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인사 파동을 단독 보도한 시사저널이 이례적으로 2판을 발행했다. 국정원 1차장과 인사기획관 경질 소식을 다룬 단독 기사(1판)가 나가고 이틀 뒤 윤석열 대통령이 김규현 국정원장까지 전격 경질하자 구문이 된 표지 기사를 보완하여 2판을 다시 발행한 것이다. 일간지와 달리 시사 주간지가 판 갈이를 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시사저널은 매주 금요일 발간돼 서점 등 시중에 깔린다. 국정원 인사 파동을 다룬 1780호는 지난 24일 시중에 깔렸다. 표지 기사 제목은 <권춘택 1차장-S 인사기획관 경질…국정원 ‘3차 전쟁’ 전말…국정원장 체제 공고화>였다. 기사는 이날 오전 온라인에도 풀렸다.

시사저널은 국정원 인사 파동을 ‘3차 전쟁’으로 명명하며 “김규현 원장을 견제해 왔던 권춘택 1차장-S인사기획관 등 반대파가 숙청되면서 김 원장 체제가 더욱 공고해졌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윤석열 정권 국정원의 주류와 비주류가 빚고 있는 인사 파열음은 여러 언론이 주목해온 이슈다.

▲ 시사저널 1780호 1판(왼쪽)과 2판.
▲ 시사저널 1780호 1판(왼쪽)과 2판.

보도 이틀 뒤인 지난 26일 윤 대통령은 김규원 국정원장을 전격 경질했다. 국정원 내 인사를 둘러싸고 잡음이 외부로 표출된 데 대해 지휘 책임을 물은 것이다. 시사저널 표지 기사를 사실상 구문으로 만든 문책 인사였다.

이에 시사저널은 <김규현 원장-권춘택 1차장 등 경질…국정원 ‘3차 전쟁’ 전말…권력 암투에 칼 빼든 윤 대통령>으로 표지 기사를 업데이트한 뒤 2판을 찍어 지난 27일 발행했다. 대형서점과 가판대에 깔린 기존 1판은 회수했다. 정기 구독자들은 1판과 2판을 모두 받게 됐다.

전영기 시사저널 편집국장은 28일 “일요일 (국정원장 경질) 인사 발표가 나자마자 2판 제작에 바로 돌입해 월요일 오후 수만 권을 인쇄해 다시 발간했다”며 “최대한 업데이트된 정확한 내용을 신속하게 전달하겠다는 독자 서비스 정신을 반영한 결정”이라고 자평했다.

김정열 시사저널 마케팅전략팀장은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을 때 호외판을 찍은 적 있지만 이번과 같은 2판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독자들에게 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재료비, 인쇄비, 배송비 등 수천만 원의 비용을 감수했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대략 2만부 정도 잡지를 다시 발행해 독자들에게 전했다”며 “독자들은 ‘더 유심히 보게 됐다’,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앞으로도 독자 서비스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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