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자 채널A 메인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22일자 채널A 메인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갈등설 보도가 쏟아지는 가운데 윤 대통령 직접 발언을 인용한 보도가 나왔다. 공식석상에서 나온 발언이 아니고 갈등설 이면에 대한 대통령 ‘의중’을 보여주는 발언이라는 점에서 직접 인용 형태의 보도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채널A는 지난 22일 윤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과의 갈등 배경에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한 위원장이 했던 행동을 꼽고 윤 대통령이 했다는 발언을 보도했다.

한 위원장은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대위원을 연단에 불러 서울 마포을 지역에 출마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이 “낙찰자를 정해놓고 입찰을 하면 그것을 부정입찰이라 부른다. 한 위원장이 법을 모르는 친구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는 내용이다.

윤 대통령의 ‘낙찰자’ 발언은 한 위원장의 행동을 정면 비판하고 갈등설 이면의 한 요인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뉴스 가치가 높다. 다만, 대통령의 의중을 나타내는 말이어서 큰따옴표로 처리해 직접 인용한 보도는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채널A는 이 같은 발언이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비공개 회동 결과를 보고 받고 대통령이 자신의 생각을 밝힌 것이라고 보도했는데 어떻게 해당 발언을 입수했는지가 의문으로 남는다.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대통령 직접 발언은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언’ 형식으로 전달해 인용 보도하는 경우는 있다. 직접 취재 현장에서 듣지 못했기 때문에 작은 따옴표 처리를 하고 “알려졌다”라고 보도하는 게 보통이다. 큰따옴표 처리를 했다는 것은 대통령 육성 발언을 어떤 형태로든 들었다는 뜻도 된다. 그게 아니면 대통령 발언 취지를 전해듣고 소위 ‘마사지’를 했는데 대통령실이 용인해준 경우다. 

채널A는 “이런 식이면 대통령을 뒷배 삼아 한 위원장이 당의 주인인 것처럼 줄 세우기 한다는 소문이 맞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는 대통령 발언도 소개했다.

채널A는 다른 보도에서도 대통령 발언을 직접 인용해 보도했다. <[단독]“뒤통수 맞았다더라”…윤 대통령, 심경 토로> 리포트에서 “오늘(22일) 민생토론 일정에 불참한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 위원장과의 충돌에 대한 개인적 심경도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이 “가장 아끼던 사람에게 바보같이 뒷통수를 맞느냐는 소리까지 들었다”며 “사람을 너무 의심하지 않고 썼던 나의 잘못인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는 것.

이밖에 “비대위원장직은 임시관리인이니 중진들과 잘 상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위원장 직이 끝나면 다시 내각으로 돌아와 국정 경험을 쌓으라”,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후배였는데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선을 그었겠는가” 등 대통령의 의중을 보여주는 직접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하나같이 큰따옴표로 처리해 대통령의 발언이라고 소개한 것이다.

이 같은 보도는 어떻게 나왔을까. 대통령 발언 직접 인용은 자칫 왜곡을 가져오거나 잘못된 해석의 대상이 될 수 있어 민감할 수밖에 없다. 채널A 보도는 대통령실이 기자에게 직접 대통령 발언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특정 매체를 통해 대통령 발언을 기사화하려는 전략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MBC 바이든-날리면 보도에서 대통령 육성을 들어 기사화한 것을 놓고 소송을 걸면서도 대통령이 육성 발언 진위 여부는 끝내 밝히지 않은 상황과도 대비된다. 채널A의 대통령 의중을 보여주는 직접 발언 소개 보도가 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기사를 작성한 채널A 기자는 대통령 발언을 큰따옴표로 직접 인용해 보도한 근거와 경위를 묻는 질문에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해당 채널A 기자는 지난 2022년 11월 13일 윤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발리로 가는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따로 1시간 동안 대화했다는 기자 2명 중 1명이다.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해당 기자들과) 평소 인연이 있어서 이동 중에 편한 대화를 나눴을 뿐 취재와는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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