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지역 언론들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협업에 나섰다. 후보자 중심의 중계식 보도에서 벗어나 후보자들을 감시하고 유권자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 2023년 9월26일 제주MBC 회의실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제주지역 언론 4사 업무협약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오영수 제주일보 회장, 이정식 제주MBC 사장, 윤석제 제주CBS 대표, 김성진 제주의소리 공동대표. 사진=제주의소리 제공
▲ 2023년 9월26일 제주MBC 회의실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제주지역 언론 4사 업무협약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오영수 제주일보 회장, 이정식 제주MBC 사장, 윤석제 제주CBS 대표, 김성진 제주의소리 공동대표. 사진=제주의소리 제공

인터넷신문, 종이신문, 방송, 라디오 등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제주의소리, 제주일보, 제주MBC, 제주CBS 등 4개 언론사는 지난 4일 4·10 총선 ‘10대 어젠다와 35대 세부과제’를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달 19일 선거보도자문단이 참여하는 1차 회의를 시작으로 세 차례 회의를 진행해 주요 어젠다와 세부과제를 추렸다. 네 곳의 언론사들은 제20대 대통령선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등 선거 때마다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10대 어젠다는 △제주가 선도하는 새로운 지방분권 △4·3 화해와 상생 넘어 인권과 미래 가치로 △제주 제2공항 갈등 해법 △위기의 지역경제 재도약 △기후위기 시대 제주 환경보전 △노동 존중과 사회적 약자 보호 △성평등과 돌봄체제의 대전환 △청년 이탈·고령화 심화 △필수 의료 인프라 구축과 의료 격차 해소 △문화·예술·체육 활성화와 정체성 정립 등이다.

지방분권과 4·3 화해 관련 세부과제로는 포괄적 권한 이양을 위한 제주특별법 전부 개정과 도민이 결정하는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등을 정했다. 제2공항과 환경 분야 관련해선 제2공항 갈등 해법, 탄소 중립과 탈석탄 등 에너지 전환, 1회용 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 해양보호구역 지정, 생태법인제도 도입, 환경보전분담금제도 시행 등의 세부과제를 정했다.

여성·청년·노인 분야는 일·생활의 균형과 돌봄체제 전환, 고용 보장과 생활임금 확보, 청년 유출 문제 해결을 위한 청년 정책, 고령화 시대 대응 사회적 시스템 구축 등의 과제를 정리했다. 경제와 노동 분야에선 해상물류·택배비 등 혁신적인 물류·유통시스템, 양질의 제주형 일자리 창출, 노동자의 권리 강화, 열악한 지역 노동환경 개선, 사회적 약자 안전망 확보로 정했다.

▲ 지난달 28일 제주의소리 회의실에서 진행된 선거보도자문단 3차 회의. ⓒ제주의소리
▲ 지난달 28일 제주의소리 회의실에서 진행된 선거보도자문단 3차 회의. ⓒ제주의소리

이들 언론사는 10대 어젠다와 35대 세부과제를 토대로 질문지를 만들어 제주지역 3개 선거구(제주시갑, 제주시을, 서귀포시) 후보자들에게 발송할 예정이다. 이후 해당 과제에 대한 입장과 해결 방안을 묻고 취합해 비교·분석하는 기획보도를 내놓고, 후보자 토론회를 진행한다. 

좌용철 제주의소리 편집국장은 5일 미디어오늘에 “네 곳 언론사의 매체별 특성을 잘 살려서 입체적인 선거보도를 하고 다양한 정보를 전하자는 취지에서 진행하고 있다”며 “언론사들이 함께 협업하면 논의를 풍부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사 인력이 많이 감소해 자체적으로 진행하기엔 버거운 부분들을 4개 언론사가 같이 머리를 맞대고 하다보니 인력난을 조금은 해소할 수 있다”라고 했다.

김재범 제주일보 편집국장도 같은 날 미디어오늘에 “대체적으로 후보들 활동 상황이나 공약 발표를 단순하게 중계하는 후보 중심의 선거들이 있는데, 후보 중심이 아니라 유권자 중심 정책선거로 바꿔보자는 취지에서 협업하게 됐다”며 “각기 다른 매체별 특성을 가진 4개 언론사가 공통된 어젠다 정책을 가지고 보도하게 되면 유권자들에게 미치는 파급 효과도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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