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책. ⓒ gettyimages
자수합니다. 저는 이번에 국군기무사령부와 경찰청 산하 공안문제연구소로부터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받은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탐독했을 뿐 아니라 그보다 몇백배 몇천배 더 불온하고 위험한 책을 읽었습니다. 한번만 읽은 게 아니라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심지어 잊어 먹을세라 달달 외우기까지 했습니다. 뿐 아니라 저는 그 책을 여러 권 집에 소지하고 틈나는 대로 사람들을 모아 의식화교육을 시키기도 했습니다.

그 책은 바로 성경책입니다. 목사로서 제가 한 치의 거짓도 없이 말씀드리건대, 성경은 자본주의 사회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무서운 책입니다. 공산주의 사상을 기록, 선동한 빨간 책 중의 빨간 책입니다. 저는 이러한 사실을 이미 알고도 이를 토대로 사람들의 내면을 바꾸는 공작을 십수년 동안 수행해 왔습니다. 그러다 최근 유명 소설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이나 세계적 석학들이 쓴 고전 등에까지 사상 검증의 손길이 미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숨길 수 없다고 판단, 자수하여 광명을 찾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성경은 정말 참말 진짜로 무섭고 위험한 책입니다. 이런 책이 대한민국 전역에 무방비하게 유포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방치했다간 나중에 크게 후회할 것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주일이면 거의 천만에 육박하는 교인들이 아무의 간섭이나 제재도 받지 않고 방방 곳곳에서 성경을 학습하고 있습니다. 중, 고, 대학생들, 나아가 어린 초등학생들에게까지 성경의 내용을 강요, 세뇌, 전향시키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안보환경을 위해서 이보다 끔찍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 파괴력과 치명성으로 따지자면 성경의 폐해는 요즘 말 많은 국가보안법 폐지 논의 따위하곤 게임이 안 될 정도입니다. 국가보안법은 기껏 “~하지 말라”는 정도에 머물러 있지만 성경은 사람들의 본성 자체를 변형시켜 빨간색으로 물들이려 하기 때문입니다. 들어 보십시오. 성경은 사람들에게 ‘새 하늘과 새 땅’을 소망하라고 속삭입니다. ‘새 하늘과 새 땅’이 뭡니까? 지금 국군기무사령부와 경찰청 산하 공안문제연구소 여러분들이 안보, 보안하기 위해 잠도 못자고 애쓰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메타포 아닙니까?

성경에는 이보다 엄청난 말들이 즐비합니다. 기독교인들이 구세주라 떠받드는 예수란 자는 “내가 세상에 화평을 주러 온 줄로 생각지 말라. 화평이 아니요 검을 주러 왔노라”(마 10:34)고 말했습니다. 놀랍지요? 그 다음 말을 더 들어 보세요. “내가 온 것은 사람이 그 아비와, 딸이 그 어미와, 며느리가 시어미와 불화하게 하려 함이로라.”(마 10:35) 세상에나 네상에나~! 자신들이 지배할 ‘새 하늘과 새 땅’을 앞당기기 위해 완전히 이 나라를 분열과 혼란에 빠트려 전복시키겠다는 수작 아닙니까?

예수는 또한 사람을 계급으로 차별하여 말하기도 했습니다. 예수는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하나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눅 6:20)고 했습니다. 그러나 부자를 향해서는 “네게 오히려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으니 가서 네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을 주라”(막 10:21a)고 몰아 세웠습니다. 자본주의의 영광인 부자는 깎아 내리고 자본주의의 암적 존재인 가난한 자들을 높인 게 이해되십니까? 게다가 “네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을 주라”니...? 이거 완전히 빨갱이 아닙니까?

자본주의를 부정하고 공산주의 사상을 찬양, 고무하는 직접적인 표현들도 허다하게 등장합니다. 초대 교회의 공동체생활을 미화하고 있는 행 2:42~47도 그 중 하나입니다. 기독교회가 완전한 교회의 모범이라 떠받드는 초대 교회 교인들은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또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주고 날마다 마음을 같이 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vv.44~46a)썼다고 합니다. 레닌이 정식화한 “능력에 따라 걷고 필요에 따라 분배한다”는 공산당 강령을 보는 듯 하지 않습니까?

행 5:32에서는 “믿는 무리가 한 마음과 한 뜻이 되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제 재물을 조금이라도 제 것이라 주장하는 이가 하나도 없더라”고 했습니다. 아아, 이야말로 자본주의 정신을 밑바닥부터 해체하는 위험천만한 발상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자본주의의 뼈대가 무엇입니까? 개인의 사적 소유의 인정입니다. 내것은 내것이요 네것은 네것이라는 구분입니다. 경쟁과 차별입니다. 그런데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제 재물을 조금이라도 제 것이라 주장하는 이가 하나도 없었다”며 이를 본받으라 하니, 북한에서 이를 알면 얼마나 좋아하겠습니까?

최장집 교수나 이장희 교수를 때려잡던 고전적인 수법을 원용, 문맥이나 주제 무시하고 여기 저기서 임의대로 끌어모은 상기한 문구들만으로도 성경은 금서목록에 들어가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어찌 뜨뜻미지근한 막스 베버의 저작 따위에 비하겠습니까? 그럴진대 공안문제연구소는 지금이라도 당장 기독교인들의 경전인 성경책을 전국적으로 수거하여 적성(赤性) 여부를 심도있게 조사함은 물론 혐의가 인정되면 성경책을 읽있거나 소지한 모든 이들을 잡아 감방에 쳐넣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회심한 자본주의자로서 공산주의 사상을 선동, 고무, 찬양하는 성경책으로 인해 민족의 얼은 간 데 없고 친일모리배와 독재의 잔당들이 대접받고 설치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안위가 위태해짐을 더 이상 방관하기 어려워 이렇듯 서둘러 자아비판 내지는 자진신고하는 것이니 국군기무사령부와 경찰청 산하 공안문제연구소는 부디 제 충심을 헤아려 ‘헌 하늘과 헌 땅’이 지배하는 이곳을 기독교의 적화 위협으로부터 건져주시옵기를 원망, 앙망, 갈망하옵나이다. 통촉하여 “쭈~시옵쇼~셔!”

문한별 / 언론인권센터 대외협력위원장

   
문한별(문성) 씨는 언론수용자의 권익찾기 운동을 벌이는 (사)언론인권센터(www.presswatch.or.kr)의 대외협력위원장입니다. 블로그 주소는 blog.empas.com/kolbe1251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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