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해보니 회사 앞에 LG트윈스 팬 분들이 신문을 사려고 기다리고 계시더라고요.” 지난 16일 조현정 스포츠서울 편집국장의 말이다. 

LG트윈스가 29년 만에 정규시즌에 이어 한국시리즈도 우승하면서 스포츠신문 ‘품절 대란’이 이어졌다. 팬들은 LG트윈스 우승 기사가 실린 신문을 구하기 위해 편의점 등 신문 가판대를 찾아다녔고 중고거래 사이트에선 이 신문이 1만 원대에 거래됐다. 페이스북과 엑스(트위터) 등에선 여러 곳을 다녔지만 스포츠신문을 구하지 못했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스포츠신문은 씨가 말랐다”며 한탄할 정도였다.

▲지난 14일 스포츠서울 1면.
▲지난 14일 스포츠서울 1면.

특히 주목을 받은 신문은 스포츠서울이었다. 스포츠서울은 지난 10월 LG트윈스의 정규리그 우승 때 관련 기사를 1면에 게재해 품절 대란으로 이어졌다. 이번에는 여러 스포츠신문이 LG트윈스 우승 기사를 1면에 냈지만 가장 인기 있는 신문은 스포츠서울이었다. 스포츠서울은 지면에 광고를 빼고 1~6면에 LG트윈스 우승 관련 기사를 게재하고 디자인에도 더욱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스포츠서울이 유독 주목을 받은 건 치밀한 준비 덕이다. 조현정 국장은 “(13일) 아침부터 준비를 했다. 팬들의 수요가 있다는 걸 알게 됐으니 처음부터 2000부를 더 찍어서 물량을 준비했다”고 했다. 스포츠서울은 지난달 LG트윈스의 정규리그 우승 당시 예상치 못한 품절 대란에 2000부를 추가 인쇄해 배포했다.

조 국장은 “이번엔 LG가 우승하면 다들 1면에 낼 것이니 차별화를 하려 했다”며 “밤 11시에 마감하는 서울판 기준(편집자주 : 지방판은 배포 시간을 고려해 마감을 먼저 한다)으로 원래 1면에 광고를 넣는데, 광고를 빼고 시원하게 편집하기로 했다. 1면 톱 기사 사진에는 ‘무적 LG!’ 캘리그래피를 넣었다”고 설명했다. 서울판에는 관련 기사를 1면에서 6면까지 전면 배치했다. 4면은 우승 직후 축하하는 모습을 전면 사진으로 담았다. 신문을 눕혀서 보면 한 장의 사진으로 볼 수 있게 화보처럼 구성했다.

▲ 지난 14일 스포츠서울 4~5면 갈무리.
▲ 지난 14일 스포츠서울 4~5면 갈무리.

위험 부담이 있었다. LG트윈스가 지난 13일 경기에서 KT위즈를 이기면 우승이 확정되지만 패배할 경우 14일, 15일 등 이후에도 경기가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 국장은 “못 이길 수도 있었다. 5차전으로 끝나면 다행인데 7차전까지 갈 수도 있었다. 그러면 우승할 때까지 광고를 다 빼야 했다. 그래도 모험을 하기로 했다”며 “이렇게 만드니 팬들이 알아봐주시더라. 우리처럼 시원하게 낸 곳과 그렇지 않은 곳에 차이가 있다고 느끼셨다”고 했다.

뜨거운 반응은 스포츠서울 구성원들이 체감을 할 정도였다. 조 국장은 “다음날 출근하니 회사 앞에서 팬들이 기다리고 계셨다. 신문을 구하기 위해 오신 분들이었다”며 “정기구독을 하고 싶다는 분들도 많았다. 회사까지 찾아오신 분들에겐 돈을 받지 않고 신문을 드렸다”고 했다.

▲ 중고 거래사이트 갈무리.
▲ 중고 거래사이트 갈무리.

잇따른 품절 대란을 주도한 건 젊은 세대였다. 29년 만에 우승을 했기에 LG트윈스의 젊은 세대 팬들 사이에선 스포츠신문은 처음 경험한 우승을 기념하는 ‘굿즈’가 됐다.

“회사로 찾아온 분들이 거의 다 젊은 세대였다. 젊은 자녀를 위해 어머니가 온 경우도 있었다. 신문의 새로운 용도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젊은 세대에겐 굿즈처럼 인식 된다는 걸 알게 됐다.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달 정규리그 우승 품절 대란 당시 조 국장은 “신문은 외면을 받는 올드미디어의 대표 주자가 됐다. 모든 뉴스가 온라인을 통해 소비되고 있다. 신문을 구하려는 모습이 신기했다”며 “기존 독자들 연령대가 높았는데 (젊은 층 반응이)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신문이 사양산업이기만 한 게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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