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데스크가 22일 전날 방송에서 잘못 전한 초등학생 인터뷰 내용을 정정하고 시청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성장경 MBC 뉴스데스크 앵커는 이날 클로징에서 “어제(21일) 뉴스데스크가 보도한 ‘당근칼 주의보’ 기사 중 인터뷰 자막에 오류가 있어 바로 잡는다”며 “한 초등학생의 인터뷰 중 ‘여자애들 패요’라는 자막이 방송됐는데 재검토 결과 ‘여자애들도 해요’가 맞는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MBC 뉴스데스크가 22일 전날 방송에서 잘못 전한 초등학생 인터뷰 내용을 정정하고 시청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 MBC 뉴스데스크가 22일 전날 방송에서 잘못 전한 초등학생 인터뷰 내용을 정정하고 시청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성 앵커는 “취재 당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당근칼을 이용한 폭행까지 이뤄진다는 심각성에 집중한 상황에서 발음을 오인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초등학생들 인터뷰인 만큼 교사가 취재 과정을 지켜봤고, 인터뷰 사용 여부도 당사자와 교사 허가를 거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확하지 못한 자막을 내보낸 점 인터뷰에 응해준 초등학생과 부모님, 그리고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성 앵커는 “앞으로 보다 신중한 자세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MBC 뉴스데스크는 21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장난감인 당근칼의 위험성을 보도했다. 당근칼은 플라스틱 재질의 칼 모형 완구다. MBC 리포트 전에도 언론들은 당근칼이 흉기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무디게 할 수 있다는 우려의 여론을 보도했다.

문제가 된 MBC 보도는 MBC경남 이아무개 기자 리포트로 이 기자는 당근칼을 갖고 노는 한 남자 초등학생을 인터뷰했다. 음성변조 처리된 학생은 ‘어떻게 갖고 노느냐’는 기자 질문에 “이렇게 해가지고 찌를 수 있어요. 여자애들도 해요”라고 답했다. 하지만 MBC는 “여자애들 패요”라는 자막을 달아 보도했다.

MBC 뉴스데스크가 단 자극적 자막으로 온라인에서는 MBC 보도에 등장하는 초등학생과 그의 학부모를 공격하는 댓글들이 폭발했다. 일부 누리꾼이 “느리게 들으면 ‘여자애들도 해요’로 들린다”는 반박 글을 게시하면서 MBC 자막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 왜곡 자막 논란을 부른 MBC 뉴스데스크 21일 자 리포트 갈무리.
▲ 왜곡 자막 논란을 부른 MBC 뉴스데스크 21일 자 리포트 갈무리.

논란이 커지자 이 기자도 자신이 운영하는 개인 유튜브 채널에 “논란이 된 인터뷰 내용과 관련해 내부 논의와 여러 차례 확인 절차를 거쳐 정정 보도가 나갔다”며 “원본 음성은 보도에 나간 음성 변조된 음성보다 강한 발음이 들린다. 그렇다 보니 현장에서 직접 이야기를 들을 때도, 편집할 때도 여러 번 들었으나 잘못 인식한 것 같다.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 기자는 “시청자분들께서 지적해 주신 덕분에, 내부 선배들께서 귀를 모아 여러 차례 다시 들어보고 바로잡을 수 있었다. 제 불찰로 마음이 불편하셨을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아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했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서는 전혀 그럴 생각도 없었고, 그렇게 비치길 의도하지 않았음을 말씀드린다. 또 남녀 갈등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나 생각도 없었다. 참고로 한 쪽 성별이나 혐오를 지지하는 등의 커뮤니티 활동도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아이들의 안전과 올바른 교육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한 취재가 도리어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는 기사가 됐다는 생각에 마음이 좋지 않다”며 “회사 내에서 있을 징계나 조치 등은 달게 받겠다. 회사에 누가 되지 않도록 더 귀를 열고 애매하다면 여러 선배님의 귀를 빌려서라도 더 명확히 취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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