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차기 대표에 내정해 인적쇄신에 나섰다. 정신아 대표는 40대 여성으로 해외기업과 네이버 등 업무 경험이 있으며 카카오에선 스타트업 발굴과 투자 업무를 해왔다.

카카오는 13일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현재 사업 총괄을 맡은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단독 대표 내정자로 보고했다. 정신아 내정자는 2024년 3월 예정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로 선임될 예정이다. 정신아 내정자는 내정자 신분으로 카카오 쇄신TF장을 맡아 쇄신 작업에 나선다. 

정신아 내정자는 누구?

카카오는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며 “IT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보유하고,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른 갈등과 어려움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정신아 내정자가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
▲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

정신아 내정자는 보스턴컨설팅그룹과 이베이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eBay APAC HQ), 네이버 등에서 일했으며 2014년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했다. 2018년부터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맡아 AI-로봇 등의 선행 기술, 모바일 플랫폼, 게임, 디지털 헬스케어 등 IT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역할을 해왔다.

‘책임경영’ ‘미래 신사업 발굴’ 메시지

여러 사업 부문이 논란을 빚은 카카오의 정신아 대표 내정은 ‘미래 신사업’에 적극 투자하겠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현재 카카오에는 ‘독과점’ ‘골목상권 침해’ ‘부도덕’ 문제가 낙인처럼 찍혀 있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 조종 의혹이 불거졌다. 카카오택시의 경우 시장독과점 논란이 이어진 상황에서 카카오 모빌리티 분식회계 의혹도 제기됐다. ‘카카오 선물하기’ 수수료가 비싸다며 자영업자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카카오가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개척하기보다는 기존에 형성된 산업에 진입하는 방식을 선호하면서 곳곳에서 충돌했다.

▲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 ⓒ 연합뉴스
▲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 ⓒ 연합뉴스

이와 관련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경영쇄신위원장)는 지난 11일 직원들에게 보낸 글을 통해 “무료로 서비스하고 돈은 어떻게 버냐는 이야기를 들었던 우리가 불과 몇 년 사이에 ‘골목상권까지 탐내며 탐욕스럽게 돈만 벌려한다’는 비난을 받게 된 지금의 상황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과거와 이별하고 새로운 카카오로 재탄생해야 한다”고 했다. 

김범수 창업자는 13일 직원들에게 보낸 글을 통해 정신아 내정자에 관해 “10여 년간 카카오벤처스의 성장을 이끌어온 시나(정신아)는 커머스, 핀테크, AI 등 기술 중심의 투자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다양한 섹터의 경험을 축적해왔다”며 “이를 바탕으로 카카오의 내실을 다지면서도 AI 중심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 또한 함께해 나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신아 내정자 역시 “사회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성장만을 위한 자율경영이 아닌 적극적인 책임 경영을 실행하고, 미래 핵심사업 분야에 더욱 집중하겠다”며 “카카오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기에 변화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겠다”고 했다.

막 내린 홍은택 체제

이로써 홍은택 카카오 대표 체제는 막을 내리게 됐다. 2022년 7월 임명된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내년 3월 대표직을 내려놓게 된다. 홍은택 대표는 13일 사내망에 올린 글을 통해 “지난 1년여 동안 크루(직원) 여러분들을 많이 힘들게 해드린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라며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했다.

카카오는 여러 논란이 이어지면서 대표가 여러차례 교체됐다. 2021년 11월 카카오 공동대표로 내정됐던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카카오페이 주식 900억 원을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먹튀 논란이 제기되자 사퇴했다. 지난해 남궁훈, 홍은택 공동대표 체제가 들어섰으나 남궁훈 대표는 2022년 10월 카카오톡 ‘먹통’ 사태에 책임지는 차원에서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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