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12일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12일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소통 스타일이 극명하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동훈 위원장은 기존 특유의 저격의 언어를 현재도 구사 중인데 부쩍 많이 쓰는 문구를 보면 대언론 소통 전략을 알 수 있다.

지난해 12월 26일 취임 이후 한동훈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 도망”이라는 문구를 종종 사용해왔다. 예를 들어 지난달 18일 한 위원장은 “출판기념회 형식을 빌려 정치자금을 받는 관행을 없애는 법률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키겠다”면서 “정치 개혁, 특권 포기에 대해 국민이 찬성하시는지 반대하시는지 객관적 여론조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과연 국민께서 찬성하겠느냐, 반대하겠느냐.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이 이슈(정치 개혁·특권 포기)에서 딴소리하며 도망가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외면’ ‘회피’ 와 같은 비슷한 표현이 있는데도 굳이 ‘도망’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 대표의 비도덕성을 부각시키면서 고립시키려는 전술로 볼 수 있다.

지난달 31일에도 한동훈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 도망”이라는 표현을 썼다. 한 위원장은 전날 있었던 이재명 대표 신년 기자회견에서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한 질문이 나왔냐고 기자들에게 되물으면서 “제가 한번 물어보고 싶다. 첫째, 법카 본인이 쓴 거 맞나. 둘째, 만약 민주당 어떤 예비후보가 기업이든 국가든 법카를 자기 샴푸 사고 초밥 사 먹고 자기 와이프한테 주고 이렇게 쓴 게 드러났다면 공천할 건가. 셋째, 이런 질문 안 받고 도망 다니는 거 부끄럽지 않나”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14일에도 국민의힘 당사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성남시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로비스트로 알려진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대표의 실형 선고에 대한 입장을 스스로 밝히면서 “이재명 대표 도망”을 언급했다.

한 위원장은 “김인섭씨는 백현동 로비스트였지? 로비 대상이 누군가?”라며 “로비 상대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다. 그 로비는 성공한 로비인가, 실패한 로비인가? 성공한 로비”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정상적 법조인이라면 누구나 이재명 대표가 김인섭보다 더 중한 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할 것”이라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하하호호 웃기만 하고 그 답은 안 하던데 도망 다니면서 직접 문제되는 것에 대해 답을 안 할 거면 정치는 왜 하는가”라고 비난했다. 한 위원장은 “자기가 한 행동에는 자기가 답하는 게 ‘국룰’ 아닌가? 그렇게 도망다닐 거면 정치하지 마라”고까지 했다.

급기야 국민의힘은 대변인 명의 논평을 통해 이재명 대표의 소통 방식을 문제삼았다. 호준석 대변인은 19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취재진의 자유로운 일문일답이 취임 후 56일간 38회를 넘었다. 휴일을 제외하면 거의 매일, 내용과 형식에 제한 없는 취재진과의 소통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분 넘게 20개 넘는 질의응답이 계속돼 받아치기에 힘든 취재진이 “너무 길다”고 호소하는 진풍경도 벌어진 적이 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월19일 서울 여의도 당사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월19일 서울 여의도 당사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호 대변인은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 인색하다는 언론의 평가를 받는다”며 “민주당은 당 대표 백브리핑을 일주일에 한 번, 미리 공지된 장소에서 진행한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회 경내에서의 질의응답도 소수의 기자만 참여하는 ‘풀(Pool)’ 방식으로 운영한다고 보도됐다”고 지적했다.

호 대변인은 “이 대표는 수많은 비리 혐의 사건으로 일주일에 몇 번씩 재판정에 출정해야 한다. 밀실, 비선 공천 논란이 잇따르니 취재진과의 일문일답이 불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이 ‘이재명 대표 도망’을 계속해서 강조한 것은 떳떳하지 못한 인상을 줄 수 있고 기자들 질문마저도 피하려는 이미지를 주입시키는 효과가 있다. 국민의힘 대변인 논평은 이에 더해 소통의 형식과 횟수에 있어서도 한 위원장이 우위에 있음을 강조한 내용이다.

소통 스타일의 차이를 분석하는 보도도 나왔다. 중앙일보는 17일 <여기선 말 많고, 저기선 말 아끼고…한동훈·이재명 정반대 스타일>에서 “각 당 공보국 발표 기준으로 올해 들어 이날까지 한 위원장은 26일을, 이 대표는 8일을 현장에 할애했다. 한 위원장은 하루에도 두세번씩 기자들에게 말을 쏟아낸다. 이 대표는 피습 트라우마, 재판 일정 등을 이유로 취재진과 주 1회 만난다”고 보도했다. 한 위원장이 적극형, 이 대표가 신중형이라는 것이다.

다만 “당내 소통에서는 두 사람 스타일이 정반대로 뒤집힌다. 특히 불출마나 컷오프, 험지 이동 등 민감한 공천 실무를 대할 때 한 위원장은 유독 조심스럽고, 이 대표가 한층 과감한 모습”이라고 했다. 겉으론 보기엔 한동훈 위원장이 소통이 활발한 것처럼 보이고 실제 소통 횟수도 많지만 쓴소리와 같은 책임있는 당 내부 소통은 이 대표가 적극적이라는 분석이다.

국회 출입기자는 “이재명 대표가 필요할 때만 하는 느낌이고 한동훈 위원장은 거의 매일 일문일답을 한다. 백브리핑 빈도수 차이는 확실히 난다”며 “이 대표가 워낙 입을 안 열고 있고 아무래도 한 위원장의 발언이 강해서 기사화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