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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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보도를 청구하면 최대 30일 동안 인터넷에서 기사 접근을 차단하도록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달 30일 “언론·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할 우려가 있고,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국회의장에게 전달했다. 윤석열 정부의 언론탄압 국면을 비판하고 있는 민주당이 스스로 언론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법안을 내는 모순적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 6월29일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개정안은 “인터넷 신문사가 사실 확인 없이 작성한 보도로 피해자들이 급증하고 있으나 정정보도 등 조정신청에 나설 경우 조정은 신청 접수일부터 14일 이내에 하도록 되어 있어 조정절차가 종료되기 전에 언론보도가 급속하게 전파되어 피해구제를 실효성 있게 하기 어렵다”며 “정정보도 청구 등을 받은 해당 기사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임시 조치 근거를 신설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에 따르면 언론중재위는 조정신청을 받을 경우 해당 기사 접근을 차단하는 임시 조치를 할 수 있으며 언론사는 임시 조치 사실을 이용자가 알 수 있도록 게재해야 한다. 임시 조치 기간은 30일 이내다. 개정안을 발의한 민주당 의원들은 “정보통신망법에서 명예훼손 등 권리침해 정보가 확산되었을 때 피해자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사실을 소명하면 30일 이내에서 임시 차단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는 “조정이 신청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선제적으로 접근을 차단하는 것은, 헌법에서 금지하는 사전 허가·검열과 유사한 효과를 발휘하게 되며, ‘시의성’ 보장이 무엇보다 중요한 언론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또 “일부 내용에 문제가 있어도 전체 보도의 유통을 금지하게 되므로 과잉 제한에 해당하며, 임시 조치 이외에 덜 침익적인 수단을 강구하지 않아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 될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임시 조치에 대한 이의제기 등 불복 절차를 규정하지 않아 언론사가 적절한 방어 수단을 보장받지 못해 법익의 균형성 측면에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개정안의 임시 조치는 인터넷을 통한 언론보도를 최장 30일 동안 차단함으로써 공적 관심 사안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 내지 정보 접근권을 제한하고, 이에 대한 논쟁이 이루어지는 것을 가로막아,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의 본령인 자유로운 비판과 여론 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 10월12일 “개정안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로 결정했으며, 지난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인권위는 12일 결정문에서 “임시 조치를 도입할 경우 최근 3년간 평균 조정신청 건수를 근거로 단순 계산하더라도 연 2697건의 인터넷 언론보도가 임시 조치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했으며 “개정안이 참고한 정보통신망법상 임시 조치의 경우 2007년 제도 도입 이후 임시 조치 건수가 해마다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5년~2019년 통계만 살펴보더라도 연간 20만 건을 훨씬 상회하고 있어 임시 조치를 도입하면 중재위 조정신청 건수 역시 이전보다 훨씬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 

또 “개정안의 임시 조치 제도에 대한 인식이 널리 확산될수록 일반 국민뿐만 아니라 정치인, 공직자,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사기업까지 자신들에게 불리한 언론보도의 유통을 일시적으로나마 차단하기 위해서 이 제도를 남용할 우려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언론중재위가 발간한 ‘2022년 언론 관련 판결 분석보고서’에 의하면 2022년 언론보도 관련해 제기된 소송의 원고 중 정치인·고위공직자·기업인 등 ‘공적 인물’은 41.0%(71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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