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가 ‘바이든-날리면’ 정정 보도 청구 소송 선고 결과에 대해 “‘진실’ 없는 ‘허위’가 가능한가”라고 비판했다.

박주린 MBC 기자(한국기자협회 MBC지회장)는 한겨레21 1498호에 기고한 글에서 “찬찬히 판결문을 읽는 내내 해소되지 않는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우리가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정정하라는 것인가?”라며 판결 내용을 반박했다.

박 기자는 “어떤 보도를 ‘허위’로 규정하기 위해선 당연히 대비되는 ‘진실’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외교부는 1년 넘는 재판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끝내 제시하지 못했다. 하물며 대통령실이 했던 것처럼 ‘날리면’이라는 주장도 꺼내 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기자는 “외교부가 신청해 진행된 음성 감정에선 ‘욕설’과 ‘비속어’는 확인되지만 ‘바이든-날리면’은 판독 불가라는 결과가 나왔다. 판독 불가 판정이 나온 것은 의아했지만 백번 양보해 그렇다 쳐도 가능성은 다 열려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판독 불가 결과에도 재판부가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한 사실도 없음이 밝혀졌다”라고 정정 보도 판결을 낸 것에 논리적 모순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2022년 5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2022년 5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박 기자는 “외교부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데도 알아서 허위 여부를 가려준 괴이한 판결”이라며 “소송 당사자도 머뭇거리는 지점에서 어떻게 재판부는 주저 없이 판결할 수 있었을까. 정녕 ‘진실’ 없는 ‘허위’가 가능한가?”라고 반문했다.

정정 보도 청구시 입증 책임은 청구자에 있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입증하지 못한 외교부의 청구는 기각됐었야 했다면서 MBC의 입증 책임과 관련해서 “물론 ‘과학적 사실’에 관한 보도는 언론사에도 입증 책임이 부여된다고는 하지만 ‘대통령이 무슨 말을 했는지’가 과학의 영역에 속하기라도 한단 말인가? 정작 대통령 자신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 말을 무슨 수로 MBC가 증명한단 말인가”라고 반박했다.

박 기자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바이든’이라고 들리지 않으므로 ‘허위 보도’라고 지적하면서도 정작 맥락과 정황을 근거로 결론을 내는 모순, 판결문 곳곳에서 발견되는 엉성한 논리를 보며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는 생각을 떨쳐내기 어려운 건 저뿐일까”라며 거듭 재판부 판결을 비판했다.

대통령실이 “MBC의 허위 보도는 무책임한 일”이라는 입장을 냈지만 대통령 음성 진위나 비속어에 대한 확인 요청 질의에 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박 기자는 “정말 모르는 건지 또 다른 논란을 피하고 싶은 건지, 정작 국민 신뢰 회복에 영향을 미칠 만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이번에도 답하지 않았다. 물론 욕설과 비속어에 대한 입장 표명도 없었다”며 “이에 저 또한 한 명의 기자로서 다시 묻는다. ‘그래서 대통령께선 그날 대체 뭐라고 말씀하셨다는 겁니까?’”이라고 했다.

박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대통령이 본인이 뭐라고 했는지 밝히면 가장 간단한 문제인데 초기 해명도 늦었을 뿐더라 아무런 명확한 말이 없었다”며 “그런 문제가 선행돼 해결해야 하는데 외교부가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법원 판단이 나왔고 정정 대상 자체가 모호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기자는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무언가 정정보도 하려면 이런게 진실이니 정정하라고 해야 하는데 그게 없다”며 “기자 생활하면서 봐왔던 판결문이랑은 완전 결이 다르다”고 비판했다.

박 기자는 “MBC 내부에선 기각되지 않겠나라는 전망이 있었는데 다른 판결이 나와서 당황한 분위기”였다며 “만약 백번 양보해서 외교부가 이렇게 밝혀왔고 이런 상황이었다라고 반론 보도를 하라 판결했다면 수용 여지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정보도는 우리가 틀렸다라고 단정지은 문제라 이해하지 못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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