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국방부·통일부 등 외교안보 분야를 담당하는 기자들은 부시나 케리 후보 중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남북관계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언론의 대북보도에 대해 부시 후보가 당선되면 보수·강경 목소리가 더욱 많이 반영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기자들은 부시와 케리의 당선에 따라 북핵문제와 북미관계, 남북관계, 주한미군철수문제 등 한미관계 변화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냈다.

부시 당선 "북핵문제 제자리" "초강경으로 나갈 것"

북핵문제와 관련, 일부 기자들은 케리가 됐을 경우 북미양자회담 성사를 통해 다소 북핵문제의 진전을 보일 것이지만 부시 후보가 당선되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통일부 출입기자는 "북핵문제에 대해 많은 학자들 부시 케리 누구든 핵문제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케리의 경우 '북미 양자회담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적어도 핵문제가 유연하게 풀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반면 부시가 될 경우 기존의 방식과 달라질 것이 없고, 빠른 시일내에 문제를 해결하려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교통상부를 출입하는 한 기자는 "부시 후보가 되면 큰 변화가 없을 것이지만 케리 후보가 되면 6자회담에서 북미양자협상 가능성이 높고, 주한미군 철수 문제와 이라크 파병 문제는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시 후보가 당선되면 북핵문제 해결이 현재의 기조보다 더욱 강경쪽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국방부 출입기자는 "미국은 걸프전, 이라크전을 거치면서 장거리 파병에 자신감을 갖고 있어 북한 문제가 꼬이면 미국이 직접 북한을 타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물론 이라크전 처리 장기화와 아프간 주둔, 석유문제 등이 있고 현실적으로 실제 병력상 2개의 전쟁을 치르기는 버거워 당장은 이같은 시나리오가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라크 문제가 정리되면 낙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 기자는 "케리가 돼도 북미 직접대화를 실현하는등 단기적으로 적극적인 대북관계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나 장기적으로는 북의 변화를 계속 주문하면서 북한을 압박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통일부를 출입하는 다른 기자도 "부시 후보가 당선이 확정될 경우 '북한이 위협세력'이라는 점을 강조해야만 MD등 대외정책을 펼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기 때문에 남북관계도 진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시든 케리든 미국 중심주의 변화 없을 것"

반면, 부시나 케리 후보 누가 당선되도 미국이 자국의 이익에 벗어나지 않는 정책을 편다는 점에서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 일간지 통일부 출입기자는 "누가 되나 큰 영향이 있겠느냐. 케리가 되도 북이 어떤 행보를 할지에 따라 정책의 지표가 달라질 것"이라며 "부시가 되면 '밀어붙이는' 힘을 얻어 마냥 우리 정부도 남북관계 개선을 얘기할 수 없을 것이고, 케리가 됐을 경우에도 북한과의 양자회담 등 6자회담의 틀 변화는 전망되나 기본적인 대북정책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부시나 케리나 모두 자국의 이익에 철저한 사람들 아니냐"고 지적했다.

다른 일간지 국방부 출입기자도 "부시가 됐을 경우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강경한 정책 기조로 갈 것이고 북핵문제를 안보리에 상정할 가능성도 있다"며 "케리가 되도 참모진들이 호락호락하지는 않기 때문에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강경하게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태도 여하에 따라 달렸다"고 전망했다.

부시 당선 "언론보도 보수화 강화될 우려"

향후 외교·안보·통일 관련 언론보도의 방향에 대해 기자들은 부시 후보가 당선될 경우 보수적인 목소리가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국방부 출입기자는 "부시가 될 경우 대북 강경책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많은 언론사들도 이와 같은 내용의 기사를 많이 반영할 것"이라며 "최근 북의 NLL 침범의 경우에도 강경대응을 주문하는 기사가 많았다. 강경대응, 대북 적개심에 대한 여론이 지면에 판을 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른 국방부 출입기자도 "부시가 되면 부시를 지지하는 언론사의 경우 이에 동조하는 보수적 인사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할 것이고 케리 지지하는 언론의 경우 비판의 날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케리가 되면 반대 아니겠느냐"고 전망했다.

한미관계에 대해 이 기자는 "이라크 파병으로 한미간 최악의 상황은 넘겼으나 다시 부시가 되면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일 것으로 기대되나 핵문제를 놓고 한미간의 의견차가 커져 갈등을 빚을 소지도 있다"며 "반면 케리는 단기적으로 관계가 개선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고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 한국군의 조기철수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서는 "부시는 주한미군 감축을 밀어붙이면서 개편으로 갈 것이나 케리의 경우 주한미군 철수에 비판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개편이 늦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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