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묻지마 범죄(이상동기 범죄)를 다룬 기사가 늘어났는데, 실제 범죄도 늘어난 걸까.

지식콘텐츠 스타트업 언더스코어 연구팀이 분석한 결과 통계상 폭력·강도·살인 범죄는 줄어든 반면 언론 12곳의 관련 보도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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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지 및 방송사 12곳의 이상동기 범죄 관련 기사 보도율. 2016년은 강남역 살인사건이 벌어진 해다. 그래프=언더스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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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지 및 방송사 12곳의 폭행 강도 살인 범죄 관련 기사 보도율. 그래프=언더스코어

언더스코어는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BigKinds) API를 활용해 중앙지 및 방송사 12곳의 기사를 분석했다. 우선 언론 12곳의 사건·사고 기사 중 ‘묻지마 범죄’(이상동기 범죄)를 다룬 비율은 지난 8월4일 기준 4.9%로 최근 6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사건·사고 기사 중 폭력·강도·살인 범죄 관련 어휘가 담긴 기사를 집계한 결과 지난 7년 간 매해 평균적으로 0.33%p씩 보도율이 높아졌다.

실제 범죄도 그만큼 늘어난 걸까. ‘묻지마 범죄’를 별도로 집계한 통계가 없기에 경찰의 강력범죄 발생건수 자료를 보면 강력범죄는 2011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2만2000~2만7000건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소폭 늘어났으나 전에 비해 급증하지는 않았다. 1994년부터 2021년까지 연도별 범죄건수 중 ‘칼’을 사용한 비율은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지만 1990년대 후반 평균 10.1%를 기록한 후 2014년 3.1%에 그치는 등 평균적으로 감소하기도 했다. 

▲ 경찰의 강력범죄 발생건수 자료. 그래프=언더스코어
▲ 경찰의 강력범죄 발생건수 자료. 그래프=언더스코어

언더스코어는 “장기 시계열 추세 하에서는 ‘한국 사회가 과거보다 더 위험해졌다’라는 강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웠다”고 했다.

다만 경찰 통계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검찰 등을 포함한 보다 포괄적 통계인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분기별 범죄동향 정보를 보면 전반적으로 강력범죄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는데 세부 유형별로 보면 폭력·강도·살인 범죄는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분기별 범죄 비중을 보면 폭력범죄는 –665건, 강도는 –6.5건, 살인은 –2.2건으로 줄었다. 반면 성폭력 범죄는 분기별 97.3건 늘었다. 성폭력 범죄가 급증하면서 전반적 통계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 것이다. 이 경우 실제 성폭력 범죄가 늘어난 데다 관련 법 개정, 경찰의 대응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실제 범죄 건수와 보도 경향에는 격차가 발생한다. 언론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은 사건이 발생하면 관련 보도를 집중적으로 하고 연관된 사건도 보도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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