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이 YTN 새 최대주주로서 인수 자금을 치른 직후 YTN 경영진 교체 작업에 나섰다. 유진그룹이 YTN 측에 이사진 교체 계획을 전한 가운데, 이명박 정부 당시 ‘YTN 해직 사태’를 주도했다고 비판 받은 김백 전 상무 사장 내정설이 제기됐다. 유진 측은 사장 내정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YTN 노사와 유진그룹에 따르면 유진그룹은 YTN 인수 잔금을 치른 14일 YTN 측에 ‘주주 제안 형태’로 YTN 이사진 선임 계획을 전달했다. 유진기업이 전한 이사진 명단에는 사내이사로 △김백 전 YTN 상무 △김원배 전 YTN 국장, 사외이사로 △김진구 유진그룹 부사장·유진이엔티 대표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 △이연주 연세대 창의공학연구원 부원장(전 자유총연맹 부총재) 등 6명이 포함됐다.

유진그룹은 새 대표이사로 김백 전 상무를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그룹(유진기업) 측 언론담당자는 사장 내정설 관련 질문에 “주주 제안 형태로 교체할 이사 명단을 보낸 것은 맞지만 특정인의 이사 선임 여부를 확인해드릴 수 없다. 대표이사 선임은 주주총회를 통해 구성된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언론노조 YTN지부 조합원들은 2012년 4월2일 배석규 YTN 사장을 항의방문한 조합원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모습. 사진=언론노조 YTN지부
▲김백 전 YTN 상무가 2012년 4월 조합원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모습. 사진=언론노조 YTN지부

김백 전 상무는 과거 YTN 언론인 해직 사태 등 언론장악과 노조 탄압 비판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김 전 상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마케팅국장→경영기획실장→보도국장→상무이사 등 영전을 거듭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인사위원으로서 낙하산 사장(구본홍) 반대 투쟁에 나섰던 언론인 6인의 해고를 비롯해 사원 33인 징계를 결정했다. YTN이 2009년 보도국 선거로 임명된 보도국장을 교체하고 ‘노조의 보도국장 3배수 추천제’를 폐기할 당시 경영기획실장을 맡다 새 보도국장을 지내기도 했다. YTN지부는 2019년 배석규 전 YTN 사장과 김 전 상무를 부당노동행위로 형사고소했다.

김 전 상무는 2022년 6월 설립한 보수 성향 언론인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 이사장을 지냈고, 지난해 7월엔 국민의힘과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에 대한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한 뒤 “민주노총 언론노조가 장악한 공영방송이 가짜뉴스를 퍼뜨린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김 전 상무는 15일 통화에서 사장 내정 여부를 묻는 질문에 “사내이사로만 내정된 것이고 그 뒤 정확한 절차를 모른다”고 말했다. 경영진이 된다면 현행 YTN 공영성과 보도 공정성 보장 절차로 마련된 사장추천위원회와 보도국장 임면동의제를 존중할지 묻는 질문엔 “그건 사장이 되면 그 다음에 (입장을 정할 것이다). 특별히 생각해본 적 없다. 지금은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YTN 사옥(왼쪽)과 유진그룹 본사. ⓒ연합뉴스
▲YTN 사옥(왼쪽)과 유진그룹 본사. ⓒ연합뉴스

YTN 구성원들은 유진그룹의 이사진 교체 시도가 ‘언론장악이자 노동탄압에 대한 선언’으로 보고 있다. 고한석 YTN지부장은 15일 통화에서 “참담함이 먼저 든다. 김백이라는 인물은 YTN에서 경영진으로 누릴 것을 모두 누리면서 노조 탄압에 앞장 선 사람이다. (그는) 방통심의위에 보수 편향 민원을 넣는 공정언론국민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총선을 앞두고 급히 최대주주로 유진그룹을 승인하고 경영진 물갈이를 시도하는 의도는 명백하다. 유진그룹이 3200억 원을 들여 언론을 장악하는 도구로 전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YTN지부는 유진그룹의 핵심 기업인 유진투자증권이 불법 채권 거래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유진에 대한 공정보도가 가능할지 여부, 유진기업 관련 부당노동행위 판정과 노조위원장 해고 등 노조탄압 이력 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고한석 YTN지부장은 “유진기업이 YTN 최대주주가 될 때 YTN이 노동문제를 어떻게 보도할지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왜곡된 노동관을 보여줬던 기업이 노조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도 문제”라고 말했다.

YTN 측은 “어제 이사 선임 등을 안건으로 하는 주주제안을 접수했으며, 현재 이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그 외에는 답변이 어렵다”고 했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7일 대통령 추천 2인 체제(김홍일·이상인)로 전체회의를 열고 유진그룹의 특수목적법인 유진이엔티가 신청한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안건을 통과시켰다. YTN지부와 YTN 우리사주조합은 지난 13일 방통위의 승인 결정이 절차와 내용 상 불법이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유진이엔티 공시에 따르면 유진이엔티의 YTN 주식 30.95%(1300만 주) 취득 일자는 15일이다.

YTN지부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유진그룹 사옥 앞에서 ‘유진그룹 YTN 이사진 내정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하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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