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출근길에서 조간 또는 무료신문을 펼쳐든 시민들은 <직장인 월급 1.7배 늘 때 건강보험료 10배 뛰었다>는 기사에 또 한 번 '직장인이 봉인가'라는 생각에 잠겼을 것이다. 살림살이는 빠듯한 데 이곳 저곳 들어갈 돈은 많은 직장인들의 눈길을 잡아 끈 기사임엔 분명하지만, 과연 이 기사는 사실일까.

직장인 월급 1.7배 늘 때 건강보험료 10배 뛰었다?

   
▲ 동아일보 11일자 A31면
재정경제부가 10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문석호 열린우리당 의원(충남 서산·태안)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10일 연합뉴스에 이어 11일 동아 서울 매경 등이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11일자 31면 <근로소득 1.7배 증가 건보료는 10배 껑충/최근 9년간 직장인 보험료 급증> 기사에서 "최근 9년간 직장인의 보수는 크게 오르지 않은 반면 각종 보험료 부담은 최고 10배 이상으로 급증해 직장인의 부담이 가중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그 이유로 동아는 "노동소득인 '피용자보수'는 1995년 186조9975억원에서 지난해 317조5947억원으로 1.7배 증가"한 데 반해, "같은 기간 직장인이 회사와 함께 부담한 건강보험료는 1조2846억원에서 13조4277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는 것을 들었다.

동아는 기사 말미에 "피용자보수는 경제성장률에 따라 증가폭이 작지만 보험료는 보험료율 인상, 대상자 확대, 연금가입자 소득 증가 등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해 증가세가 가파른 데 따른 것"이라는 재경부의 해명을 함께 담았으나 기사 제목이나 기사 전체 내용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연합뉴스도 10일 송고한 기사 <직장인 보수 대비 보험료 부담 급증/피용자보수 70% 증가 건강보험료 10배 이상 급증>에서 "최근 9년간 직장인들의 보수는 크게 오르지 않은 반면 각종 보험료는 최고 10배 이상 늘어 월급쟁이들의 부담을 가중시킨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으며, 관련 기사는 11일 아침 각 무료신문에 실렸다.

보도된 수치 잘못…'10배' 아닌 '3.56배' 증가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이성재·이하 공단) 쪽은 "이번 기사는 사실과 다르다"며 반발하고 있다. 공단 쪽이 먼저 지적하는 것은 수치가 잘못됐다는 점이다. "직장인이 회사와 함께 부담한 건강보험료는 (1995년) 1조2846억원에서 (2003년) 13조4277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고 각 언론이 보도했으나, 공단 쪽은 직장인이 부담한 보험료(회사 쪽 부담분 포함) 가 1995년에는 2조2767억원, 2003년에는 9조1132억원이라는 것이다.

각 언론이 보도한 '2003년도 직장가입자 보험료(회사 쪽 부담분 포함)가 13조4277억원'이라는 것은 사실 직장가입자 징수총액 9조1132억원에 지역가입자 징수총액 4조3145억원을 더한 2003년도 건강보험료 총 징수액이다. 공단 쪽에 따르면, 직장가입자수가 1995년에는 716만6000명, 2003년에는 804만9000명으로 1인당 보험료 부담액은 각각 31만7천원과 113만2000원(3.56배 증가)이다.

공단 쪽은 보험료 인상분과 관련, "보험수가 인상 및 요양급여일수 확대(1995년 210일에서 2000년 이후 365일), CT(Computer Tomography, 컴퓨터단층촬영) 등 보험급여확대에 따른 것"이라며 "지역가입자 부담분도 1995년 1조2846억원에서 2003년 4조3144억원으로 3.36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언론이 잘못된 국감자료 확대한다"

한편 각 언론이 보도한 "피용자보수에 대한 건강보험료 비율이 1995년 0.69%에서 작년에는 4.23%로 늘었다"는 내용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공단 쪽은 "1995년 당시 구 의료보험법에 의하면 보험료 부담비율(회사 부담분 포함)은 직장가입자 표준보수월액의 3∼8% 범위 내에서 조합별로 정하도록 돼있어 부담률이 0.69%였다는 보도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2003년 부담률도 3.94%로 보도내용 4.23%와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각 언론은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보도했으며, 기사 제목도 '근로소득 1.7배 증가 건보료는 10배 껑충' 등으로 뽑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공단의 한 관계자는 "언론이 국회의원들의 잘못된 국감자료를 지적하기는커녕 오히려 받아쓰면서 확대시키고 있다"며 "공단에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기사가 나가고, 반론을 들었을 때도 반론이 타당하면 기사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고 봐야 하는데 끝에 반론 한 줄 쓰고 그냥 보도하는 시스템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의료분야 등은 전문기사 작성이 필요한데도 국감이라는 이유로 기자들이 자신이 맡고 있는 분야가 아닌 곳까지 기사 작성을 하는 것은 문제"라며 "보도 중 사실관계가 잘못된 것은 기본훈련이 안된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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