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함께 당내 극성 정치 팬덤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3년 전 강성 지지층을 “에너지원” “상식적인 분들”이라고 한 발언이 소환됐다.

강성 지지층에 대한 입장이 달라진 것일까, 지금의 민주당 체제의 강성 팬덤이 더 폭력적이 된 것이어서일까. 이 전 대표는 미디어오늘에 당시에도 선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며 지금처럼 팬덤의 지나친 행위가 문제이지 (강성 지지층에 대한) 생각은 당시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낙연 전 대표는 4일자 중앙일보와 인터뷰(온라인 기사 <[단독]이낙연, 이재명측 겨냥 “국민 평균만큼 정직, 그렇게 어렵나”>)에서 민주당 내의 ‘팬덤정치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질문에 “대단히 적대적이고 폭력적”이라며 “말과 글뿐만 아니라 위협을 느낄만한 행동까지 간다. (그게) 좋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으니 안 바뀌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당 대표 체제의 친명 팬덤의 심각성을 비판한 것이다.

이 전 대표가 당 대표였던 3년 전엔 어땠을까. 당시에도 ‘문파’, ‘친문 팬덤’의 문제가 극성을 부렸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20년 9월23일 서울 목동 한국예술인센터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민주당에는 언제부터인가 굉장히 열성적인 지지당원들이 있다, 그분들의 목소리가 굉장히 크게 당의 정책, 노선에 영향을 준다, 최근의 경우 추미애 장관 아들 논란에 박성민 최고위원이 ‘국민 눈높이에서 봐야 한다’는 정도의 말을 했는데도 집단적인 문자가 쏟아진다’, ‘열성 지지자들의 움직임이 당내에 다양한 의견을 만드는 데 저해가 된다는 의견을 어떻게 보느냐’는 윤춘호 SBS 논설위원의 질문을 받았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대표시절이던 지난 2020년 9월23일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강성 지지층의 부작용을 묻는 질문에 에너지원이자 당내 감시자로 긍정적으로 해석할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대표시절이던 지난 2020년 9월23일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강성 지지층의 부작용을 묻는 질문에 에너지원이자 당내 감시자로 긍정적으로 해석할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이에 이 전 대표는 “그건 민주당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며 “강성 지지자는 긍정적인 기능도 있을 것이나 때로는 말씀 주신 에너지가 되면서 동시에 압박이 될 수도 있는 요인이 있고, 그건 어느 당이나 마찬가지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그런데 우려하시는 것과는 달리, 8월29일 전당대회 결과를 보면, 강성 지지자들이 많이 포진돼 있는 각 후보의 권리당원 지지율과 일반국민 여론 지지율이 거의 비슷하게 나타난다”며 “강성 지지자들이라고 해서 특별한 분들이 아니라 매우 상식적인 분들일 수도 있다”고 옹호했다.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냐는 질의에 이 전 대표는 “어떤 에너지를 끊임없이 공급하는 에너지원이 될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끊임없이 당의 대처나 지향을 감시하는 감시자의 역할도” 된다며 “그것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발전적으로 활용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두둔했다.

이어 이 전 대표는 그해 11월1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허민 문화일보 전임기자가 “문파로 표현되는 강성 지지자가 한편으로는 긍정적이나 지나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정성호 국회 예결위원장이 회의석상에서 추미애 법무장관에게 정도껏 하라고 얘기했다가 온종일 그 강성 지지자들에 의해 시달림을 받았다고 고백한 일이 있다, 문 대통령의 강성 지지자, 문파의 목소리가 당을 과도하게 지배하고 있다는 평가를 어떻게 보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그 분들도 같은 당원 들에 대해 지나칠 정도의 상처를 주는 것은 자제하는 게 좋다 하는 지혜를 가져 주셨으면 좋겠고”라고 언급하면서도 “팬덤에 대해 요즘에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와 국내 정치 보도를 보며 모순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나치게 열성 지지자들 중심의 정치를 한 것이 폐해였다라고 말하면서 바이든의 약점은 팬덤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한다”고 소개했다. 이 전 대표는 “‘어떻게 라는 얘기인지’ 그런 언론보도를 보면서 늘 혼자 웃는다”며 “‘이거 그럼 어떡하란 얘기인가’ 라는 생각도 든다”고 반박했다.

허 기자는 금태섭 당시 민주당 의원이 탈당하면서 ‘당의 지도적 위치했던 분들 마저 양념이니 에너지원이니 하면서 잘못을 바로 잡기는커녕 눈치를 보고 정치적 유불리 마늘 계산하는 모습에 절망했다’고 지적한 점을 들어 “눈치를 보고 정치적 유불리만을 계산하는 모습이라고 하는 지적”을 어떻게 보느냐고 재차 질의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금태섭 의원의 그런 충고에 충정으로 받아들이나 인식 모두가 정확하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비판을 하건 또는 지지를 하건 양쪽 모두가 에너지가 된다. 제 자신도 때로는 어제가 억울하다고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공격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대표 시절이던 지난 2020년 11월1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문파로 불리던 강성 지지자들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사진=SBS 영상 갈무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대표 시절이던 지난 2020년 11월1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문파로 불리던 강성 지지자들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사진=SBS 영상 갈무리

3년 전 발언과 최근의 이재명 팬덤에 대한 인식을 두고 이낙연 전 대표는 4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당시 발언을) 기억한다. 그때도 (강성 지지자의) 지나친 언동은 정당이나 지지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는 말을 (토론회 다니면서) 붙였다”며 “그때도 선을 지키라는 얘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선을 넘은 것이 많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 얘기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지지자 모두 나쁘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선을 넘는 언동에 대해, 그때도 선을 지켜달라고 했고, 이번에도 바로 그것이 문제라고 얘기했다. (내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지금은 선을 넘는 것이 심해졌다”며 “팬덤 자체가 모두 나쁘다기 보다 폭력적, 공격적, 적대적 그런 것이 민주당에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당시 이들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좀 더 호의적으로 얘기를 많이 한 것인가, 아니면 현재의 팬덤이 지나친 것인가’라는 질의에 이 전 대표는 “(현재가) 지나친 것”이라며 “팬덤 자체가 나쁘다고 말한 적이 없다. 폭력적이거나 적대적이거나 공격적인 언동, 이것은 도움이 안 된다. 그 때도, 지금도 그 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의 발언이 경솔했던 것은 아니냐는 질의에 “그렇지 않다. 단정하지 말아달라”며 “지지라는 것은 에너지원이 되지만 선을 넘으면 오히려 부담이 된다. 지금도 마찬가지인데, 지금은 더 심해졌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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