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의과대학. ⓒ연합뉴스
▲서울의 한 의과대학. ⓒ연합뉴스

지난 19일 윤석열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발표했다. 2025학년부터 의대 정원을 1000명 이상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으나 구체적 증원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2020년 7월 문재인 정부는 2022학년부터 10년간 의대 정원을 연간 400명씩, 총 4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으나 의사 파업에 부딪혔다. 국내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연간 3058명에서 늘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신문은 尹정부에서 반드시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며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논조를 두고 3년 전과는 사뭇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3년 전 조중동 사설 논조는 어땠을까. 

▲의대 증원 관련 동아일보 사설. 디자인=안혜나 기자.
▲의대 증원 관련 동아일보 사설. 디자인=안혜나 기자.

동아일보는 2020년 7월24일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는 2.4명으로 OECD 평균 3.4명에 못 미친다”며 “의대 정원이 16년 만에 늘어난다면 의사 부족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그해 8월8일 의사 파업 상황에선 “코로나 위기 상황에 집단행동은 명분을 얻기 어렵고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소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8월27일엔 “코로나 사태에서 의료계가 전력투구하며 피로도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민감한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정부의 요령부득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하는 동시에 “의료계도 국민 건강보다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앞세우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눈총을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3년 10월16일에도 동아일보는 “의대 증원은 미루기 어려운 개혁 과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사들이 서울에만, 피부과와 성형외과로만 몰린다는 데 있다”며 “2020년 실패는 코로나 대응이 급해 의사 파업에 백기를 든 사정도 있지만 특정 분야 쏠림 해소책을 못 내놓은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10월18일엔 “의사 수를 늘려야 하는 이유는 아파서 병원에 가 본 사람들은 다들 체감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한편, 尹정부를 향해 “17년간 동결된 의대 정원을 늘리는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정책을 다루는 모양새가 너무 가벼운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동아는 정부와 의료계에 모두 비판적이란 점에서 3년 전과 논조가 유사하다. 

▲의대 증원 관련 중앙일보 사설. 디자인=안혜나 기자.
▲의대 증원 관련 중앙일보 사설. 디자인=안혜나 기자.

3년 전 중앙일보는 의사 파업을 비판했지만, 정부 정책에 강한 찬성도 아니었다. 이 신문은 2020년 8월14일 “의대 정원을 늘려 지역 의사로 양성하고, 공공병원이나 감염내과 소아외과 등 특수 분야에 투입하겠다는 정부 대책에 무작정 반대하는 것은 명분이 약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8월25일엔 “정부 정책에 반대하더라도 국민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한 파업은 명분이 없다”고 했고, 8월27일엔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 문제와 별도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은 여론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고 비판한 뒤 양쪽의 합의를 강조했다. 

3년이 흘러 중앙일보는 10월16일 1면에서 <고령화 시계의 압박 의대정원 전격 수술> 기사를 톱으로 배치했고 ”코로나19 대처가 시급한 시기에 의료계와 등을 돌릴 수 없다고 판단한 문재인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을 접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은 독감 수준으로 낮아졌다“며 ”인구 고령화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점을 고려하면 의대 정원 확대는 미룰 수 없는 시대의 선택“이라 강조했다. 10월19일엔 ”여당과 야당이 모처럼 의견 일치를 봤다. 그만큼 의대 정원 확대는 시대적 요구“라며 3년 전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의대 증원 관련 조선일보 사설. 디자인=안혜나 기자.
▲의대 증원 관련 조선일보 사설. 디자인=안혜나 기자.

3년 전 조선일보는 ‘시기’가 문제라며 文정부에서의 의대 증원에 부정적이었다. 이 신문은 8월24일 “정부가 코로나 와중에 의대 정원 등 의료계가 극히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왜 여태 방치해두다가 하필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는 시기에 관철하려 하나. 코로나 상황을 이용하려 한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8월27일엔 “지금은 코로나 대처가 최우선이다. 정부는 의대 증원 추진을 그만두고 의사들은 치료 현장에 복귀하기 바란다”고 했고, 9월1일엔 “의대 정원 문제 논의는 다음 정부로 넘기고 의료계는 즉각 병원으로 복귀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9월3일엔 문 대통령을 향해 “의사가 밉다고 코로나 위기 와중에 의사-간호사를 갈라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2023년 논조는 극적인 변화로 비춰질 수 있다. 조선일보는 10월16일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지방 의료는 붕괴 직전이고, 필수 의료 분야는 지원자가 없어 환자들이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사망하는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전공의들은 장시간 근무에 시달리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로 국민 의료 수요도 충족 시키고 의사들 삶의 질도 개선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10월18일엔 “의사가 부족해 겪는 국민 불편은 고충을 넘어 고통에 이르렀다. 세계 10위권 경제 국가에서 아픈 국민이 자기가 사는 곳에서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고통받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최근 <벼랑 끝에 선 지방 의료> 기획 시리즈를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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