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딸 학교폭력 무마 의혹을 받는 김승희 의전비서관을 의혹제기 7시간만에 사표 수리하자 방송사들이 “변하려는 모습” “달라진 모습”이라고 평가했으나 일부 방송은 “더이상 조사가 어려워지게 한 감찰 무마용, 꼬리자르기”라는 비판을 담기도 했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일 국회 경기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의혹에 따르면, 김 비서관의 초등학교 3학년 딸이 한학년 어린 후배를 화장실 변기에 앉혀놓고 리코오더와 주먹 등으로 폭행을 가해 전치 9주의 상해를 입힌 충격적 사건이 벌어졌다. 그러나 학폭위가 두달 만에 열린데도 출석정지 10일에, 학급교체 조치가 내려진데 그쳐 무마 의혹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윤 대통령은 의혹제기 4시간 만에 김 비서관을 업무에서 배제하고, 7시간 만인 이날 오후 사표를 수리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부모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국정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사표를 제출했고, 즉각 수리됐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방송사들은 윤 대통령이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KBS는 지난 20일 <뉴스9> ‘의혹 제기 7시간 만에 사퇴…달라진 대응’에서 이소정 앵커가 “대통령실 핵심 참모가 야당이 의혹을 제기한 바로 그 날 스스로 물러난 건 이번 정부 들어 처음”이라며 “신속한 조치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평가했다. KBS는 “그간 야당이 의혹을 제기하면 ‘사실관계 파악이 먼저다’, ‘책임을 따져봐야 한다’고 했었는데, 이번엔 당일 조치가 이뤄”졌다며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리의 반응 속도가 빨라졌다’면서, ‘민심에 늘 귀기울이면서, 제대로 대답을 드리도록 하는 거’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KBS가 지난 20일 방송된 뉴스9에서 딸 학폭 의혹이 제기된 김승희 의전비서관을 7시간 만에 사표 수리한 윤석열 대통령을 두고 대응이 달라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사진=KBS 뉴스9 영상 갈무리
▲KBS가 지난 20일 방송된 뉴스9에서 딸 학폭 의혹이 제기된 김승희 의전비서관을 7시간 만에 사표 수리한 윤석열 대통령을 두고 대응이 달라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사진=KBS 뉴스9 영상 갈무리

MBC는 <뉴스데스크> ‘자녀 학폭 세 번째‥대통령실 이례적 신속 대응’에서 성장경 앵커가 “이례적으로 상당히 신속하게 대응한 건데, 학교 폭력 문제의 폭발력과 여론 악화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MBC는 “이례적으로 속도감 있는 조치에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학폭 이슈가 가진 폭발력 때문에 이번만큼은 대응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라고 보도했다. MBC는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자녀 학폭 논란을 거치며 학폭이 국민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이슈라는 점을 확인한 만큼, 이전과 다른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김 비서관이 김건희 여사와의 인연으로 대통령실에 입성한, 이른바 ‘김건희 라인’으로 알려진 점도 대통령실로서는 부담이 됐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MBC는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로 확인한 민심과도 무관치 않다”며 “마침 한국갤럽의 주간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6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현장과 소통을 강조하며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려 할 때, 학폭 이슈 때문에 여론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대통령실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SBS도 20일 <8뉴스> 20일 ‘자녀 학교 폭력 의혹 의전비서관 사표 수리’에서 “의혹 제기 반나절 만에 사표 처리까지 이뤄진 것은 보궐선거 패배 뒤 여권의 상황이 그만큼 위중하다는 점을 방증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해석했다.

▲MBC가 지난 20일 방송된 뉴스데스크에서 딸 학폭 의혹이 제기된 김승희 의전비서관을 7시간 만에 사표 수리한 윤석열 대통령을 두고 여론악화를 우려한 위기대응 차원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영상 갈무리
▲MBC가 지난 20일 방송된 뉴스데스크에서 딸 학폭 의혹이 제기된 김승희 의전비서관을 7시간 만에 사표 수리한 윤석열 대통령을 두고 여론악화를 우려한 위기대응 차원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영상 갈무리

가장 적극적 의미부여를 한 곳은 TV조선이다. TV조선은 20일 <뉴스9> ‘‘의전비서관 딸 학폭 의혹’ “즉각 업무배제”’에서 신동욱 앵커가 직접 “대통령실은 즉각 김 비서관을 업무에서 배제한 뒤 진상조사에 들어갔고, 4시간 뒤에 사표를 수리했다”며 “어쩌면 이것도 대통령실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일지도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채널A는 반성하려는데 고춧가루 통을 엎었다는 표현까지 전했다. 조영민 채널A 기자는 지난 20일 저녁 <뉴스A> 스튜디오에 나와 진행한 ‘아는 기자’ 코너에서 “대통령실은 최근 그야말로 ‘반성 모드’ 아니겠느냐”며 “오늘 대통령실에서는 ‘고춧가루를 뿌린 정도가 아니라 고춧가루통을 엎었다’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조 기자는 학습 효과를 들어 “지난해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이 취학연령 만 5세 하향 정책을 얘기한 뒤 대통령 지지율은 20% 중반대까지 급락한 경우가 있었고, 오늘(20일) 나온 대통령 여론조사를 봐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30%를 간신히 지킨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조 기자는 “어떻게든 발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강하지만, 연이은 악재에 힘든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이런 신속한 조치에로 김 전 비서관의 사표가 수리됨에 따라 오히려 학폭 조사를 하지 못하게 됐다는 지적한 방송도 있었다. JTBC는 20일 <뉴스룸> 20일 ‘‘자녀 학폭’ 의혹 의전비서관 사퇴’에서 “김 비서관의 사표가 초고속 수리되면서 관련 조사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TV조선이 지난 20일 방송된 저녁 메인뉴스 뉴스9에서 딸 학폭 의혹이 제기된 김승희 의전비서관을 7시간 만에 사표 수리한 윤석열 대통령을 두고 신동욱 앵커가 어쩌면 이것도 변화의 상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사진=TV조선 뉴스9 영상 갈무리
▲TV조선이 지난 20일 방송된 저녁 메인뉴스 뉴스9에서 딸 학폭 의혹이 제기된 김승희 의전비서관을 7시간 만에 사표 수리한 윤석열 대통령을 두고 신동욱 앵커가 어쩌면 이것도 변화의 상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사진=TV조선 뉴스9 영상 갈무리

JTBC는 이어 21일 ‘사표 즉각 수리되자 “꼬리자르기 면직”’ 뉴스에서도 “대통령실은 저희 취재진에게 중징계에 해당되면 사표를 받아서는 안 되지만 김 전 비서관은 여기엔 해당되지 않는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며 “야당은 꼬리 자르기 면직이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JTBC는 대통령실이 김승희 비서관 조사에 들어간 지 4시간 만에 사표를 수리한 것을 두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JTBC에 “공무원법에 따르면 조사나 감사를 받는 사안이 파면 등 중징계에 해당하면 사표를 받아선 안 되지만, 김 비서관은 그런 경우에 해당하지 않은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JTBC가 지난 21일 방송된 뉴스9에서 딸 학폭 의혹이 제기된 김승희 의전비서관을 7시간 만에 사표 수리한 윤석열 대통령을 두고 감찰무마용, 꼬리자르기 면직이라는 민주당의 목소리와 비판하는 분석을 방송하고 있다. 사진=JTBC 뉴스룸 영상 갈무리
▲JTBC가 지난 21일 방송된 뉴스9에서 딸 학폭 의혹이 제기된 김승희 의전비서관을 7시간 만에 사표 수리한 윤석열 대통령을 두고 감찰무마용, 꼬리자르기 면직이라는 민주당의 목소리와 비판하는 분석을 방송하고 있다. 사진=JTBC 뉴스룸 영상 갈무리

민주당은 김 비서관 사표 수리가 감찰 무마용이라고 비판했다. JTBC는 민주당 입장을 담아 “김 비서관의 사표가 수리되면서 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통령실 조사를 더 이상 받지 않게 됐기 때문”이라며 “김 비서관은 윤 대통령의 국내외 일정을 수행하는 핵심 보좌진 중 하나로 꼽힌다. 사표를 수리한 건 학폭 파급력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JTBC는 “지난 2월엔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이 아들의 학폭 논란으로 취임을 하루 앞두고 낙마하기도 했다”며 “윤 대통령이 최근 민심과의 소통을 강조한 만큼 여론을 의식해 조기 진화에 나선 걸로도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MBN도 20일 저녁메인뉴스 <뉴스7> ‘‘학폭 논란’ 김승희 의전비서관 사퇴’에서 “대통령실은 일반직 공무원은 감찰 기간 중 사표 제출 시 면직이 불가능하지만, 김 비서관은 별정직 공무원이라는 점에서 규정이 다르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며 “또, 이례적으로 빠르게 대응에 나선 건 대통령실 참모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더 엄중하게 대응하겠다는 차원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MBN은 “김 비서관이 지난 2009년 김건희 여사와 함께 고려대 언론대학원 최고위 과정을 함께 수료한 인연으로도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채널A가 지난 20일 저녁 방송된 뉴스A에서 딸 학폭 의혹이 제기된 김승희 의전비서관의 사표를 즉각 수리한 윤석열 대통령의 대응의 배경을 두고 반성하려는데 고추가루통을 엎어버렸기 때문이라는 대통령실 반응을 소개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사진=채널A 뉴스A 영상 갈무리
▲채널A가 지난 20일 저녁 방송된 뉴스A에서 딸 학폭 의혹이 제기된 김승희 의전비서관의 사표를 즉각 수리한 윤석열 대통령의 대응의 배경을 두고 반성하려는데 고추가루통을 엎어버렸기 때문이라는 대통령실 반응을 소개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사진=채널A 뉴스A 영상 갈무리

이를 두고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실은 4시간 동안 무엇을 점검하고 확인했기에 사안이 중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냐”며 “사표 수리로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감찰을 중단시킨 것은 ‘권력형 학폭 은폐’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막으려는 것은 아닌지 또 다른 의혹이 생겨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김승희 전 비서관은 하루속히 피해 학생과 가족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명확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반드시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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