐. 당신은 들어올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기자는 "이 과정에서 '당신' '야'와 같은 반말을 하긴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방모 과장은 "해외 취재 문제는 우리도 잘못한 게 있지만 기자실이 아닌 브리핑룸에는 들어가서 설명회같은 업무를 봐도 괜찮다는 일부 기자들의 조언을 받고 들어온 것"이라며 "그런데 김 기자로부터 '야' '당신'이라는 반말을 들어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나도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았길래 야, 당신이라고 부르냐'며 맞대응을 했다"고 전했다.

시청 공무원들 게시판 통해 "주객전도…누구보고 나가라하냐"
기자 "잘못된 해외취재 지원 관행 개선이 본질"

이날 이 같은 사건이 벌어진 뒤 7일부터 시청 게시판에는 방 과장을 두둔하고 김 기자를 비난하는 글들이 많았고, 한편으로 기자실 사용 문제 등 기자와 서울시와의 관계를 재정립하자는 글도 많이 올라왔다.

시청게시판에는 "'야 당신'이라고 막말하는 기자"(아이디:교통국브리핑) "주객이 전도됐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그러나 일부 공무원과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감정적인 논쟁으로 서울시와 기자들의 관계가 악화돼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선 이 문제는 특정언론에 해외취재를 지원했던 서울시의 행태를 개선해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기자들의 대변인·언론담당관 교체를 받아들이지 않은 서울시와 기자들이 갈등을 빚고 있었는데, 기자들이 대변인·언론담당관의 기자실 출입금지를 결정한 상황에서 마침 언론담당관이 브리핑룸에 들어왔기 때문에 '반말'이 오고가면서 충돌한 것이다.

서울시공무원노조 "해외취재 관행 개선과 기자-시 관계 재정립 문제 별개"

해외취재 집행의 문제 해결을 '반말 논쟁'으로 희석시켜서는 안된다는 게 기자들과 공무원들의 시각이다. 실제로 일부 서울시 공무원들은 게시판을 통해 이 기회에 기자들에게 임대료도 받지 않으며 제공해온 기자실을 없애고 모두 브리핑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박관수 서울시공무원노조 위원장은 7일 "반말을 한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라며 "하지만 해외취재 지원에 대한 서울시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게 선행되고 기자실 등 기자와 서울시의 관계재정립 문제는 그 뒤에 별도로 풀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기자는 "나 역시 전부터 기자실 부스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공무원들의 목소리에 동의한다"며 "하지만 본질은 해외취재의 잘못된 집행을 해온 서울시의 반성과 후속조치가 이뤄진 뒤 별도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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