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윤석열 대통령을 조롱하는 오타를 방송했다는 민원이 제기된 KBS에 행정지도 ‘의견제시’를 의결했다.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방송소위, 위원장 류희림)는 7일 오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윤 대통령을 조롱·비하하는 ‘교+ㅇ’ 표현을 썼다는 민원이 제기된 KBS <뉴스5>(1월3일 방송분)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KBS는 <전장연, 이틀째 탑승 시위…“탑승 저지”> 제하의 보도에서, ‘서울교통공사’의 ‘공’ 글자에서 ‘ㅗ’가 아닌 ‘ㅛ’으로 입력하는 오타를 내보냈다. 사무처에 따르면, 당일 저녁 <뉴스9>에선 유사한 내용을 보도하며 ‘ㅗ’로 표기했으며, 온라인 홈페이지에서도 오타는 없었다.

▲ KBS 뉴스5  2023년 1월3일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온라인 기사에선 오타를 찾아볼 수 없다. 
▲ KBS 뉴스5  2023년 1월3일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온라인 기사에선 오타를 찾아볼 수 없다. 

민원인은 KBS가 일부 야권 지지자들이 온라인상에서 윤 대통령을 조롱·비하할 때 사용하는 표현을 사용했으며, 자판에서 ‘ㅗ’와 ‘ㅛ’의 위치를 보면 굳이 멀리 있는 ‘ㅛ’를 친 것은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방송에서 아무런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안건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객관성’ 위반으로 상정됐다. 

야권 추천 위원들은 심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옥시찬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은 “심의를 할 때 확대해석을 해선 안 된다. 단순한 오타 실수를 이상한 논리로 제재하면 방통심의위의 최소한의 권위마저 무너질 수 있다”고 했다. 김유진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도 “이 정도 실수는 뉴스 제작 과정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다”며 “정정까지 이뤄진 사안을 굳이 대통령 비하 가능성까지 연결시켜서 심의해야 하는 지 의문이다. 방통심의위는 이런 핀셋 심의로 대통령 권위를 엄호해주는 기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여권 추천 위원들은 KBS가 공영방송에 걸맞는 방송을 해야 한다며 경징계 수준의 행정지도 ‘의견제시’ 의견을 냈다. 허연회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단순 실수나 오타로 보기엔 어렵다. KBS에 걸맞게 (방송)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성욱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실수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시청자가 민감하게 판단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의도와 상관없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류희림 위원장(대통령 추천)은 “실무자가 고의로 오타를 냈다기보단 단순 실수로 느껴진다”면서도 “최근 뉴스전문채널에서 자막 실수가 많다. KBS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인데 작은 실수 하나가 방송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했다. 심의위원 총 5인 중 여권 위원 3인 만장일치로 행정지도 ‘의견제시’가 의결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특별 사면 관련 진행자가 ‘경호, 보좌, 그리고 각종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다 복권됐다’며 허위 사실을 방송했다는 민원이 제기된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스페셜>(2022년 12월31일 방송분)엔 만장일치로 행정지도 ‘의견제시’가 의결됐다. 다만, 김유진 위원은 “대담의 주요 내용은 대통령 특별 사면의 적절성과 형평성을 살펴보는 것이었고, 대통령의 예우를 어디까지 받을 수 있냐가 핵심은 아니었다”며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을 이정도로 제재해야하는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이재명 대표 소환 통보에 대해 ‘잡범도 이렇게 취급은 안한다’고 하는 등 검찰을 일방적으로 비판했다는 민원이 제기된 TBS <신장식의 신장개업>(2022년 12월26일, 27일, 30일 방송분) △진행자가 서울시의 TBS 예산 삭감과 자사 프로그램 폐지를 다루며 ‘저는 3년 6개월 후 다시 돌아온다’고 언급하는 등 자사 입장을 일방적으로 방송했다는 민원이 제기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2022년 12월28일, 30일 방송분)에는 여권 위원 만장일치로 행정지도 ‘권고’가 의결됐다. 각각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객관성’과 ‘공정성’이 적용됐다.

허연회 위원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해 “공영방송이지 개인 사유 방송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류희림 위원장도 “프로그램은 개인의 소유가 아닌데, ‘나중에 다시 돌아온다’는 발언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반면, 옥시찬 위원은 “프로그램이 폐지되면서 무슨 말이든 못하겠나. 방송 내용이 청취자가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한편 출처를 밝히지 않고 타 매체 자료를 인용한 TV조선 <신통방통>, <박정훈의 정치다>엔 전원 만장일치로 행정지도 ‘의견제시’가 의결됐다. 김유진 위원은 “큰 방송사들이 자사보다 작은 매체들의 자료를 출처 표기 없이 가져다 쓰는 건 아주 중대하진 않아도 사소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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