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이 자사의 보도 관련 “스톡홀름 신드롬에 입각한 편향된 기사”라고 발언한 신원식 국방부장관을 두고 적확하지 않은 비유라며 반박했다. 

신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향신문 보도를 보고 놀랐다. 이제까지 북한이 (남북합의를) 먼저 깼는데 이번엔 한국이 먼저 깼다는 표현은 아주 적절하지 않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묻는 임병헌 국민의힘 위원의 질의에 “강도를 옹호하는 전형적인 스톡홀름 신드롬에 입각한 편향된 기사”라고 답했다. 이어 임 위원이 정부의 효력정지가 북한의 도발 빌미를 줬다고 보는 시각에 대해 묻자 “아까 말한 특정 매체(경향신문)나 한두개 매체 외에는 모두 정부의 조치가 적절했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 2023년 11월23일 KBS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 생중계 방송화면 갈무리.
▲ 2023년 11월23일 KBS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 생중계 방송화면 갈무리.

신 장관과 임 위원이 언급한 경향신문 보도는 정부의 9·19 남북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는 남북합의를 남측이 먼저 깬 첫 사례라고 보도한 23일자 <남북 합의, 한국이 먼저 깬 건 처음…‘안전판’ 제거 우려> 기사다. 경향신문은 군사합의 효력정지 소식을 전하며 접경지 군사적 충돌을 예방하는 역할을 해온 군사합의를 성급하게 효력정지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안보에 우려를 제기하는 전문가들의 발언도 덧붙였다. 

▲ 경향신문 11월23일 기사 갈무리.
▲ 경향신문 11월23일 기사 갈무리.

경향신문은 25일자 사설 <안정적 상황관리 주문을 ‘스톡홀름 신드롬’으로 모는 신 국방>에서 신 장관이 적확하지 않은 비유를 통해 비판했다고 반박했다. 경향신문은 “스톡홀름 신드롬은 인질이 극도의 공포심으로 인해 납치범에게 동조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범죄심리 용어다. 신 장관은 북한을 납치범에, 한국민들을 인질에 비유한 듯하다”며 “핵무장한 북한이 남측을 향해 위협적 언행을 하는 현 상황을 그렇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은 북한보다 10배 많은 국방비를 쓰고, 압도적인 미군 전력의 지원을 받는다는 점에서 양쪽의 힘 관계는 그렇게 일방적이지 않다”고 했다. 

▲ 경향신문 11월25일 사설 갈무리.
▲ 경향신문 11월25일 사설 갈무리.

경향신문은 “경향신문이 북한에 동조하지도 않는다. 북한의 인권 상황은 열악하며, 핵 개발이 북한의 밝은 미래를 가져올 수 없다고 일관되게 지적해왔다.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해서도 분명한 논리로 규탄했다”며 “그와 동시에 경향신문은 ‘한국이 북한과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평화를 지키려는 측면에서 현명한가’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정부의 강경한 대응에 박수를 보내기보다, 그게 최선인가 묻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지금 한반도는 위험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보수정부는 이 문제에서 더 선명성을 강조할 것이고, 충돌 위험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 그럴수록 누군가는 화해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이 나라 엘리트가 얼마나 자기희생을 감내할까. 적어도 신 장관은 끝까지 남아 나라를 지켜줄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 당일에도 근무 중 주식 거래를 하고 골프를 친 군인을 군령권자로 앉히려는 정부를 믿고 안심할 국민이 많을 것 같은가”라며 “평화가 중요하다는 대전제 아래 무엇이 효과적인 방법일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정권의 이념적 지향과도 다른 목소리를 경청하며 적정한 지점에서 최소한의 공감대를 이뤄야 한다. 그래야 신 장관이 원하는 그 안보가 더 튼튼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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