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홍보처가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의 신문법 제정·국가보안법 폐지 비난 사설에 대해 한국정부의 개혁을 왜곡하고 폄하했다며 반론문을 신청, 4일 반론문이 게재됐다.

AWSJ는 지난달 25일자 <평양의 더러운 일 해주기>(Doing Pyongyang's Dirty Work)라는 사설에서 "지난주 한국 집권 열린우리당은 거의 평양에서 작성된 것이기나 한 것 같은 말썽많은 일련의 법안을 제출, 북한이 희망하는 일을 할 용의를 보여줬다"며 "이들 법안은 만약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발행부수가 많은 한국 주요신문들의 비판을 꺾으려는 기도를 강화하는 한편 평양의 선전 확산에대한 제한규정을 사실상 종식시킬 것"이라고 비난했다.

AWSJ는 이어 "이 법안은 언론자유 지지를 공언하면서 한편으론 한국의 활기있는 미디어에 대한 손상을 추구하고 있다"며 "(편집권 독립에 대해) 정부들이 법으로 그와 같은 요구를 강제하는 것을 건전한 일로 확신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AWSJ "신문법 제정, 국가보안법 폐지는 북한에 유익한 일 해주는 것"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서도 AWSJ는 "한국 집권층은 국내 언론에는 족쇄를 채우려 하면서 평양의 대리인들의 삶은 쉽게 만들기를 원한다"며 "군사독재 시절 민주주의 지지자들을 박해하는 데 악용됐던 이 법(국가보안법)은 북한의 적극적 간첩활동에 대한 방첩기능에 보다 엄격한 초점을 두고 개정함으로써 유익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나 열린우리당이 계획하는 것은 이 법을 통째 철폐하기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형법상의 대체조항이 북한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으므로 군사기밀을 평양에 빼돌리는 사람들을 기소할 방도가 사라질 것"이라는 한국 검찰측의 주장을 인용하기도 했다.

AWSJ는 "노무현 대통령의 국가보안법에 대한 반감과 '빅3' 신문과의 오랜 갈등을 감안할 때 막후에서 누가 줄을 당기고 있는지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그들의 행동을 통해 북한이 원하는 더러운 일을 할 용의를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정홍보처 해외홍보원(원장 유재웅)은 지난달 말 AWSJ에 "한국 정부의 개혁정책을 매도, 왜곡하고 한국정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반론문 게재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AWSJ는 이를 받아들여 4일 자 A11면에 라는 제목의 국정홍보처 해외홍보원의 반론문을 게재했다.

국정홍보처 "한국정부 개혁 정책 매도, 명예훼손 유감"

국정홍보처는 반론문에서 AWSJ가 신문법 제정과 국가보안법 폐지의 취지를 왜곡해 "한국정부의 개혁정책을 폄하하고 한국정부가 북한에 유익한 일을 하는 것으로 매도함으로써 한국국민과 한국정부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한데 대해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국정홍보처는 AWSJ이 신문법 제정안을 비난한데 대해 "언론을 제약하려는 것이 아니다. (시장점유율 제한은) 언론의 공익성, 공공성 등을 감안해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를 일부 변경해 적용하는 것"이라며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가격담합, 무가지, 부당한 경품제공 등 부당행위를 할 경우 공정거래법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불공정거래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문법 제정, 국가보안법 폐지 국정우선순위 아니다"

국가보안법 폐지로 북한이 희망하는 일을 하려한다는 주장에 대해 국정홍보처는 "AWSJ가 국가보안법 폐지를 오도하고 있다"며 "국가보안법은 수십년 동안 많은 민주인사들을 탄압하고 인권과 민주주의를 유린하는데 악용돼왔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국민의 인권이 더욱 신장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반박했다.

또한 이들 법안이 한국집권 세력의 국정우선순위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경제발전과 국가균형 발전을 위한 정부혁신의 추진, 협력적자주국방과 한·미 동맹의 강화를 통한 국가안보 태세 강화, 6자회담을 통한 북한 핵개발 계획 포기, 남북교류·협력을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이 한국 정부의 우선적 국정과제"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ASWJ의 10월25일자 사설 <평양의 더러운일 해주기>와 국정홍보처 반론문 전문.

   
*사설 전문

<평양의 더러운 일 해주기 (Doing Pyongyang's Dirty Work)> - 홍콩 Asian Wall Street Journal, 10월25일자 사설

김정일은 설사 자신의 대리인들이 한국에서 사태를 지휘하고 있다해도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지난주 한국 집권 열린우리당은 거의 평양에서 작성된 것이기나 한 것 같은 말썽 많은 일련의 법안을 제출, 북한이 희망하는 일을 할 용의를 보여주었다. 이들 법안은 만약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발행부수가 많은 한국 주요신문들의 비판을 꺾으려는 기도를 강화하는 한편 평양의 선전 확산에 대한 제한규정을 사실상 종식시킬 것이다.

현재 한국의 집권층은 분명 자유언론을 핵으로 무장한 김정일 정권보다 더 큰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 “나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반역적 행동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난주 독일 양조업계 시찰을 마친 이해찬 국무총리가 감정적으로 호통쳤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중앙일보와 더불어 북한과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을 다같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들 “빅 3” 신문들은 인기가 높아 현재 한국 신문시장의 약 70%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한국 여당이 연말까지 이들 새 법안의 국회통과 목표에 성공할 경우 이런 상황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신문 등의 기능보장 및 독자의 권익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라는 조지 오웰的 제목이 붙어있는 이 법안의 내용은 전혀 그런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법안은 1984년의 산물인 것처럼 언론자유 지지를 공언하면서 한편으론 한국의 활기 있는 미디어에 대한 손상을 추구하고 있다.

이 법에 신문들의 편집권독립 보장을 지시하는 규정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우리는 정부들이 법으로 그와 같은 요구를 강제하는 것을 건전한 일로 확신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의 진정한 의도는 남북한 정부에 대한 “빅 3”의 비판을 겨냥하는 결정적 조항으로 드러나고 있다.

자유시장 개념을 들어본 적이 없는 듯한 이 법안은 정부 규제당국의 개입으로 3대 신문의 합산 시장점유율은 60%, 단일신문의 점유율은 30%를 각각 넘지 못하게 제한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또 모든 신문들은 민감한 시장정보를 정부에 제출하도록 의무화될 것이다.

“그 목적은 노무현 대통령 정부와 긴장관계에 있는 주요 비판신문들에 타격을 주려는 것”이라고 변용식 조선일보 편집인이 본지에 밝혔다. “이런 종류의 규제는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일로 한국의 민주주의 명성에 치명적 손상을 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한국 집권층은 국내 언론에는 족쇄를 채우려 하면서 평양의 대리인들의 삶은 쉽게 만들기를 원한다. 지난주 국회에 제출된 법안들 가운데 또 하나는 반세기 역사를 가진 이 나라의 국가보안법 철폐에 관한 것이다.

수십 년 동안의 군사독재 시절 민주주의 지지자들을 박해하는 데 악용됐던 이 법은 북한의 적극적 간첩활동에 대한 방첩기능에 보다 엄격한 초점을 두고 개정함으로써 유익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계획하는 것은 그게 아니다. 그 대신 그들은 이 법을 통째 철폐하기를 원한다. 검찰 측은 그렇게 되면, 형법상의 대체조항이 북한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으므로 군사기밀을 평양에 빼돌리는 사람들을 기소할 방도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다행히도 오랫동안 국가보안법 철폐를 요구해 온 김정일 정권이 성공을 확신하기는 너무 때가 이르다. 한국인들의 70% 이상은 철폐에 반대하며 심지어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조차 평양의 첩자들에게 그와 같은 자유를 허용하는 발상에 경악하고 있다. 집권 여당이 원내에서 간발의 차이로 다수당 지위를 점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것은 철폐안의 통과를 저지하기에 충분할 것 같다.

이번 국회통과의 성패에 관계없이 이들 법안은 한국 집권세력의 국정 우선순위를 보여주는 놀라운 징표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 일의 진행을 다른 관계자들에게 맡긴 것은 아주 현명한 일이다. 그러나 그의 국가보안법에 대한 반감과 “빅 3” 신문과의 오랜 갈등 -그는 작년 이들 신문을 상대로 수백 만 달러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바 있음- 을 감안할 때 막후에서 누가 줄을 당기고 있는지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리고 이들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다 해도 그의 정부가 이를 다시 시도하리란 것은 시간문제일 뿐일 가능성이 있다.

한국 집권층은 그들의 행동을 통해 북한이 원하는 더러운 일을 할 용의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것 하나만으로도 평양이 샴페인을 터뜨리기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

*국정홍보처 반론문

<한국언론을 위해 좋은 법>(A Good Law for Korea's Press)

귀지 10.25자 "평양의 더러운 일 해주기" 제목의 사설이 대한민국 국회에서 논의중인 '신문 등의 기능보장 및 독자의 권익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과 '국가보안법 폐지'의 취지를 왜곡하여, 한국정부의 개혁 정책을 폄하하고 한국정부가 북한에 유익한 일을 하는 것으로 매도함으로써 한국국민과 한국정부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한 데 대해 심심한 유감을 표합니다.

첫째, 귀지는 언론과 관련한 법안에 대해 "한국의 집권층은 핵으로 무장한 김정일 정권보다 분명 자유언론을 더 큰 적으로 간주하면서 국내언론에 족쇄를 채우려 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신문법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신문 시장 질서를 형성하고, 독자의 권익향상과 편집권의 독립, 여론의 다양성 보장 등에 주안점을 두고 있지 언론을 제약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귀지가 언급한 시장점유율 문제는 기존 한국의 공정거래법 질서 내에서 점유율이 시장지배적 상황에 이르는 신문사에 대해서는 공정경쟁을 하도록 규제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언론의 공익성, 공공성 등을 감안해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를 일부 변경해 적용하는 것입니다.

즉 현재 시장 점유율을 1사 30%, 3사 60%로 강제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독점규제를 뜻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가격담합, 무가지, 부당한 경품제공 등 부당행위를 할 경우 공정거래법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불공정거래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귀지는 국가보안법 폐지로 북한의 간첩들이 한국에서 자유로이 활동할 수 있는 것으로 오도하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은 수십 년 동안 많은 민주인사들을 탄압하고 인권과 민주주의를 유린하는데 악용되어 왔습니다. 국가보안법은 이러한 이유 때문에 1992년 7월에 유엔인권이사회가 폐지를 권고한 바 있고, 국제엠네스티 등 국제사회도 이 법의 폐지를 주장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국가보안법의 폐지로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국민의 인권이 더욱 신장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셋째, 귀지는 "이들 법안은 한국 집권세력의 국정우선순위를 보여주는 놀라운 징표"이며 "한국집권층은 북한이 원하는 더러운 일을 할 용의를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한국정부의 우선적 국정 과제는 지속적인 경제발전과 국가균형 발전을 위한 정부혁신의 추진, 협력적 자주국방과 한·미 동맹의 강화를 통한 국가안보 태세 강화, 6자회담을 통한 북한 핵개발 계획 포기와 남북 교류·협력을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한국정부와 시민사회는 지금 과거의 권위주의 문화를 청산하고, "분권과 자율" 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해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으며, 진실보도에 입각한 언론의 자유에 대하여 어떠한 제약도 없음을 거듭 강조합니다.

2004. 10. 29 해외홍보원장 유재웅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