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전성기를 누린 배우 겸 가수 김민종씨가 지난달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국정감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상임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와 국회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도 그의 증인 출석은 관심을 끌었다. 산자위 국감이 잠시 정회되자 일부 의원들이 김씨에게 사인을 요청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씨는 왜 국감에 출석했을까?

지난 7월14일 인천지역신문 인천투데이는 <송도 6·8공구 중심상업지구 R2 개발 ‘제2대장동’ 우려>란 기사에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인천경제청)이 8공구 R2블록을 넘겨받아 국내 연예기획사 등과 ‘K-팝 아레나(2만명 관람 가능한 공연장)’ 등을 건립할 계획을 검토했는데 이대로 사업을 진행할 경우 특혜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보도했다. 

인천투데이는 이 기사를 시작으로 송도 R2블록 개발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려는 정황을 포착해 보도를 이어갔다. 여기서 김씨가 등장한다. 지난 7월18일 김씨가 KC컨텐츠 공동대표로 취임했는데 KC컨텐츠는 자본금 1000만 원으로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지난달 26일 국회 산자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김민종 KC컨텐츠 공동대표. 사진=SBS 유튜브 갈무리
▲ 지난달 26일 국회 산자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김민종 KC컨텐츠 공동대표. 사진=SBS 유튜브 갈무리

KC컨텐츠는 인천경제청에 K팝 콘텐츠 시티 사업을 제안했다. 한류 사업으로 포장했지만 사실상 부동산 개발 사업이었다. 사업 제안서를 보면, 사업 대상지 중 약 85%를 공동주택과 오피스텔로 채우고 K팝 공연장은 5%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송도 R2블록 개발 사업은 사업비 6조8000억 원에 이르는 사업으로 단일 사업으로 대장동 개발 사업보다 규모가 크다. 

앞서 지난 1월 인천경제청장이 미국에서 김민종 대표와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대표, 부동산 개발업체 회장을 만난 사실이 드러나는 등 로비 의혹도 불거졌다. 

인천투데이 보도를 보면, 인천경제청과 인천도시공사가 이 개발 방안을 두고 기존 경쟁입찰 방식에서 수의계약 방식으로 변경하는 안을 검토했고, 이 과정에서 인천시의 심의 과정을 생략해 이른바 ‘유정복 인천시장 패싱’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보도 이후 인천경제청에서 해당 사업을 담당했던 과장이 돌연 사직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인천경제청은 지난 7월2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의계약에서 제안공모로 토지매각 방식을 변경한다고 밝혔으나 다음날 KC컨텐츠가 제안공모에 참여하겠다고 밝혀 특혜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지난 8월12일 주민설명회를 여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고, 결국 인천경제청은 인천투데이 보도 한 달여 만인 지난 8월23일 사업을 전면 백지화했다. 

전면 백지화 이후에도 인천투데이는 이 사업 추진 과정의 문제점을 보도했고, 인천 연수을 지역구의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김민종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 관련 질의를 한 것이다. 국감에서 김 대표는 KC컨텐츠가 ‘페이퍼컴퍼니가 맞는지’ 질의하자 이를 부인하지 못했고, 불거진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대부분 ‘몰랐다’고 답변했다. 

이 과정에서 인천경제청은 지난 9월 인천투데이 취재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인천투데이 측도 같은 달 인천경제청장을 비롯해 인천경제청 관계자 2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 송도 R2 블록 개발 특혜의혹을 보도해 온 김현철 인천투데이 기자. 사진=바지연
▲ 송도 R2 블록 개발 특혜의혹을 보도해 온 김현철 인천투데이 기자. 사진=바지연

이 사안을 꾸준히 보도해온 김현철 인천투데이 기자는 지난달 28일 바른지역언론연대 풀뿌리언론상 취재 부문 대상을 받았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우희창 충남대 교수는 심사평에서 “사안의 중요성과 지역사회 영향성에 더해 기자의 질긴 취재력이 빛났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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